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목외전 - 낯선 하루

Reborn(3)의 외전, 시목시점


다음날, 시목은 자신이 늦잠을 잤다는 것에 놀랐다. 몸이 말도 안 되게 무거웠다. 그리고 약간의 미열이 느껴졌다. 감기인가..? 시목은 자신의 생각에도 출근은 무리일거란 생각을 했다. 온 몸이 쑤셨다. 시목은 자신이 어제 무엇을 했었는지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회식이 있었고 자신은 가지 않았고 그러곤 곧장 집에 돌아와 서류를 보다 잠들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그런데 몸이 왜 이런거지? 시목은 이런 이상한 점을 얼른 해결하고 싶었다. 먼저 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계장님..네..제가..몸이..좀 안 좋아서요..아뇨..별로 심각한건 아니구요..감기..인 것 같습니다..제 연차 사용가능하죠?...네...부탁드립니다.”


계장의 걱정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시목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이것 때문에 감기가 왔나? 집안엔 별다른 차이점은 안 보였다. 현관문도 멀쩡했고, 누가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의아한 건 욕실에 수건이 한 장 더 놓여있다는 거였다. 시목은 집안을 돌아다니다 지친 자신의 몸을 느끼고 이불을 가져와 소파에 앉았다. 서류나 볼 생각이었다.



띵 – 동 -



시목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깜박 잠에 든 모양이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어느새 밤이 찾아왔던가보다. 시목은 약간 멍하니 있다니 다시 들리는 벨소리에 인터폰을 보았다. 여진이었다.


“아니이~ 감기를 다 걸리고~ 몸은 괜찮아요?”


“네..뭐..괜찮습니다..”


여진은 걱정된다는 눈초리로 시목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기는, 얼굴이 아주 핏기가 하나도 없네. 자 – 받아요.”


“뭡니까?”


“죽이에요.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있었을 거 같아서 하나 포장해왔어요. 얼굴 이런 줄 알았으면 세 끼치는 포장해 오는 건데..”


“아닙니다. 잘 먹을게요.”


시목은 여진이 건넨 죽을 받았다.


집안으로 들어간 여진은 온통 깜깜한 걸 보고 말했다.


“이거 봐, 밥도 안 먹고 잤죠?”


“네..잘 생각은 아니었는데.”


“으이구..약은 있어요?”


“네, 집에 상비약정돈 있습니다.”


“그럼 죽 먹고 약 먹어요. 아주 얼굴이 반쪽이네..”


여진은 안쓰럽다는 듯 시목을 살피면서 소파에 앉았다.


“죽 식기 전에 얼른 먹어요. 방금 사왔으니 뜨거울 거에요.”


“아..네..고맙습니다..”


시목은 웅얼대면서 죽을 삼켰다. 여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좀 귀엽네.. 자신이 오지 않았으면 그대로 아픈 채로 하루를 굶었을 시목을 생각하니 왠지 짠한 여진이었다.


“어휴, 썰렁해. 집에 보일러도 안틀어요?”


“틀었는데..아..아까 창문을 안 닫았나봅니다.”


“창문? 감기 걸렸다는 사람이..에휴..”


여진은 죽을 먹는 시목을 대신에 창문을 닫으려고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닫으려는 여진의 눈에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지... 여진은 직감적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게 뭐였는지 보려고 창문을 살폈다. 창문 바깥쪽, 안쪽에선 손이 잘 닿지 않을 그곳에 먼지가 쌓인 곳의 일부가 닦여있었다. 마치 사람의 손이라도 닿은 것처럼.


“..요새 창문 청소했어요?”


“아니요..그건 왜?”


“아...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시목이 이상하다는 듯 여진을 쳐다보았지만, 여진은 헤헤 웃으며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여긴 11층이다. 사람이 아니라 새라도 앉았다 간 거겠지. 여진은 굳이 걱정을 전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웃어넘겼다.


“아휴, 우리 검사님. 큰 일 해결하시더니 마음이 풀리셨나봐요. 감기에 다 걸리시구.”


“그런 거 아닙니다.”


여진은 시목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는 걸 보며 슬쩍 웃었다.


“뭐, 목감기에요? 몸살감기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몸살인 것 같습니다..온 몸이 좀 뻐근하네요.”


어깨를 돌리는 시목의 몸은 여진이 봐도 뻐근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깨를 돌리며 시목의 옷깃이 내려갔다. 여진의 눈에 시목의 목가에 이상한 붉은 반점 두 개가 보였다.


“어, 그건 뭐에요.”


“뭐요?”


“그거, 목에.”


“목이요?”


시목은 정말 몰랐다는 표정으로 여진에게 물었다.


“내 목에 뭐가 있습니까?”


“네..꼭 물린 것 같은 상처네요? 마치..사라..아..아니다. 모기인가봐요. 어떻게 딱 거기에 두 방 물렸냐.”


시목은 싱겁다는 듯 여진을 바라보며 목을 매만졌다. 약하게 두 개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서 여진만 슬쩍 다시 보고 죽을 마저 먹었다.


여진은 창가에서 본 흔적, 시목의 목덜미를 조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신경쓰이긴 하지만 말이 안된다. 여진은 모기일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여진..너무 모든 걸 수사의 대상으로 보는 거 아니야? 여진은 시목의 집에 누가 침입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일에 중독된 것처럼 느껴졌다.


시목이 죽을 다 먹자, 여진은 할 일을 다 끝냈다는 듯 일어섰다.


“가시게요?”


“네에~황검사님 밥도 잘 챙겨드시는 거 봤고 엄청 아프신 건 아닌 거 같으니까. 전 이만 물러갑니다~”


여진은 장난스레 웃으며 시목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시목은 약을 먹고 화장실에 가서 목을 살폈다. 아무래도 여진의 머뭇거림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확실히 흐리지만 붉은 반점 두 개가 있었다. 모기라고 보기엔 일정한 간격으로. 시목은 화장실에 놓여있던 수건과 이것이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선 잠에 들기로 했다.


시목..다시..올...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듯했지만 시목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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