내가 이동혁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입학식이었다. 입학 하는 날부터 모든 애들이 자꾸만 한 곳을 바라보길래 도대체 저기에 뭐가 있길래 저렇게 웅성대나 싶었는데, 거기에 딱 이동혁이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이 동네로 전학을 온 거라 이동혁이 누구인지, 왜 애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지 전혀 몰랐기에 그냥 까치발을 삐쭉 들고 그 애를 나도 같이 바라봤다.


사실 훔쳐봤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 그 자리에서 이동혁을 보지 않은 애들이 없으니, 그냥 나도 그 애들 틈에서 함께 바라봤다는 표현이 조금 더 가깝기는 했다. 주위에서 들리는 말소리는 그러했다.



"쟤 여기 오면서도 캐스팅 겁나 많이 당했다며?"

"그렇대. 쟤 저번 청소년 가요제에서도 1등 했잖아."

"거기에 온 엔터가 몇 개라고 그랬더라? 다 쟤 데려가려고 온 거래."

"근데, 갔대?"

"아니. 조금 더 생각해보고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그랬대."

"와, 재수없는데, 그럴만 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는 이동혁이라는 애는 노래도 잘하고 잘생기고 비율도 좋다고 그랬다. 그런데 너무 많은 애들이 있어서 그런가 그냥 자그마한 뒷통수밖에 보이지 않으니 나에게는 그저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입학식이 끝나고 훔쳐볼까 생각했지만 왜인지 내가 너무 음침해 보인다는 생각에 그냥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이동혁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제대로 알게 된 건 입학하고 나서 일주일 후. 데면데면하던 반 친구들과 친해져서 점심시간에 팔짱을 끼고 운동장을 천천히 걷던 도중 친구의 입에서 어? 이동혁이다. 하는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전히 호기심. 아직 이동혁이라는 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왜 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기획사에서 데려가려고 하는지 그제야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 애는 정말 얼굴이 조막만했다. 키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키가 커보이지 싶었는데 팔, 다리가 무지하게 길었다. 그리고 그 작은 얼굴에 이목구비는 어떻게 저렇게 꽉꽉 채워져 있는지. 쟤 진짜 연예인 같다. 이게 이동혁의 첫인상이었다.



"근데 쟤 인스타도 페북도 안 한대."

"진짜? 나 같으면 다 가입해서 해시태그 오지게 걸어서 얼굴 자랑 할 것 같은데."

"사진도 잘 안 찍는다는데. 무튼, 완전 신비주의야."



애들이 말하는 이동혁은 신비주의, 그 자체였다. 일단 쟤랑 나랑은 전혀 접점이 없었다. 다른 반이기도 했고 저 애는 이 학교에서 제일 핫한 유명인사고 나는 그냥 이동혁을 아는 애 중 하나니까. 그런데, 어떻게 또 인연이 닿았는지 나와 이동혁은 같은 동아리에서 만나게 됐다.



"어, 하이."

"안녕. 이동혁."

"진짜 정 없게. 동혁이라고 불러주면 어데가 덧나?"



어렸을 때부터 기타를 취미로 오랫 동안 배워서 만일 학교에서 동아리를 들으라 한다면 밴드부를 들고 싶었다. 마침 밴드부 오디션이 있다길래 쭈뼛 거리며 기타를 들고 갔는데, 여자 기타가 오는 건 처음이라며 밴드부 선배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이동혁은 본인이 들어가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미 밴드부에서 점찍어 놓은 보컬이었고.


그렇게 해서 이동혁과 나는 '같은 동아리 부원' 이라는 이름 아래에 친구가 되었다. 조금 가까워진 이동혁은 장난끼가 무지하게 많았다.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하이, 하이, 하면서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고 어느 날은 어라, 오늘은 머리 묶었네? 하면서 작은 변화까지도 눈치 채고는 했다. 그리고 이동혁, 이라고 부르면 동혁이라고 좀 불러주라아. 하면서 말끝을 늘리고 내 팔을 붙잡았다.


바로 코앞에서 본 이동혁은 더 잘생겼었다. 코도 동글동글 얼굴도 동글동글. 착하게 눈을 뜨면 강아지 같은데 뭔가에 집중을 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겨서 매섭게 뜨면 인상이 금방 차가워지고는 했다. 그래도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복도에서 어? 하이. 하며 이동혁과 인사하는 나를 애들은 부러워 하기도 했고 시기질투 하기도 했다. 쟤 뭐 돼? 이동혁이랑 왜 저렇게 살갑게 인사해? 하면서. 그래서 이동혁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무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었다.



