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령들이 정말 로드를 좋아하나봐요! 로드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금발의 정령사가 그녀의 정령들만큼이나 아름답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반짝이는 꽃가루 같은 이들이 로드 주위를 돌고 있었다.

샬롯은 신기한 듯 했지만 로드는 살풋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녀의 미소에 샬롯은 눈을 반짝였다.


“있죠, 로드. 로드께선 웃으시면 정말정말 예쁜데 왜 잘 안 웃으시는 거에요?”

“…내가?”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간 로드가 심드렁히 반문했다.

알현실 안에 있던 기사들은 아닌 척 하면서 둘의 대화에 귀를 세우는 중이었다. 그들 모두 반짝이는 정령들에게 둘러싸여 가볍게 미소 짓는 로드의 모습에 샬롯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


“글쎄. 예뻐 보이기 위해 웃는 건 좀 별로인데.”

“헛, 로드 그런 뜻은 아니에요!”


샬롯이 붕붕 손을 휘저었다. 정령들이 반짝이는 꽃가루 마냥 그녀 손을 피해 이리저리 흩어졌다.


“로드는 그냥 있어도 멋지고 예쁘고 다 좋아요. 뭐랄까, 로드께서 웃으시면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아요! 전 그게 좋아서…”


그녀가 손가락을 모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었다.


“로드께서 남들에게 예뻐 보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었어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해요-라고 덧붙이는 그녀의 모습에 로드는 샬롯의 머리를 살풋 쓰다듬었다.


“기분 나쁜 건 아니었어. 샬롯이 그렇게 나를 좋아하고 있다니 고마운데.”

“헤헤.”

“로드! 저도, 저도 좋아해요!”


곁에서 둘의 대화를 쭉 지켜보던 슈나이더가 손을 든 채 폴짝폴짝 뛰었다. 그가 뛸 때마다 나는 뾱뾱거리는 효과음에 로드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이번엔 슈나이더경 머리를 쓰담쓰담 하고 있는데 알현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로드! 환상종이 성과 가까운 곳에 출현했습니다!”


로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번에 나타난 환상종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악의는 없었지만 큰 덩치와 호기심 때문에 이곳저곳을 파괴하기 때문이었다.

나타난 곳이 성과 가까운 곳이라면 민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임이 분명했다.


“기사단, 최대한 빨리 출정한다.”

“예!”





그렇게 뛰쳐나와 마주한 환상종, 그론달은 붉은 빛의 불 속성 그론달이었다.


“왕-!!!”


콰콰광-!


귀여운 울음소리와 나름 앙증맞은 솜뭉치 같은 발로 땅을 구르는 모습이 누구든 심장을 부여잡을 만큼 귀여웠지만 문제는 그 발 하나가 집 하나를 무너뜨릴 만한 위력을 가졌다는 데에 있었다.


“로드, 뒤로 물러서!”


프람이 듀란달을 들고 그녀의 앞을 막아 섰다.

로드는 순순히 그녀의 말대로 몇 발자국 물러났는데 프람의 목소리가 그론달의 귀에도 들렸던 모양인지 로드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고만 받았었지 실제로 그론달을 이리 가까이서 본 적없는 로드는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그것을 마주했고 어째서인지 그론달도 움직임을 멈춘 채 로드와 눈을 맞추었다.


“?”


정지된 상황에 다들 의아함을 품을 때쯤, 그론달이 왕- 하고 한번 짖더니 엎드린채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음, 원래 다 이런가?”

“아뇨, 원래는 기사들의 공격을 장난쯤으로 여기고 같이 놀다가 지치면 돌아가는 듯했는데, 오늘은 좀 이상합니다.”


요한이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로드의 질문에 답했다.

낑낑거리는 그론달의 모습에 다들 공격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을 때, 로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기사들이 놀라 그녀 앞을 막아 서려 했지만 그녀가 손짓으로 제지했다.

기묘한 침묵 속에 그론달이 낑낑거리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어느새 그론달 바로 앞에 다다른 로드가 그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쉬이, 착하지.”

