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내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다 잠들고 난 후, 이번 여행의 최대 목표였던 일출을 보러 일어났다. 여섯시 오십육분 일출예정시간. 그때가 해님이 오롯이 다 보여주는 시간이니, 그 전에 일어나 붉게 물드는 수평선을 바라봐야 한다.

 다섯시 사십오분, 내 것이 아닌 알람이 울렸지만, 주인은 일어나지 못하니 내가 결국 알람을 껐다. 그 후로 맞춰져있는 오분 단위의 알람을 죄다 꺼버리고는 내 알람을 듣고 일어나리 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서로의 정반대에 시곗바늘이 위치한 여섯시, 내 알람이 울린 후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한 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두어번 깨워봤지만 일어나지 않던 옆자리는 '계속 잘거면 혼자 다녀올게'라고 겉옷을 입으며 얘기했더니 후다닥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말 일어나지 않는다면 혼자 갈 생각으로, 주머니에 이어폰도 넣었는데 도로 빼놓곤 옷 갈아입는 이를 지켜보며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담아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새벽녘은 많이 추우니까. 

이미 호텔을 나왔을 때는 저 멀리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을 때. 다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독촉해본다. 성산일출봉의 입장시간은 일곱시 삼십분부터. 올라가서 해맞이를 할 수 없는 우리는 옆길로 가 일출봉에 가려진 채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져오길 잘한 따뜻한 차는 추운 손을 녹여주고 한 모금 입으로 넘기니 몸이 따뜻해져왔다. 

사실, 내 생각보다 예쁜 해맞이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여기 온 이유였고, 싸움과 화해를 반복한 끝에 맞은 그래도 첫 일출에 의의를 두며.

숙소로 돌아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그렇게 머리 꼭대기까지 해가 올라 그림자가 가장 작아질 그 시간까지.



'잘잤어? 그래도 해 봐서 좋다. 원하는대로는 못봤지만. 얼른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가자요. 그래야 남은 날도 기운내서 놀지!'

자다 깨 멍하니 천장만 보며 서로 눈꼽도 떼지 못하고 머리도 헝클어진 채로 베시시 웃으며 안녕하며 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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