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는 것은 잡을 수 없고, 그 흐름에 휩쓸려 가는 인간들 또한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들이 쌓아온 평생의 기억조차 말할 것이 없는데, 고작 몇 년 쌓은 기억을 잊는 것이 그리도 어렵다고. 악의 용은 줄곧 제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하트히터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벼르고 있던 말을 내뱉었다. 그가 보이지 않던 아침 내내 용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것들의 경중을 재어보았지만,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언젠가는 잊을 것들에 매여 몸을 망치는 것은 멍청한 짓일 뿐. 용은 입을 비죽이며 덧붙였다. 네가 그렇게 죽상을 쓰고 하루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네게 영생을 주었고, 네가 붙잡고 있는 그 기억들도 나중에는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아득해질텐데, 그렇게 고집스럽게 놓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

하트히터는 대답이 없었다. 말을 고르고 있는 건지 대답할 말이 없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용은 그의 진홍색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발에 채인 수많은 금괴 중 하나를 들어보였다.

심지어 기억은 만져지지조차 않는데, 이렇게 쥐고 부술 수 있는 금보다 더 나은게 무어란 말이냐.


하지만 그게 너의 기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렇게 오래도록 찾아다니던 인간 앞에 선 악의 용은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장난치지 말아라, 하트히터. 용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자신만만했던 용의 시선은 하트히터의 표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동안 점차 흐트러졌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진홍빛 눈을 하고 옥색 머리칼을 한 그의 제자가, 그가 수없이 많이 보아왔던 미소를 띈 채 대답했다. 용의 일그러진 표정과는 대조적인, 가볍고 예의를 차린, 그러나 경계심이 어린 미소였다.

용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니, 그렇다면 제 말이 거짓이 아닌 것도 잘 아시겠군요. 

전 당신을 처음 봅니다.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요.

맥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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