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이란도 알고는 있다. 카즈의 누나 리나는 요리를 좀 잘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카즈도 과연 그 정도 실력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축구 좋아하고 활달해 보이는 남자아이인데, 과연?

“자, 그럼 카즈가 한번 해볼래?”

아이란의 말을 듣고 있었던 건지, 요리 동아리 매니저 ‘도나텔라’가 카즈를 부른다.

“어, 선배님, 저 말인가요?”

카즈는 되묻지만, 바로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민에게 오는 그 심상치 않은 예감이, 점점 커진다. 마치, 금방이라도 뭐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오, 저 애, 리나 선배 동생이지?”

한쪽에서 안젤로가 마치 지나가듯 말을 꺼내는 소리도 들린다. 기대가 큰 듯하다. 그리고 어느새, 동아리방의 앞쪽에는 프라이팬 2개와 각종 요리 도구가 차려져 있다. 어느새 말이다.

“어, 뭐야, 어떻게 다... 차려진 거지?”

한순간에 차려진 것까지는 아니어도, 지온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으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 이상할 것도 없다. 자세히 보니, 이동식 조리대의 아래에 바퀴 같은 게 달려 있는 게 보인다.

“그러면, 제가 그걸 만들어 보면 되는 거, 맞죠?”

어느새 앞에 나와 있는 카즈가, 자신 있다는 듯 말한다. 민에게 카즈의 묘한 손동작이 보인다. 마치 금방이라도 뭘 하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저기, 선배님? 그 만화책을 잠시 줘 보시겠어요?”

아이란에게서 그 만화책을 넘겨받아 잠시 본 카즈는 이윽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가몰라의 뒷다리로 만든 스테이크 요리라는 말이죠? 좋아요. 해 보죠.”

“야, 가몰라는 <신의 주방장>에서 나오는 가공의 생명체인데, 그걸 실제로 재현한다고?”

“네. 이제 한다니까요?”그 순간, 민의 눈에도 보인다. 카즈의 앞에 놓인 그릇에, 어느새 무언가가 생겼다. 누구보다 놀란 건 아이란이다. 분명히 만화책에서 본, 가몰라의 뒷다릿살이 맞다. 하지만 어떻게 저걸 만들었다는 건가?

“뭐야, 알 것 같은데...”

아이란의 옆에서, 어제 새로 온 토쿠라는 이레시아인 남학생이 말한다.

“응?”

아이란은 궁금했는지 토쿠를 돌아본다. 아이란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부원들도 마찬가지다.

“알고 싶어? 저거... 10초 전까지는 머리카락이었는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자! 보라니까?”

토쿠가 말한 다음 순간, 아이란은 무엇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카즈는 꽤 자신감이 붙었는지, 잠시 안에 있는 만화부원들과 요리 동아리 부원들을 돌아보더니, 자기 옆에 서 있는 도나텔라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한다. 그러자, 도나텔라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입을 연다.

“자, 만화부! 한 분 나와 보시겠어요? 이럴 때는 경쟁자가 붙어야 재미있는 법이겠죠!”

순간, 만화부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돌아본다. 물론, 아무도 나서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카즈가 점찍어 둔 상대는 이미 있다. 민이 시선을 피하려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야! 무슨 모르는 척을 하고 있어! 얼른 나와!”

민은 한숨을 푹 쉰다. 되도록 눈에는 띄지 않고 그냥 구경이나 하고 싶었던 건데,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부원들의 시선이 이미 민에게 향하고 있다. 그것도 기대감을 가득 품은 시선 말이다.

“휴... 이럴 운명이었던 건가.”


한편 그 시간, 미린고등학교 운동장.

간단한 규모의 카트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에서 모터카가 달리는 게 보인다. 앞에서 모터카를 조종하는 사람 몇 명은 제법 흥이 돋은 듯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서 소 닭 보듯 하고 있다. 서 있는 건 그냥 구색 맞추기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그래도 자동차 연구 모임인데, 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척은 해야 하지 않냐?”

그중 누군가가 마치 모기 날아가는 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다름 아닌, 슬레인이다. 슬레인이 그렇게 말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듣는 척 마는 척하며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모터카가 달리는 모습을 볼 뿐이지만.

“음...?”

그 중에 누군가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라도 챈 건지, 오른쪽을 돌아본다.

“방금 누군가가 ‘찾았다’고 한 것 같은데...”

그렇게 입을 연 슬레인은 잠시 주위를 돌아보더니, 이내 머리를 긁고는 다시 그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얼굴로 되돌아간다. 분명히 목소리는 들렸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었나.”


한편 요리 연구 동아리실.

“오, 네가 요리를 하는 건 처음 보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네가 그냥 맛있는 음식은 즐기기만 하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민의 앞에 보이는 부원들이 한마디씩 하자, 민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더니, 나지막하게 한마디 한다.

“그러니까...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온 거냐고...”

“우리야 뭐 고맙지! 평소에는 네가 요리하는 모습이라든지, 볼 일도 별로 없었을 테니.”

“그래도, 이런 식으로는...”

민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는데, 카즈가 그 틈을 주지 않는다.

“뭐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이제 그 만화책에 나온 걸 그대로 재현할 거라고!”

어느새, 그 가몰라의 뒷다릿살이 프라이팬 위에 올려져서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건 특제 소스. 우리 누나가 이런 건 잘 만들거든!”

카즈의 누나라면 몇 명은 잘 알고 있다. 민이 보니 현애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인다. 옆에서 민에게 오는 향도 매우 진하고도 군침을 돋운다.

