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 오타O





드디어 이와이즈미가 이혼을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자그마치 기다렸다.






“ 어서와, 이와쨩. ”







W. 또아 (@DDOARAQ)

* 나이와 학교는 한국 기준으로 했습니다.










띵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먼저 반응은 한 것은 이와이즈미였다. 작은 화면을 통해 보이는 얼굴은 낯선 꼬마. ‘집을 잘못 찾아 온건가?’라고 생각하며 등을 돌리던 이와이즈미 귀에 다시 한 번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것에 마지못해 현관문으로 나선 이와이즈미였다.


“무슨 일이니 꼬마야?”


“안녕! 나는 토오루 5살! 엄마가 이거 주고 오래!”


작은 오이카와가 내민 손에는 이사 선물이라고 잘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간단하게 적힌 종이 상자가 있었다. 작은 그 손을 잠시 바라보던 이와이즈미는 ‘고마워, 토오루.’라는 말을 하며 그 상자를 받았다. 이어지는 ‘형아는 이름이 뭐야?’ 라는 오이카와의 질문에 ‘형은 이와이즈미 하지메라고 해. 11살이야.’ 그런 이와이즈미의 대답에 제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보는 오이카와였다. 열 손가락뿐이 안되는 손으로 11이라는 숫자를 세려던 오이카와는 이내 포기를 하고 베시시 웃으며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형아 나이는 내 손가락으로 다 못 세!”


그런 오이카와를 바라보던 이와이즈미가 손을 뻗어 오이카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것이 5살 오이카와와 11살 이와이즈미가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로 이와이즈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오이카와로 인해 둘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절친한 소꿉친구가 되었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이름 그대로 불렀고 오이카와는 자신보다 손 위인 이와이즈미를 이와쨩이라고 불렀다. 몇 번이고 그 호칭을 바꿔 보려던 이와이즈미는 고집 센 오이카와에 두 손 두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모르겠지만 어린 오이카와는 동네 유치원에서 잘생긴 어린이로 인기가 꽤 많았다. 그 사실은 이와이즈미만 몰랐다. 오이카와는 좋아한다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부터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나중에 이와쨩이랑 결혼할래!”


그리고 그 때마다 이와이즈미는 말했다.


“크면 생각해볼게.”




오이카와가 이사를 오고 3년이 지났다. 8살이 되는 1월 1일, 오이카와는 드디어 이와이즈미와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쁨을 가지고 이와이즈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곧이어 열린 문 앞에 서있는 것은 제가 찾던 이와이즈미.


“이와쨩!”


“새해 첫 날부터 웬 소란이야. 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나 이제 8살이야! 이와쨩이랑 이제 같이 학교 갈 수 있어!”


“미안해서 어쩐다, 나는 올해부터 중학생인데. 넌 초등학생이고.”


“중학생? 난 초등학생? 그럼 나 이와쨩이랑 같은 학교 못해?”


“뭐, 일단은 다른 학교니까?”


“으아아아아아앙! 엄마!! ”


초등학생이 된 8살 오이카와와 중학생이 된 14살 이와이즈미. 기어이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사실에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제 집으로 돌아가는 오이카와였다. 그런 오이카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얕은 한숨을 내뱉으며 오이카와의 집으로 향하는 이와이즈미였다. 그리곤 제 방 침대에 이불을 감싸고 누워 울고 있는 오이카와를 달랬다.


“그래도 근처 학교니까 나랑 등교는 같이하자. 그러니까 뚝.”


그 말에 ‘정말? 정말이지?’를 연신 회쳐대던 오이카와가 눈물을 그치고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쪽- 그리고 가볍게 이와이즈미 입에 뽀뽀하는 오이카와였다. 아직은 어린 오이카와였다.


느리다면 느리게 빠르다면 빠르게 시간은 흘렀고 오이카와가 11살이 되고 이와이즈미가 17살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전까지 느껴지지 않던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는 부쩍 키가 자랐고 남자다워졌다. 오이카와는 조급해졌다. 제가 알던 이와이즈미가 아닌 기분이었다.


“이와쨩 고등학생 된거 축하해!”


“아, 고맙다.”


“고등학생이면 이제 어른아냐?”


“아직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난 먼저 간다.”


여전히 초등학생인 오이카와와 고등학생이 된 이와이즈미 사이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와이즈미는 어린 제 소꿉친구와 노는 시간은 줄었고 이와이즈미는 이와이즈미대로 오이카와는 오이카와대로 자신의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났을까, 오이카와는 자신의 집에 놀러온 이와이즈미 어머니를 통해 이와이즈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색함에 말을 섞은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이와이즈미에게 달려갔다.


“오랜만이다, 오이카와. 잘 지냈어?”


“이와쨩. 여자 친구 생겼다며?”


“아,뭐. 일단은?”


여자친구를 생각하는지 붉어진 이와이즈미의 귀 끝은 본 오이카와가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와쨩 못생겼으니까 분명 여자 친구도 못 생겼을 거야!”


“이게, 못하는 말이 없지. 안타깝지만 엄청나게 귀여워.”


“아냐! 그럴 리 없어! 이와쨩 못 생겼으니까 그럴리..”


“오이카와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이 있어서 투정이야. 말을 해.”


“..... 이와쨩 나랑 결혼해준다고 했으면서 여자 친구는 왜 사귄거야!”


“그게 언제 이야기야, 오이카와. 어렸을 때잖아.”


“나는 이와쨩이 좋아! 그러니까 이와쨩은 여자 친구 없어도 돼!”


“남자랑은 결혼할 수 없어. 너도 알잖아? 집으로 돌아가. 나중에 얘기하자.”


“나 이제 이와쨩 안 볼거야! 안 볼거라구!”


제 화를 이기지 못한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지나쳐 집으로 향했다. 오이카와의 말대로 오이카와는 더 이상 이와이즈미를 찾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와이즈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좀 더 커서 멋진 모습으로 이와이즈미를 놀라게 해 줄 것이라는 어린 아이다운 생각을 했을 뿐이다.


이와이즈미는 17살 사귀었던 첫 여자친구와 고등학교 3년을 함께 보냈고 서로 다른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둘이 헤어지게 되었단 소식을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오이카와였다. 14살 중학생이 된 오이카와와 20살 대학생이 된 이와이즈미였다. 여전히 이와이즈미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한 걸 알면서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그저 기쁜 오이카와였다.


이와이즈미는 타지로 대학을 갔고 3년이란 시간동안 한 번도 제 본가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이른 취업으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 뿐. 오이카와는 17살 고등학생 이와이즈미는 23살 직장인이 되었다.


정변의 정석이라고 할 정도로 잘 큰 오이카와는 남학교였던 중학교와 다르게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는 꽤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많은 고백 속에서도 오이카와는 늘 ‘미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라며 거절하기 바빴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이카와는 그대로 신발을 제대로 신지도 못한 채 제 옆집을 향해 뛰어가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처음 이사를 왔던 그 날처럼 문을 열고 서있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이와이즈미에게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날 이후로 7년만의 만남이었다.


“뭐냐, 괜찮아? 너 신발 제대로.. 윽-”


이와이즈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 품에 이와이즈미를 안은 오이카와였다.


“오랜만이야, 이와쨩.”


“숨 막힌다, 오이카와. 잠깐 놔 줘.”


“앗, 미안 미안 이와쨩, 너무 반가워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그나저나 많이 컸네.”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의 눈높이가 일직선으로 마주쳤다. 7년 전 어린 오이카와는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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