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면 감기 걸려요.”

어둠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토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오랜만의 휴식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본업과 부업을 며칠 동안 쉬지 않고 활동한 후 한 번에 몰아서 잠을 자는 게 그의 버릇이었다. 정신없이 자는 사이 옷이 어깨에 흘러내린 게 느껴졌다. 이불이 엉망으로 얽혀 있는 것도, 머리가 헝클어진 것도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자는 게 휴식을 제대로 취하는 것 같았다.

나토리의 뺨과 목에 긴 머리카락이 닿았다. 마토바는 그에게 몸을 숙여 그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뺨에 손을 대고 귓가 근처에서 나토리를 깨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잠들어 있었다. 어깨에 흘러내린 옷을 정리해주고 있을 때 귀찮다는 듯한 몸부림을 치자 마토바는 장난치듯 나토리의 옷을 더 만져주었다.

“조금 있다가 또 가야하는데.”

나토리의 옆에 누워 그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웃었다. 마토바 목소리에 나토리는 무언가 대답하듯 목소리를 냈지만 잠깐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 잠결에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베개처럼 끌어안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평소에 먼저 하지 않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마토바는 그런 나토리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말없이 끌어안았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다가 사소한 행동도 멈추고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블라인드가 내려간 어둑어둑한 방에서 얕은 빗소리가 전해져왔다.


나토리가 제대로 눈을 떴을 땐 침대에 아무도 없었다. 침대시트에 난 자국과 약간의 온기만 누군가 있었다는 흔적이 작게 남아 있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그는 자면서 들었던 목소리를 기억해내 보았다. 그러다 급하게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어갔다. 텅 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두운 탓인지 유독 서늘했다.

나토리는 현관 앞으로 걸어갔다. 신발장엔 자기 신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지만 마토바가 이곳을 지나쳐갔단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현관 앞에 서 있다가 그는 천천히 거실로 걸어갔다. 소파에 앉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몇 번 만졌다. 언제나 제멋대로 와서 있는 듯 없는 듯한 흔적을 남기고선 제멋대로 사라지곤 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지만 또 제멋대로 찾아온다. 그런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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