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독자님들께>

제가 조금 빨리 온 이유도, 이 글이 전체 공개인 이유도 눈치 빠른 독자님들께서는 다 아시겠죠? 더 써야 하고 더 쓰고 싶은데 이러다가 늦겠다 싶어서 일단 가져왔습니다. 독자님들 항상 사랑합니다! 다음 글은 언제 가져올지 저도 모르겠어요…….

***

우당탕 탕탕-! 요란한 소리에 화평이 소리를 쫓아 뛰었다.
"무슨 일이야!"
"윤화평 씨."
화평이 윤과 부마자가 있을 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방 안에서는 구마 의식을 하던 윤이 몸에 힘이 쭉 빠져 주저앉아버린 이후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곤란해하는 중이었다. 어쩌다 보니 여자를 깔고 앉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윤은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기운이 쭉 빠져나가 팔다리가 축축 늘어지는 느낌. 아래에 깔린 여자가 걱정되어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타파하고 싶은데 움직일 수가 없다. 겉보기에 해가 없다고 여겨서 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였나. 부마자의 안에 들어앉은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조용한데 힘이 드는 것일까.
"구마가 끝난 건가요?"
"아니요. 아직……."
여자는 두 눈을 들어 윤을 쳐다보았다. 진짜 사슴의 눈망울을 담은 듯 맑고 투명한 두 눈이 여자를 부마자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분명히 구마 의식 이전에 십자가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확인했는데.
"무슨 상황이야?"
"별거 아닙니다."
"그래?"
화평이 보기에도 빙의자는 그동안 봐왔던 사례 중 첫 번째로 꼽아도 무방할 만큼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그렇기에 길영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취향이 그런 쪽이었어?"
화평이 윤을 이상한 눈초리로 훑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 알아들었으면서 뭘."
"그런 거 아닙니다."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이분께 실례입니다."
"아, 괜찮아요."
여자가 손사래를 치며 윤과 화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구마 의식 계속해야 하니 나가주세요."
화평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선남선녀처럼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윤이 사제가 아니었다면 저런 사람과 평범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겠지 싶어서. 그런데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불쾌한 감정은 뭐지.
"뭐라도 도와줘?"
"괜찮습니다."
"그래."
화평은 결국 문을 닫고 나갔다. 취향 어쩌고 한 말은 당연히 농담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모습이 진짜 연인 같아서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
.
.
"수고했어."
"그래. 고생했다."
막 구마 의식을 마친 윤이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퇴근한 길영이 윤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부마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윤이 몸의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어?"
"형사님. 거 힘 조절 좀 합시다."
어쩐지 길영의 손길에 윤이 휘청인듯한 타이밍이었다. 그녀는 머쓱해 하며 허공에서 손을 멈췄다.
"뭐래. 맞고 싶냐. 괜찮냐?"
"괜찮습니다. 잠깐 어지러워서요."
윤이 왼손으로 벽을 짚고 똑바로 섰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비리한 신부님한테 손…… 마태오!"
윤은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자리에서 무너져내리는 윤을 간신히 받아낸 화평이 윤을 불렀다.
"무슨 말 좀 해봐!"
"기절했어요."
길영의 외침에 윤의 상태를 살피던 화평이 말했다.
"119, 119……"
"직접 운전하는 게 더 빨라요."
"차에 시동 걸어!"
길영이 화평에게서 윤을 넘겨받았다. 키가 심하게 크기는 했지만 어찌저찌 무사히 차까지 옮겼다. 화평은 속도 제한 따위 무시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무식하게 밟았다.

***
"왔냐."
"네."
화평이 길영의 핸드폰 화면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애초에 타인의 핸드폰 화면을 보는 게 예의가 아닌 것도 알았고 그다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게 난도질당한 시체 사진이라면 더더욱.
"우욱."
"왜 그러, 아, 봤냐?"
화평의 헛구역질에 길영이 핸드폰 화면을 껐다.
"물 마실래?"
"괜찮아요."
화평은 예전부터 세 사람 중 가장 비위가 약한 편이었다. 윤의 새아빠와도 같았던 신부에게 손이 깃들어 추락하는 때, 화평은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었다. 윤은 그의 육체가 망가지는 때까지 고개를 똑바로 하고 눈도 감지 않은 채 지켜보았지만.
"서 들어가 봐야 돼. 마태오 깨어나면 연락해줘."
"조심히 가세요."
"오냐."
길영이 피식 웃고는 등을 돌렸다. '조심'이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웠나.
.
.
.
또 병원이다. 문득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던 날이 또 있었는데.
"일어났어?"
이 상황도 익숙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잠에서 깨면 대부분 윤화평 씨가 눈앞에 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기억 안 나?"
"네."
"구마 의식 끝나고 쓰러졌잖아."
화평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그랬습니까."
"딱히 방도가 없어서 오기는 했는데, 별다른 이상 없대."
"다행이네요."
그냥 심심한 위로. 전혀 다행인 상황이 아니지만, 그 와중에서도 감사를 찾는 직업병. 사실 화평이 윤의 입장이었어도 비슷한 말을 할 테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며칠 동안이나 잠든 게 이상해서 너 깨어나면 정밀검사를 한다고는 했는데."
"며칠이요?"
"너, 꼬박 나흘을 잠만 잤어."
'나흘'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윤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오래 누워서 어지러울 수 있다고 했어. 혹시 모르니까 온 김에 정밀검사라도 받아보지 그래."
화평이 말을 돌렸다. 그의 귀가 새빨갛게 타올랐다. 윤은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보지 못할 수는 없으니 보지 못한 척이라도 하는 수밖에.
"괜찮습니다. 수납하고 오겠습니다."
"이미 수납했어."
"윤화평 씨가 했습니까."
"아니. 형사님이 하셨댄다."
순간적으로 화평의 입가가 그린 듯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서에 있지. 바쁜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모른 척할 수 있는데. 어른스럽게 그냥 넘어가면 좋을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
"뭐가?"
"화평 씨도 바쁜 사람 아닙니까."
"내가 바쁘기는 뭐가 바쁘냐? 택시 운전사 일도 잘린 지 꽤 됐는데."
당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아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중에 연락해야겠네요."
윤은 링거 줄이 거치적거려 신경이 쓰였다.

반갑습니다! 상풀에서 활동하다가 시크릿 러브로 넘어갔었습니다. 그러다가 인연이 닿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제 글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시고, 댓글 남겨 주시는 한 분, 한 분께 너무 감사드립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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