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맹랑하게 제 이름을 부르는 강아지를 쳐다보았다. 요괴라 했던가. 조그마한 어린아이의 몸에 강아지의 꼬리와 귀가 있었으니 요괴라 믿는것은 어렵지 않았다.그래서 그런가, 이 강아지는 제 체구의 5배는 족히 될듯한 저가 무섭지도 않은지 해맑게 웃으며 안겨오곤했다. 


아-사히는 나쁘지 않아,그렇지?


스스로 묻고,답을 내리는 그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다. 그래서 조금 강아지를 놀려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느낌이 그런걸,아사히는 나 보고도 놀라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제 가슴팍에얼굴을 묻었다. 흔히 아이들이 부끄러울때 숨고싶어 하는 그 행동이었다. 얼굴을 품에 묻었어도 튀어나온 귀는 감추기 힘든지 쫑긋거렸다. 한 눈에봐도 부드러워보이는 그 귀를 문지르자 아이의 몸이 바르작 떨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곤. 


만지지 마아, 귀는. 만지면 안돼. 

상기된 뺨으로 저와 눈을 마주쳐오는데, 그 모습에 내가 어린아이에 취향이 있었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




산 건 15년 정도, 강아지 요괴는 그렇게 수명이 길지 않다고 했다. 인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긴 정도. 그럼으로 노야는 인간으로 따져도 15살의 아이에 불과했다. 노야가 말하길 친구들 중에서도 저의 체구가 조금 더 작은편이라고 했다.그리고 요괴의 능력으로, 인간과 강아지의 모습을 둘 다 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에 꼬리와 귀가 달린것은. 노야 본래의 제 모습이라고 했다. 


강아지는 꽤나 활발한 편이었다. 아니, 꽤나가 아닌 많이 활발한 편이었다. 넓기도 한 마당을 지치지도 않은지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강아지의 뒤를 쫓는 하인들이 힘이들어 주저앉아도 강아지는 꺄르륵 웃으며 멈추지 않았다. 그 활발함이 나쁘지 않았다.



어느새 내 앞으로 온 강아지가 무릎에 손을 얹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간식을 달라는 뜻인가 싶어 강아지를 빤히 바라보니, 강아지는 베싯,하고 웃으며 입술에 쪽 뽀뽀를 했다.


아-사히이.

..노야?


 

자기가 한 행동에 부끄러운지, 강아지는 뽀뽀만 하고 쪼르르 멀리 가버렸다. 잡을새도없이. 




-




목욕 좀 준비해주게. 아이와 들어갈것이니.


목욕이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품에 가만히 안겨있던 강아지가 몸을 잘게 떨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것을 붙잡았다. 올망졸망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도리질쳤다. 싫다는 뜻이었다.



목욕 시러. 안할래.


 영악함이라고 해야할지, 여우짓이라고 해야할지. 자기가 하기싫은것엔 애교를 피워가며 피할려고했다. 지금도 내 가슴팍에 이마를 비비며 하기싫다고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안돼. 오늘은 해야해.

시러. 안할거야.


답지않게 떼를 쓰더니, 목욕준비가 다되었다는 소리가 들리자 총알같이 내 품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요리조리 도망다녔다. 나는 그런 아이를 잡으려 몸을 움직였다. 작은 강아지가 얼마나 재빠른지, 잡은듯하면 빠져나가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노야. 진짜 이럴거야?

....아사히.미어.


화를 내는듯한 내 표정에 지레 겁을 먹고 멀리 도망가버렸다. 방문을 열고 나가 후다닥 뛰어갔다. 나 또한 아이를 잡으려 몸을 움직였으나 넓은 집에서 그 조그마한 아이를 찾는것이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노야.



다행히도 아이는 복도끝에서 숨어있었다. 아이는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망설이는듯한 모양새로, 눈도 못마주치고 손을 꼼지락꼼지락거렸다. 



노야. 왜 목욕하기 싫어?

..목욕하면..



막. 막. 부끄러워. 아사히랑 같이 목욕하는거. 시러. 



어느새 아이의 뺨은 붉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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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올린 거 정리 겸 재업. 



모든 글은 취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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