“뭐 하냐? 왜 그렇게 넋을 놓고 보는 거야? 이러면 내가 만드는 맛이 나지를 않는데.”

카즈가 그렇게 말하며 민을 돌아보니, 민은 허공에 묘한 손동작을 하고 있다. 마치 허공에서 소금이나 후추 같은 조미료를 꺼내기라도 하듯이.

“응? 너 뭐 하냐? 그렇게 하면 허공에서 조미료 같은 게 나오기라도 해?”

“나오기야 하지.”

민의 말에 카즈는 헛웃음을 짓지만, 어느새 민의 앞 양념통에 쌓여 있는 소금과 후추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분명히 조금 전에, 저건 비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한 거지...’

카즈의 당황한 표정을 보자, 민은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오! 저런 것도 할 수 있었던 건가?”

민의 앞에 소금이 어느새 놓인 걸 본 아이란은 신기했는지 감탄사를 내뱉는다. 토쿠가 그것 보라는 듯 말한다.

“봤지? 카즈 정도의 능력은 비할 게 아니야.”

다시 한번, 토쿠가 마치 영상을 재연하듯 보여 준 것을 떠올린다. 주위에 있는 물건을 변하게 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자기 머리카락을 뽑아서 그릇에 놓고, 가몰라의 뒷다릿살로 바꾼 이유라고 한다면...

“자기 신체의 일부분만 바꿀 수 있었던 거겠지. 안 그래?”

“네 말이 맞아.”

토쿠는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말하더니, 바로 옆의 타이나에게 준비해 온 영상을 틀게 한다. 며칠 전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그 영상에는, 카즈가 공원에서 손톱을 깎더니 그걸 참새떼로 변하게 해서 옆에 있는 리나를 당황하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잘 대응해서 보란 듯이 참새떼를 자기 어깨 위에 앉히는 장면도 보인다.


“카즈, 칭찬해 줄게. 네 머리카락만 가지고 그걸 <신의 주방장>에 나오는 가몰라의 뒷다릿살로 만들어내는 것 말이야.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민이 그렇게 말하자, 카즈는 민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한참 스테이크로 만들어지고 있는 뒷다릿살을 뒤집다 말고 민을 돌아본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민은 한마디 더 한다.

“너, 혹시 그 <신의 주방장>에 나오는 가몰라의 뒷다릿살 뒷이야기는 알고 만드는 거야?”“어...?”

그 말을 듣자 아이란은 기다렸다는 듯, <신의 주방장>의 그 후일담의 대사를 찾아서 읽는다. 그 가몰라를 요리한 주인공이 직접 한 말이고, 그 요리를 맛본 사람들의 대사에서도 공통으로 보이는 이야기다.


“맛은 그저 그렇다. 특히, 인조 소고기를 씹어서 나오는, 그 특유의 육즙 없는 먹다 만 맛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아이란이 읽은 그 구절을 듣자마자, 카즈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는 것같이 보인다.

“뭐야, 카즈, 설마 여기서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포기해. 반드시 만들어 보일 거라고. 만화책에 나온 그 요리, 그대로 재현해 보일 거라고!”

“야, 그래서 너는 나한테 진다니까?”

민은 마치 카즈를 약올리기라도 하려는 듯, 카즈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대뜸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니, 카즈로서도 약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야! 대뜸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데! 말하지 않으면...”

“가상의 메뉴라고는 해도, 너는 그걸 똑같이 만드는 거잖아? 그러면 ‘세상에 없는 요리’라고는 할 수가 없지.”

민은 그렇게 말하며, 카즈가 뭐라고 하든 말든 고기에 소스를 뿌리고 앞에 놓인 자신이 합성해 낸 소금, 그리고 다른 조미료를 뿌린다.

“하지만 내가 만든 소금은 정말로 세상에 없던, 내가 일부러 맛이 좋게 합성한 특제 소금이거든? 내가 프라이팬에 굽고 있는 건 정말 평범한 소고기 뒷다릿살이지만.”

“좋아, 내가 질 것 같아? 내가 얼마나 잘 하는지, 한번 보라고!”

그렇게 말한 카즈를 민이 한번 돌아보니, 카즈의 표정이 어느새 바뀌어서는, 마치 ‘요리에 혼을 팔아 버린 요리사’라도 된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는 소스를 뿌리고 프라이팬을 여러 번 뒤집는다. 그 모습을 본 민이 자신이 동아리방이 아니라 호텔이나 유명한 레스토랑 주방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카즈는 제법 속도가 붙은 모양이다.

“호오... 이러면 내가 밀릴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민도 지지 않겠다는 듯 프라이팬을 높이 든다. 앞에 놓인 소스를 흔들고는, 프라이팬 위에 뿌린다. 프라이팬을 한 바퀴 돌리는 묘기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안의 음식물들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둘의 앞에 완성된 요리가 놓여 있다. 하나는 카즈의 ‘가몰라 뒷다릿살’ 요리, 또 하나는 민의 특제 소금을 뿌린 소고기 볶음요리.

“자, 한번 시식해 보실 분?”

기다렸다는 듯, 요리 동아리 매니저 도나텔라가 앞에 있는 요리 동아리 부원들과 만화부원들에게 먹어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다들 선뜻 앞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그러자 윤진과 도나텔라가 서로 뭐라고 귓속말을 하고는, 한 입씩 먹어보기로 한다. 한 점씩 베어 놓고는, 정확히 15초 간격으로 두 가지 요리를 순서대로 먹는다.

그리고 약 10초 정도 지난 후.

“글쎄...”

먼저 입을 여는 건 윤진이다.

글 쓰고, 가끔 그림도 그립니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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