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_

순훈 외에 타 씨피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어느정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w. 에피 168








"형, 형은 내 최고의 가이드야."

"형이 내 가이드라서, 나는 너무 행복해."

"영원히 내 가이드 해줄래?"

"지훈이 형."


형은 나를 사랑해?


"하아, 후으···. "


눈을 뜨자, 온몸이 축축해진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또 개 꿈이야. 멍멍, 지독한 개 꿈. 

시선을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7시 47분. 진료까지 한참 남았는데... 다시 자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스쳐 지나간 것들을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씻어야겠네. 속옷과 옷가지를 챙기고 화장실로 들어가 한참 동안 찬물을 맞았다. 몸에 열기가 가라앉힐 때까지. 이후엔 대충 거품을 내고 또 찬물을 맞다가 수건을 두르고 금방 나왔다. 


"·····."


텅 빈 집안을 둘러보다가 안방에서 울리는 알림 소리에 발걸음을 빨리했다. 진료 가야지. 잡생각은 버리고 정신차릴 생각이나 하자. 



·

·

·



"지훈샘!! 여기 응급이요!!"

"네! 잠시만요!!!" 


한참 매듭짓던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환자에게 주위사항을 말해준뒤 고개를 들었다. 아 씨, 어디서 부르신거야···. 입술을 깨물며 온통 새하얀 병동의 모습을 쭉 둘러봤다. 응급, 응급이라고 했으니까···. 


"지훈쌤!!"

"아, 네!!" 


눈앞에 바삐 움직이는 흰 가운들 사이에서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발견했다. 정신없네, 중얼거리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환자의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여기저기 찢어진 군복에 팔, 다리, 얼굴에 상처도 많고. 가이드가 없나? 이 정도까지 다칠 전쟁은 없었는데···? 


"누구예요?"

"권순영이요. B급 센티넬인데 가이드는 죽어도 안 한다고 해서 B급 가이딩 농도를 계속 주입했었어요. 근데 그걸로는 부족했나 봐요. 아까 전까지 발작이 안 멈추더니 이제야 좀 진정됐는데···. 여전히 불안정해요." 


김쌤의 말을 들으며 환자의 얼굴과 상태를 살폈다. 얘가 권순영이구나. 더럽게 말 안 듣는다는 B급 센티넬. A 구역 본부 안에서 꽤나 유명인이었다. 능력은 좋은데, 가이드를 절대 매칭 안 한다고 생난리를 치고 맨날 도망 다니고. 하필이면 능력도 퀵실버, 속된 말로 존나 빨랐다. 


"일단 615호에 입원 수속 밟아주시고, 정신차리면 연락 주세요."

"...상담 해보시게요?"

"어쩌겠어요. 이렇게 뒀다간 죽을게 뻔한데, 해봐야죠. 가이딩 주사 조금씩 오래 넣어주는 걸로 바꿔요. 이 상태면 한동안 못나가요."

"네." 


대답을 듣고 돌아서서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진짜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한숨을 내쉬며 마른 세수했다. 사연 없는 센티넬은 없다. 사연 없는 가이드도 없다. 당장 자신의 파트너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니까. 그래도 다들 이겨내고 적진으로 가는 이유는, 먼저 간 파트너를 사랑했던 만큼의 복수심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전부였다. 대충 보니 사연이 있는듯한데... 저건 자살이나 다름없잖아.

일정한 싱크(안정도)에 도달한 센티넬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가이드 없이 의료 기술만으로 폭주를 제어할 수 있었다. 분명 저 권순영이라는 센티넬도 한때는 B급 평균의 싱크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C급의 싱크보다 낮은 것 같다. 능력만 B급이면 뭐해? 받쳐줄게 없으니 지금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폭탄인데. 


"...아. 제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에 발걸음을 멈췄다. 만약에 저 권순영이란 센티넬이 계속 가이드를 안 받는다면, 연구원 중 누군가가 담당 연구원이 되어 관리를 해야 할 것이고··· 현재 A 구역 연구원들 중 센티넬을 맡지 않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도 한 명 있었지만 얼마 전에 가이드를 찾아 내가 손을 뗐으니···. 


"...이상형이라도 물어봐야 하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다 응급실에서 벗어나서 내 방으로 향했다. 휴식이 절실하다. 동시에 내가 편하기 위해 매치해 줄 가이드 리스트를 뽑아야 했다. 