“끼잉,”

“여기 있으면 우리가 곤란해. 나중에 신나게 놀아줄 테니 오늘은 그만 가자.”


부드럽게 쓰다듬는 로드의 손길을 느끼듯 눈까지 감고 있던 그론달은 로드의 얼굴을 한번 핥더니 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물론 로드는 몸 전체가 그론달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프람이 놀라 그녀의 망토를 풀러 내어 로드의 얼굴에 묻는 침부터 닦아 내었다.


“괜찮아?”

“응, 축축한 것 빼면.”

“그론달이 로드를 진짜 좋아하나 봐!”


그렇게 몸에 묻은 침을 털어내고 있는데 바네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 로드. …어땠나요?”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자 약간 상기되어 있던 그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론달이요! 역시 부드러웠죠? 너무 만져보고 싶었는데 하도 부산스러워서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폭주하는 듯한 그녀를 올가가 다가와 진정시키는 모양새였다.

몸에 묻은 침은 거의 다 닦였지만 이번엔 프람의 망토가 다 축축해졌다.


“미안, 프람. 이거 꼭 세탁해서 줄게.”

“괜찮아!”


곁에 있던 요한이 로드의 상태를 다시금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 그런 상황에서 절대 나서시면 안됩니다. 아무리 온순한 녀석이지만 덩치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었습니다.”

“응, 미안.”


그의 황금빛 눈에 어린 걱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진심을 담아 사과를 건넸다.

일반인 수준인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면 애를 먹는 것은 기사단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일이 마무리 되는 것 같았다.






“자자, 오늘 안 사면 평생 후회할걸?”


소란스러운 하루였던 턱에 로드는 일찍 침실에 들었고 빈 왕좌 앞에 기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프라우 레망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흠흠, 일단 보여줘야 할 거 아닌가?”


약간 뒤쪽에서 짐짓 뒷짐을 지고 있던 헬가가 조금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 그녀의 말이 신호탄이 된 듯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알았어! 일단 보기만 하는 거야. 만지는 건 산 뒤에!”


그런 그녀가 조심스럽게 앞에 펼쳐 보인 것은 다름아닌 오늘 낮의 그론달과 로드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한 두 장은 샬롯의 정령들에게 둘러싸인 로드의 모습이었다.

그렇다. 프라우는 지난번 사용가능해진 고대의 문물인 ‘사진기’를 이용해 로드의 사진을 몰래 찍어 기사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 대가는 다양했는데 주로 간식이나 프라우가 원할 때 대련해주기, 이런 것들이었다.


“이건 제 정령들도 나왔으니 제 사진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정령들과 있는 로드의 사진을 보고 샬롯이 소유권을 주장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그렇게 치면 여기 제 부채 끝부분이 나왔으니 이건 제 것이겠네요.”


라이레이가 새침하게 눈을 지그시 감은 그론달과 로드의 사진 중 하나를 가리켰다. 정말 그곳의 구석엔 라이레이의 부채로 보이는 것이 찍혀 있었다.


“부채랑 정령들이랑은 엄연히 다른 거에요! 정령들은 제 일부나 마찬가지라고요.”


둘의 투닥거림이 커지자 보고 있던 루실리카가 샬롯을, 즈라한이 라이레이를 진정시켰다.


“진정해요 샬롯. 저 사진은 제가 꼭 사줄께요.”

“와아 감사해요!”


“라이레이 저 사진은 내가 사서 선물해줄테니 진정하게.”

“흥, 즈라한이 그렇게 해준다면야.”


좌중이 다시 진정되자 프라우가 사진을 거두어 들였다.


“자자, 첫 번째 사진부터 갑니다~!”





어느 날보다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 그날의 사진은 프라우와의 대련을 약속한 루실리카와 프람, 특별식을 약속한 헬가에게 낙찰되었다.


훗날 프라우의 사진 독점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그녀의 사진기를 부술 때까지 로드만 모르는 불법(?) 사진 경매는 계속 되었다고 한다.









귀염뽀짝한 소재 제공해주신 이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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