"야, 너 이거 뭐야?"

"아... 넘어졌어."

"어떻게 넘어졌는데 여기에 발자국이 남아. 누구야?"



학교가 끝나고 밴드부 연습실로 가던 도중, 몇몇 애들이 나에게 대놓고 슬리퍼를 던졌다. 아야, 소심하게 슬리퍼 바닥으로 맞은 엉덩이 부근을 탁탁 털고서 연습실로 갔는데 그게 잘 지워지지 않았는지 이동혁이 그걸 발견하고 매섭게 눈을 떴다. 무언가 심기불편할때 뜨는 그 세모눈. 딱 봐도 혼자 넘어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한 걸 눈치 챘는지 무서운 표정으로 누구인지 빨리 불으라 말했다.



"몰라, 나도. 그냥.... 누군지 몰라."

"내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응."

"나 때문이야?"

"그것도 잘 모르겠어."

"또 그러면 가서 그냥 이동혁이랑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해."



"우리 친한 친구 맞잖아?"



그 때였던가, 나도 이동혁을 좋아한다는 그 무리에 속하게 된 게.


그 후로 이동혁은 정말 나를 보면 무지하게 반갑게 인사했다. 어깨동무를 한다거나 하이파이브를 한다거나. 심지어 그냥 심심하다며 우리 반에 찾아와서 우리 다음 합주 때 뭐할래? 하며 내 앞자리에 앉아 제 이어폰을 건네 주고는 했다. 


이동혁은 아마 모를 거다. 반갑다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 내 어깨에 얼마나 경련이 일어났는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살짝 그러쥔 손에 닿은 그 촉감이 너무 생생해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기가 일어난 것도. 게다가 이어폰을 주고 받으며 살짝 닿은 그 손가락과 무지하게 가까워서 숨소리까지 들렸을 때, 심장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그 마음을. 이동혁은 정말 모를 거다.


사실 이렇게 친하게 지내면 다른 애들이 더 질투하고 더 괴롭힐 거라고 생각 했는데 반대로 애들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왜냐면, 이렇게 친하게만 지내고 썸을 탄다거나 사귄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니까. 그냥,



"나 동혁이 번호 좀 주면 안 돼?"



하면서 이동혁과 친해지려고 다리를 놓아달라는 애들은 수두룩 했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이동혁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동혁의 허락 없이 번호를 준다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예의가 아니니까. 이걸 이동혁한테 말해 말아. 고민했는데, 이걸 이동혁이 대놓고 들은 날이 있었다.



"야, 진짜 치사하게. 너만 친구냐? 됐어. 너 말고 다른 애들한테 알려 달라고 하면 돼. 뭐 이동혁이랑 친한게 그렇게 대수냐? 재수없어."

"아니, 동혁이 의사도 없이 내가 어떻게 번호를 줘. 그러면 너가 가서 직접 친해지고 싶다고 하면 되잖아."

"꼴에 진짜."



그게 아마 매점이었던가. 그런데 이동혁이 지나가다가 우물쭈물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고 조용히 다가왔다가 저 대화를 다 들은 거였다. 또 그 표정. 이동혁은 또 그 매서운 표정을 짓고 그 애에게 말했다.



"지는. 수준 보인다."



가자.

그 후부터 진짜, 진짜로 나에게 이동혁과 친해지고 싶다고 빌붙는 애들이 없어졌다. 이게 이동혁 효과인가 싶었고, 내 마음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지고 부풀어 올랐다. 이동혁이랑 유일하게 친한 여자애. 밴드부 기타. 이게 내 수식어였다. 그래도, 그게 나쁘지는 않았다. 이동혁은 정말 나를 특별한 친구라고 말해줬으니까.


이제는 개인적으로 연락도 주고 받았다. 물론 밴드부에 관한 이야기나 노래에 관한 이야기가 8할은 차지 했지만 가끔씩 아무 의미 없는 전화도 하고 심지어 놀이터에 가서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거나 놀기도 했다.



"너어는 진짜, 나랑 말이 너무 잘 통해."

"그래? 너 친구 많잖아."

"그래도, 이렇게 말 잘 통하고 너처럼 착한 애는 없지."



