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Homēros의 서사시 ⟪오뒷세이아Odysseia⟫, 1권, 1-10행은 이름을 떨치려는 고전학자들이 앎의 수준과 수사학의 멋짐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곳이다. Emily Wilson은 영역본을 출간한 최초의 여성이라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써 이 서사시에 도전한다.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

Muse, tell me how he wandered and was lost 

when he had wrecked the holy town of Troy,

and where he went, and who he met, the pain

he suffered in the storms at sea, and how

he worked to save his life and bring his men

back home. He failed to keep them safe; poor fools,

they ate the Sun God’s cattle, and the god 

kept them from home. Now goddess, child of Zeus,

tell the old story for our modern times.

아래는 Alexander Pope(1725)의 1-2행 번역이다.

The man for wisdom’s various arts renown’d,

Long exercised in woes, O Muse! resound;

아래는 Robert Fagles(Deckle Edge edition, 1999)의 1-2행 번역이다.

Sing to me of the man, Muse,

the man of twists and turns,

driven time and again off course.

Emily Wilson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 서사시는 오뒷세우스 개인에 관한, 그가 집을 떠나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그저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서사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각자의 관점이 있으니 그간 우리는 이 서사시를 오뒷세우스의 관점에서만 읽은 것은 아닌가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 서사시를 읽고 우리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한 인간의 삶을 서술하는 방식으로는 무엇이 가장 적절한가, 그의 일생을 온전히 서술해야만 그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삶의 매듭[계기, moment]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이러한 물음은 철학적 진리의 서술에 대해서도 가질 수 있는가.


❧ 한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써 이루어지는가, 그가 부여받은 명성인가 아니면 그가 겪은 고난인가. 우리는 어떤 것을 ‘명성’이라 칭송하는가.


❧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참다운 인간이 되지 못하는가, 고향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가.


❧ 누군가와 ‘같은 마음’(homophrosynē, 同心)이 된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가. 아가멤논이 귀향한 후 아내인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죽임을 당한 것(아이스퀼로스, ⟪아가멤논⟫)과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재회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가 재회한 후 그들이 겪은 고난을 빠짐없이 “이야기”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달콤한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그것은 ‘같은 마음’과 관련이 있는가.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와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하게 하는가, 이것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할 수 있는가.


그의 개인 웹사이트에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천병희 국역본을 참조할 수 있겠다.

철학 선생 /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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