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허현준에 입덕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던 때였다. 유일하게 힘을 준 존재가 허현준이었다. 허현준은 산산이 조각난 유리에 비치는 햇살이었다. 그래서 허현준을 보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사람이 이성을 다루는 데는 보통 서른 여섯 가지의 재간을 부린다고 한다. 그 방면에 통달한 사람이나 이 서른여섯 가지 방법을 다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통의 사람은 그 절반도 모른다. 허현준은 통달했다. 마음을 순식간에 쥐었다 놓는다. 잡히지도 않는 감정을 가지고 논다. 에나비처럼 귀엽게 웃으면서. 


쪽빛 바다가 눈시울에 젖고, 그 눈시울에서 삼삼한 꽃들이 제 이름 기억 못 할까 근심스러운 얼굴들로 빤히 쳐다보았다.

“좋은 풍경 하나가 우리를 천국에 데려다줄까요? " 

“천국까진 몰라도 큰 위안은 되겠지요.”

문학사상 315-316권 (문학사상사, 1999), p. 94.

허현준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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