다만, 그냥 친구. 라는 자체가 조금 슬프기는 했다. 딱 봐도 이동혁은 나를 전혀 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의 거리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적당하게 지내면 나도 마음을 접을 수 있겠지 생각 하면서. 그런데, 내가 한 발짝 물러나면 이동혁이 두 발짝 다가왔다. 이 마음을 붙잡고 도망 치려고 하면 어딜 가냐는 듯 후다닥 내 마음을 잡으러 쫓아왔다.


2학년이 되고 우리 밑으로도 밴드부 후배가 들어왔다. 베이스를 하는 지성이라는 후배가 들어왔는데 수줍음도 많고 낯을 많이 가리지만 또 악기를 다룰 때는 나름 진지한게 꽤 귀여웠다. 



"지성아, 너 귀엽다는 말 많이 듣지."

"아, 누나, 그런 말... 창피해요."

"얼레, 얘 좀 봐. 나한테는 그런 말 해준 적 있어? 나 진짜 섭섭해애?"

"아니, 너는...."

"왜애, 나는 안 귀여워? 힝. 동혁이 삐져."



이제는 어깨동무, 하이파이브가 아니라 내 어깨에 막 얼굴을 치대기도 하고 팔짱을 끼기도 했다. 이동혁은 점점 내가 편해져서 그런 것 같았지만, 여전히 이동혁은 나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형, 누나 좋아해요?"

"아, 고럼. 내가 제일 좋아하지."

"우와아. 밴드부 커플?"

"어떻게, 저 말에 동의 하시는지?"



이런 농담도 솔직히 이동혁에게는 백프로 장난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그러면 그 때마다 뭐래, 헛소리 그만해. 하면서 그 상황을 무마시키고는 했다. 얼굴이 빨개진 건 이동혁을 포함해 그 아무도 몰랐으면 했다.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받아줄 것도 아니면서. 어느 날은 저렇게 장난만 치는 이동혁이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은 괜히 예민하게 굴거나 틱틱대기도 했다. 물론 그래놓고 아, 너무 화냈나. 싶었지만,



"화내지 마. 나는 너가 화내는 게 제일 무섭더라."

"화 안 냈어...."

"아까 눈 이렇게 뜨고 째려봤자네."



내가 언제 눈을 저렇게 뜨고 째려봤다고. 괜히 과장 하면서 나를 따라하는 이동혁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터졌고 조금 어색해지려던 사이는 또 그렇게 풀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그냥 이동혁을 좋아하는 나를 인정하기로 결심하고 이동혁의 다정함을 즐겼다.


집에 가서 카톡을 몇 번이나 돌려봤고 이동혁과 찍은 셀카들을 나 혼자 몰래 잠시 배경화면을 해봤다가 아잇, 진짜 뭐하냐. 하면서 다시 기본 배경화면으로 돌려놓으며 아주 혼자 요란한 짝사랑을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동혁이 나와는 장난스럽게 셀카를 찍는다는 점도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동혁과 공통점 또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면 그게 그렇게 행복했다. 괜스레 오바 하면서 나, 나도 그래! 하며 이동혁의 말에 호응을 하고는 했다. 미역을 좋아하지 않아서 생일에도 미역국을 굳이 먹지 않는 점, 더위를 많이 타는 점. 그리고 둘 다 그 어떤 SNS도 하지 않는 점. 사실상 우리 학교에서 몇 명 뽑아보라고 하면 이런 공통점이 있는 애들이 수두룩 할텐데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우리 둘만의 특별한 공감대라고 생각 하고 싶었다.



"너랑 나는 비슷한 점이 좀 많은 것 같아. 좋아하는 음악도 그렇고."

"그러게."

"진짜 이렇게 잘 통하는 친구는 너가 처음이야. 첫 번째 친구."



나는 이동혁에게 첫 번째 친구였다. 이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동혁은 늘 나를 가장 친한 친구라 칭했다. 사실 조금, 아주 조오금 가슴이 아픈 말이기는 했지만 그렇게라도 이동혁과 오랫동안 친분을 나누는 게 좋았다. 근데 가끔씩은 너무 나 혼자만 전전긍긍 하는 모습에 현타가 와서 그냥 포기할까, 손절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 애의 다정함을 세차게 내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너 오늘 고백 받았다며."

"어, 어떻게 알았어?"

"아, 박지성이 다 말해줬어! 왜 나한테는 말 안 해줬는데?"

"....안 물어봤잖아."

"그래서, 사귈 거야?"

"어? 잘 모르겠어."

"내가 한 번 봐야겠는데, 누군지."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당연히 안 되지. 내가 먼저 검사해야지."