___________


"···뭐?"

"연구원님이요."

"...농담 안좋아한다."

"진짠데." 


이상형을 물어보니 냅다 자신을 가르키는 순영에 당황스러웠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표정은 싱글벙글... 


"빨리 가이드 매치 안하면 너 죽는다니까?"

"죽고 말죠 뭐. 미련은 없어요."

"...가이드가 있던 기록도 있는데, 왜 싫은거야?"

"죽었으니까요."

"...그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냥 가이드가 싫어요." 


도저히 말이 통하질 않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최후의 방법밖에 없었다. 이건 나도 사용하기 싫은데··. 그럼,


"자. 골라." 


서랍에서 가이드 목록을 꺼낸 뒤 순영에게 내밀었다. 간단한 소개 위에 사진도 있으니까 네 진짜 이상형(일부러 강조했다) 참고해서 선택해 봐. 연결해 줄게. 

나로선 내가 안 맡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순영은 일단 받더니 빠르게 장을 넘겼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거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종이 넘기던 손을 멈추고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역시나 한 명쯤은 있을 줄, 


"이지훈이요."

"그ㄹ, 뭐?" 


알았는데···. 순영의 말에 종이를 넘겨받아 내가 확인했다. 이지훈. 스물 셋. 7년 전의 기록이 붙어있을 줄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종이를 뜯어서 가루가 되도록 찢었다. 


"없어 이제."

"뭐야, 고르라고 일부러 껴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단호하게 말하니 또 한참 말이 없던 순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구원님이 내 담당해 줘요. 그럼 가이딩 안 해도 되고 좋네."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여태껏 보여주던 표정과는 달리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왜 저래 진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제발... 나 대신해줄 한 명은 있겠지!! 



"연구원님 오랜만?"

"······." 


보시다시피 실패했다.

아니 어떻게 그 많은 연구원들이 다 센티넬 한 명씩은 맡고 있는 거야?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혼란스러운 나와 달리 여유롭게 자신의 무기들을 닦고 있는 권순영을 바라봤다. 


"좋냐?"

"너어무 좋은데요?" 


저번과는 딴판으로 싱글벙글인 얼굴에 한숨을 내쉬었다. 


"가이드는 싫고, 연구원은 좋고?"

"연구원님이랑은 가이딩 할 일 없잖아요, 그리고 얼굴이 제 취향이시라." 


헛소리 남발하며 전장에 나갈 준비하는 순영을 뒤로하고 가이드 라인으로 향했다. 가이드 전용 복장이 있는 사물함에 서서 옷을 하나씩 챙겼다. 하··· 이 짓 다신 안 할 줄 알았는데. 혹시 모르니 몸에 지닐 총기를 살펴보고 있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 뻔하지···.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 궁금한 표정을 지은 권순영이 서있다. 


"왜."

"연구원님은 왜 준비해요?"

"같이 가야하니까."

"엥, 센티넬 따라다니기엔 너무 높은 직책아니신가?"

"...개인적인 사정이다."

"말해주면 안돼요?"

"응." 


쫓아다니며 조르는 권순영을 뒤로하고 탈의실로 향했다. 귀찮다. 귀찮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눈앞에 선명했다. 권순영 준비하는데 옆에서 같이 준비하고, 의료 약품 챙겨서 차에 올라타고. 같은 차에 탄 가이드·센티넬들의 애정행각도 봐줘야 하고···. 고통스럽네. 


"준비 다했어요?"

"응..." 


무거운 몸을 이끌고(사실 그냥 옷보다 가이드 옷이 더 가벼워서 무겁진 않았지만···) 탈의실에서 나와 순영에게 향했다. 가자. 


"어딜요?"

"차타러."

"차 안타도 되는데?"

"...그럼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저한테 안기시면 되는데?"

"...니 텔레포트 능력 아니잖아."

"하지만 그만큼 빠르죠." 


또 그 여유롭다는 미소를 지은 순영은 자신의 팔을 활짝 벌렸다. 이리 와요. 분명 몸 접촉을 싫어해서 가이딩을 거부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냅다 안기라니. 미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이상해. 뭔가 말리는 기분이야···. 


"어서요! 우리만 늦겠어요."

"······." 


