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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이른 여름 무렵이었다. 다른 날과 별반 차이 없이 단정한 차림새를 한 용선이 입을 꾹 다문 채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높은 단상 위에 오르는 일은 별것 없이 단순한 일이었다. 익숙한 교장선생님을 마주한 채 머쓱한 미소를 보이며 두툼한 손을 맞잡은 뒤 가볍게 고개 숙이기. 큼, 하는 작은 헛기침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 다시 한번 목례.


“축하해, 용선이.”

“감사합니다.”



단상에서 내려온 용선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놀랍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건네는 축하인사가 익숙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선도부장을 맡고 있는 선생님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입학과 동시에 선도부로 활동하며 쌓은 신뢰의 결과였다. ‘선생님한테 아들 있었으면, 딱 너 소개시켜줬을텐데.’ 애정이 뚝뚝 흘러내리는 눈빛에도 배시시 웃음만 지은 용선은 그 말을 마음 깊이 담지 않았다.

학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단정한 치마길이에 늘 깔끔하게 다려진 교복 블라우스였다. 얼룩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검정색 단화는 왠지 그 주인의 성격까지 딱딱해 보이게 했지만, 그 마저도 용선의 이미지 중 하나였다. 말끔한 피부에 차분하게 떨어지는 긴 생머리가 어울리는 바른 생활 에프엠. 학생 회장도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스스로가 나서서 뽑아달라 호소한 적도 없었지만 적어도 용선을 아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 양 한치의 의심도 없이 용선이 회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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