자기가 뭐라도 되는 냥 내 연애사에 간섭을 하고는 했다. 멀쩡한 놈이 아니면 보내주지 않겠다나 뭐라나. 나에게 정말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친한 친구로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유치한 간섭이 싫지는 않은 걸 보니 참, 나도 쟤를 어지간히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어차피 그 애의 고백을 받아 줄 생각도 없었지만 이동혁이 만나지 말라고 하니까 안 만나야지. 생각하며 고백을 거절했다.


그러면, 이동혁은?


얘는 수없이 고백을 받아왔지만 단 한 번도 썸을 탄다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없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물어보기도 뭐하고 혹여나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상처라도 받을까봐 연애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묻지 않았다. 의도적인 회피였다. 그러나 그런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이동혁의 연애사를 듣게 된 사건이 생겼으니,



"형은 여자친구 왜 안 만나요? 고백도 엄청 많이 받으면서."

"애기는 그런 거 몰라도 돼용."

"한 살 차이면서...."

"어떻게, 나 애인 사귀면 서운할 것 같지 않아? 같이 합주하고 노는 날 적어지잖아."

"....나?"



그 질문은 나에게로 향했다. 주위에 있던 밴드부 일원들의 시선이 모조리 나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나와 이동혁이 썸을 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내가 왜 서운하냐. 말을 더듬자 도영선배가 와, 얘네 봐라. 아주 우리를 기만 하네. 하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동혁은 그 어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내가 자꾸 착각하게 만드는 문제. 


그렇게 혼자 오락가락, 갈팡질팡 이동혁과의 관계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어느덧 우리는 고3이 되었고 이동혁은,



"나 연습생 하기로 했어.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는 거야. 내 첫 번째 친구니까."



본인이 원하던 회사에 떡하니 붙어 드디어 연습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나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며 나를 꼭 껴안고 다 너 덕분이야. 하며 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너가 나 노래 할 때 반주도 자주 해주고 내 노래도 들어주고 피드백도 잘 해줘서 그래. 진짜 고마워. 하면서.


이동혁은 여전히 모를 일이다. 친구랍시고 포옹을 할 때 내 마음에는 엄청난 흑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이 자리가 꽤나 괜찮게 느껴졌다.


그렇게 이동혁은 연습생으로, 나는 입시생으로.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걸었지만 연락은 꾸준히 주고 받았다. 그리고 20살. 이동혁은 드디어 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 확정이 되었고 나는 대학교 입학을 했다. 그리고 데뷔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날, 이동혁은 모자에 마스크까지 끼며 완전무장을 하고 나를 찾아왔다. 그러더니 와락 나를 껴안더니,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벤치에 앉혔다.


실은, 정말 조금은 기대했다. 정말 혹시나, 혹여나 너가 나에게 고백이라도 할까. 3년 동안 너만 바라왔던 내 마음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사실은 쌍방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네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나, 인스타그램 시작했어."

"갑자기?"

"응. 진짜 너한테 첫 번째, 아니 두 번째긴 한데. 무튼 친구 중에는 첫 번째로 알려주는 거야. 근데 너 인스타 없지?"

"응."

"하나 만들어. 맞팔하자. 나 진짜 이거 비공개 계정이라 진짜 진짜 내 사람들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이동혁은 그렇게 또 내가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이야기 했다. SNS를 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공통점이 이제는 나만의 특징으로 남아버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또 그게 싫어서 이동혁이 보는 눈앞에서 곧장 계정을 만들었고 이동혁이 오바스럽게 심호흡을 하며 제 아이디를 알려줬다. 



"인스타 아이디 알려주는 것도 처음이고,"



그리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hyuki_ 애인 말 잘 듣는 남자 어떰? 인스타 죽어도 안 하는데 만들어 달라고 하면 바로 만들어주는 남자 어때? 어? @juyeon_ 어때? 어때~~~?

juyeon_ ㅋㅋㅋㅋ예뻐죽겠어❤️

hyuki_ @juyeon_ 꿈이니 생시니 신주연 사랑해 




"나 사실 저 누나 4년 동안 짝사랑 하고 있었거든. 20살 되면 만나준다고 했어."

"....아, 그렇구나."

"너한테 진짜 제일 먼저 알려주는 거야. 여자친구 생긴 거."



나는 이동혁이라는 인생에 절대 주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가 내 첫 번째 친구잖아."



그저 나는 너에게 친구1이라는 조연이었을 뿐.













아,,

ㅊㅏ였다,,




소소하고 미지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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