쭈뼛쭈뼛 다가가서 바라만 보고 있으니 순영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야, 천천히..! 소중하게 구급상자를 품에 넣고 순영의 품에 안겼다.


"으악,"

"자 갑시다. 꽉 잡으세요. 연구원님." 


순식간에 시선이 천장으로 향하고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살긴 해야겠어서 순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진짜 말 그대로 '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연구원님."

"...어?"

"도착!" 


한 5분 지났을까. 차로 40분은 걸리는 거리를 순식간에 도착했다. 그렇게 도착해서 힘든 기색 하나도 없는 순영에 의아할 뿐이다. 


"아직 차는 도착 안했나봐요. 이리와요." 


익숙하다는 듯, 근처 언덕 아래에 잘 안 보이도록 몸을 숨긴 채 앉은 숝영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나는 그 상황을 바라보다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에 자리했다. 

아직 다른 팀이 싸우고 있는 적장은 온갖 고통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학무기는 물론이요. 센티넬들의 능력에 상대방은 고작 일반인들이니까. 


"괜히 일찍왔네요. 좋은 꼴도 아닌데."

"······." 


순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짝 귀를 막았다.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저 고통에 젖은 신음들 사이로 그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다정하게 달콤하게. 애정 어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 같아서. 


'지훈이형,'

'사랑하는 지훈이형.'

'왜 나 데리러 안왔어.'

'왜 형만 살았어?'

'왜, 왜!!!!!!!!' 


"이지훈!!!!!!" 


큰 목소리에 순간 눈을 번쩍 떴다. 언제 내 몸을 돌린 건지. 웅크리고 있던 몸은 순영을 바라보도록 되어있었고. 순영은 내 몸을 당겨 자신의 품 안에 가뒀다. 그리고 귀를 막고 있는 내 손 위로 따뜻한 순영의 손이 얹어졌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시야에는 오로지 순영만이 가득했다. 


"나 봐요, 저기 보지말고." 


입모양을 최대한 크게 뻥긋거리며 하는 말에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렇게 5분, 10분. 15분.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그저 순영의 품 안에서 오로지 순영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무서워하는 건 난데, 자기가 더 심각한 표정을 해서 조금은 웃겼다. 뭐야 저 표정은, 


"...이제 됐다. 괜찮아요?"

"...어 괜찮아. 땡큐."

"일찍 오지 말걸 그랬네요."

"...뭐···. 상관없어."

"상관없기는, 그러니까 왜 따라왔어요."

"...그런 게 있어." 


악몽에 시달리는 것보단 귀 막고 차 안에 있는 게 나으니까. 그래서 여태껏 차 안에서 버텼는데, 이번에 맡은 센티넬이 이 정도로 능력이 좋을 줄은 몰랐네. 한참 시끄럽던 주변이 고요해졌다. 아마, 일반인들에게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누군가 손을 쓴 거겠지. 전장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는 이상 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봉고차 타고 올게요."

"됐거든, 너 엄청 답답해 할 걸?"

"그러면 일찍 와서 계속 안겨계시던가."

"···지 생각을 해줘도 말본새가··· 아 몰라, 나와!" 


순영을 밀쳐내고 몸을 털고 일어나는데 어디서 악 소리가 들리더니 순영이 뻗어있었다. 내가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서 어딘가에 부딪힌 듯싶었다. 어... 너 뭐 하냐? 


"겁나 아파요ㅠ"

"...참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구석에 두었던 응급 박스를 챙겨 옆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머리라도 깨졌냐? 


"...! 야!"

"흐흫," 


가까이 다가가서 구급상자를 내려놓자마자 순영이 내 손목을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덕에 순영의 위로 엎어졌는데. 정작 권순영은 멀쩡히 상체를 일으켜 나를 꽉 안았다. 왜 이래? 내가 지 가이든 줄 아냐?


"숨 막혀! 왜 이래 진짜?"

"이상하네, 왜 연구원님을 안으면 가이딩 받는 느낌일까요? 시원하고 기분 좋은···."

"어! 차 온다!!" 


순영의 말에 서둘러 저 멀리 오는 차를 가리켰다. 굿 타이밍. 

빠르게 달려온 봉고차 안에서 순영과 같은 조 센티넬, 가이드들이 우르르 몰려내렸고, 모두들 먼저 도착한 순영에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야, 너 왜 이렇게 빨ㄹ,"

"조용히 해. 나 원래 빨리 오잖아~ 왜 기억을 못 하실까?" 


