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디페스타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 참가 예정이 없어서 유료발행 합니다.



BGM : Queen - Another One Bites The Dust 







중학생이 되자마자 호열의 인생에 없던 색깔이 끼어들었다. 호열은 중학교 입학식날, 처음 들었던 백호의 목소리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지금보다는 작고, 또래들 사에서 여전히 머리 하나 크기만큼은 더 크던 빨간머리. 강백호는 호열의 앞을 가로 막고 말했다.


“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쎄 보이는데 나랑 한 판 붙자.”


짧뚱한 빨간 머리를 어떻게든 위로 바짝 올려 세운 모습에서 그 애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 날부로 양호열에게 빨강은 강백호였다.



***



마지막 수업은 모두의 집중력이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학생이 하나, 분단의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다. 수업이 시작됐을 때부터 백호의 어깨가 묘하게 들썩거렸다. 발은 책상 바깥으로 튀어나와 건들거리고 치켜뜬 눈이 시계를 끊임없이 곁눈질 하는 바람에 수업을 마무리하려는 교사까지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다. 저런 백호의 모습은 익숙했다. 뭔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수업 중이라 억지로 앉아 있어야 할 때였다. 백호의 친구들은 늘 그랬듯이, 그게 어서 체육관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백호는 마지막 수업 담당 교사가 반을 빠져나가자마자 대남의 앞을 막아섰다.


“얘들아, 호열이 못 봤냐?”


아직 비몽사몽으로 앉아 졸고 있던 대남은, 제 책상을 쾅 내리치는 백호 때문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하루 종일 졸다가도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체육관으로 튀쳐 나가기 바쁘던 백호가 웬일인지 알 수 없었다. 대남은 교실 안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호열의 자리가 깨끗하다. 대남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호열이?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안 왔네.”

“어제도 일찍 가는 것 같던데, 요즘 통 얘기를 못한 것 같아서.”


주말에도 만나기 어렵고– 백호가 중얼거렸다. 강백호가 이 괴리감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남이 말한 것처럼 학교에서는 오가며 얼굴이 마주치고 일상적으로 장난을 주고 받으니 방심했다. 연습이 취소되어 혼자 가볍게 10km 러닝을 달리고 돌아오는 길, 평소보다 유난히 허기진 느낌에 호열을 불러내려고 했다. 아직 이른 오전이어서 호열이 집에 있을 시간대였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이 있나? 백호는 주말인 일요일 아침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평소에 호열의 전화를 대신 받는 일이 거의 없는 그의 어머니에게 호열이 진작에 나갔단 얘기만 들었다. 자느라 전화를 못 받은 적은 있어도 이른 아침부터 호열이 외출할 만한 곳이라니, 백호의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강백호는 그제야 최근 호열과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월요일인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양호열을 붙잡아 둘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어디에든 있는 것 같던 양호열이 오늘은 아예 학교에 오지 않고 홀랑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백호가 머리를 득득 긁으며 답답함을 숨기지 않자, 대남은 무엇인가 짧게 생각하더니 곧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설마 백호 넌 몰랐나? 호열이 요즘 새 알바 구했잖아.”

“알바? 전에 일하던 라멘집은?”

“거기 그만둔지 오래됐지, 요즘 정비소로 출근하잖아.”

“정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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