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수아비

2차 창작

김선규×고태양




 “…욱, 우웩.”

 

 급하게 마신 탓인지 속이 좋지 않았다. 술마시고 토하는 행위는 멋 안 나는 일이라 참아보려 했지만 위는 뇌의 명령을 무시했고, 결국 화장실로 뛰어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술밖에 마시지 않아서 위산만 게워내던 나는 입까지 헹구고 나서야 조심스레 내 등을 두드려주던 남자를 내려다봤다.

 

 “…그러게 그만 마시라니까. 알쓰면서 멈추지도 않고…….”

 

 타박을 하면서도 제 잘못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 목소리가 약하게 둘뿐인 화장실에 울렸다. 붉은 조명 탓에 더 붉게 보이는 남자의 입술을 보며 그 안에 감춰져있을 입술색과 똑 같을 혀를 상상한 나는 그대로 다가가 아래로 내려간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갑작스런 접근에 눈을 크게 뜬 남자는 그가 당황하여 벌린 입안으로 내 혀를 들이밀자 무의식적인 듯 눈을 감으며 쥐고 있던 주먹 두 개를 내 등에 엮었다. 수동적으로 침입을 받아들이던 남자의 혀가 점점 적극적으로 변할 때 문득 나는 그의 입 안이 이름처럼 뜨겁다고 생각했고, 화장실 밖에서 거칠게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입을 뗴어내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

 

 

 (희호: 어제 또 김선규랑 고태양 만났다던데ㅋ)

 

 (지웅: 진짜??)

 

 (지웅: 아니 둘이 언제 친해지길 바래 찍었어. 재밌었겠다ㅋㅋㅋㅋㅋ)

 

 (선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 ㅅㅂ 뭔 개소리야)

 

 (태양: 그냥 어쩌다보니 시간 맞아서 만났음ㅎ)

 

 (희호: 어쩌다 만났는데 외박하시고…ㅋㅋㅋ)

 

 (태양: ㅅㅂ 김희호 왜나대 진짜)

 

 (선규: 어제 태양이랑 좀 친해진듯ㅇㅅㅇ♡)

 

 (희호: 또 만나면 다시 어색해 지는거 아님?ㅋㅋㅋㅋ)

 

 (태양: ㅅㅂ)

 

 (선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선규 얘는 왜 이렇게 태평하지?”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새벽. 나는 동갑인 남자이자 같이 하는 게임 길드원이자 최근 친해진 김선규와…키스했다. 몇 달전부터 어쩌다보니 조 모임 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김선규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셨는데 어제도 그런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었다. 시험 때문에 김희호 말고는 아무하고도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나는 김선규의 술 제안이 반가웠다. 그래서 부천으로 오겠다는 김선규에게 알겠다고 한 뒤 만났는데……. 김선규가 오늘은 외박을 하지 않을거라며 술을 자제하는게 보였다. 평소에도 10일 중 2, 3일은 집에 가서 잘거라며 술을 자제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도 있었는데 그날따라 통금있는 사람처럼 시계만 흘깃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제하는 김선규를 겁쟁이라고 몰아 겨우 술을 먹였고 잔뜩 취한 김선규와 키스한 뒤 방으로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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