벌떡 일어나서 친구로 보이는 센티넬의 입을 막은 순영은 재빠르게 전장으로 향했다. 친해 보이네. 남겨진 가이드들과 함께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열을 맞추고 전투태세를 한 센티넬 사이. 권순영은 가만히 서있었다. 뭐 하는 거야 쟨. 


'이따봐요.' 


시선을 돌려서 이쪽을 향해 입을 뻥끗 거리다가 미소를 짓곤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쟤 왜 혼자 사라져? 


"이지훈. 몰랐어? 권순영 능력?"

"...아니 알긴 아는데···." 


오랫동안 봐왔던 가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쟤 빠른 게 능력 아니야? 


"그치. 그래서 적군 혼란도 줄 겸, 순식간에 적군에 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지."

"...아." 


그래서 상처가 많았던 건가. 적군까지 가니까? 


"너 쟤 가이드 된 거 아니였어?"

"미쳤냐? 내가 왜."

"...아니 뭐, 아까보니까 사이 좋아보이길래."

"···가이드 다신 안 해. 못해."

"네가 그렇다면야, 강요하진 않는데... 너···."

"...뭐. 왜."

"···됐다. 그냥 연구원일이나 열심히 해라. 힘내."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싸움을 바라봤다. 권순영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내가 다신 가이드 할 일은 없을 거야. 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못하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정주면 안돼. 절대로. 


-----------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삼 개월이나 권순영의 뒷 바라지를 했다. 사실상 다른 센티넬을 맡았을 때와 다름없는 일정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야 권순영, 너...!"

"히히." 


적군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센티넬은 또 처음이라. 매번 폭주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서 겨우 돌아오고. 안 그래도 센티넬은 나이를 먹을수록 싱크가 떨어져서 일찍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도 멀쩡한데 싱크가 안 맞아서 20대에 은퇴하게 생겼네. 아니면... 일찍 죽던가. 

그 덕에 내 수명도 줄어드는 것만 같다. 맨날 끝날 때쯤 차에 실려 가니까 응급실로 내가 따라가서 봐주고, 깨어나면 잔소리하고. 무한 반복이다. 그리고 며칠 쉬다가 또 나가고.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아."

"예? 왜요? 연구원님이 왜 죽어요."

"...뭘 정색을 하고 그르냐. 그냥 그만큼 힘들다고." 


가끔 짓는 권순영의 무표정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평소에는 헬렐레인데 이상한 포인트에서 냉해져서는. 


"준비 다했으면 가요."

"으엉..."

"이리와요. 오늘은 우리가 늦을지도?"

"맨날 그소리. 그래놓고 20분 일찍 가서 어? 내가 총소리 들어야 하고!"

"그래서 내가 막아주잖아요, 어서요."

"···참나." 


쯧, 혀를 차면서도 몸은 이미 권순영에게 안겨있다. 첫날은 그냥 봉고차 타라고 하더니만. 이상하게 가이딩 되는 것 마냥 형 안고 전장 가면 더 잘 되는 것 같다면서, 충전? 한답시고 일찍 가는 바람에 나만 곤란했다. 가이드라고 말만 안 할 뿐이지, 가이딩이 되고 있으니···. 권순영이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뭐야. 진짜 오늘은 바로 들어가야 하네?" 


순영의 품에서 내려 전장을 바라보니, 이미 순영의 팀이 열을 맞춰 대기 중이었다. 앞팀의 교체가 들어올 때까지의 기다림을 시작한지 꽤 되어보였다.


"그렇다니까요. 경보 울렸어요. 적군에서 인간의 힘이 아닌 게 측정된대요."

"나한텐 그런 말 없었는데···. 그러면, 적장에 센티넬이라도 있다는 거야?"

"글쎄요? 그리고 연구원님은 아까까지만 해도 자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못 듣죠, 잠만보."

"뭐 인마?"

"저 갈게요 이따 봐요. 조심하구요." 


순영은 내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추곤 미소 지었다. 멋있는 척이 늘었어. 


"···내가 조심할게 뭐가 있다고." 


또 전장에서 사라진 순영을 찾다가 포기했다. 빠르긴 진짜 빠르구나. 어깨를 으쓱이곤 뒤돌아 가이드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했다.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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