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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정국 시점 

-지민의 집은 주택입니다!


 

- 세상에 별 사람 다 있다더니 정말이었잖아.

- 돈 노리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한둘인가, 뭐.

- 그래봤자 트로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고.

- 저 집안이 아직까지 가만 두는 것도 그렇게 사랑해서라던데.

 


그때 제일 원망스러운 것은, 나를 그런 상황에 놔 두고 다른 사람에게 붙잡혀 있는 당신도 아니었다. 그런 말을 듣던지 말던지 나를 내버려두는 시댁 식구들도 아니었다. 내버려두는 게 다행이었지. 본인들이 하지 않는 대신 다른 이들을 시켜서 내가 그런 말을 듣게 했으니까. 그 순간 제일 후회되고, 이런 비 오는 날 밤에 이불을 물고 뜯게 만든 것은 이런 상황을 자초한 나 자신이었다.


- 이럴 줄 모르고 결혼한 거 아니잖아.

그리고 당신의 그 아팠던 말 한마디.


-  뭐, 어째서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잠이 많이 와서 말이야. 커피를 먹어도 잠이 오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 마치 내가 당신 생각을 가끔 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또 이겨내야 할 것들이지. 비 오는 날은 전혀 생각에 도움이 되질 않았다. 보통 이런 날은 당신도 나도, 어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게 이혼인 줄 알았으면, 하지도 않았을 거야. 


지민은 비가 내리는 창을 보기가 싫어 암막커튼을 쳐 버렸다. 커튼을 쳐도 냉기는 막아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결혼도 마찬가지고. 알면 안했을걸.


 잠시 비 내리는 기분에 취해 볼까. 지민은 팝송을 틀고 핫초코를 봉지째 찢어서 머그에 담았다. 미떼도 맛있지만 스위스미스가 갑이지. 잠시 자신의 취향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바뀌어 놓은 것도 다 그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주는 대로 먹었는데 그게 좋았긴 하더라구. 누군가에게 변명하듯이 끓어오르는 전기 포트에서 물을 부어냈다. 커피는 70도가 딱이래. 그런 상관도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리듯이 생각나는 것만 빼면 완벽했다.


 물을 탄 핫초코도 맛있었지만 역시 따뜻한 우유에 섞은 핫초코를 이길 수는 없었다. 어쩐지 밍밍한 기분에 입맛이 오히려 썼다. 어렵게 살다가 부잣집엔 살 수 있어도 부자로 살다가는 못 산다더니. 이런 걸 두고 한 말일까. 지금 내가 누리는 삶은 그저 밍밍하기만 한 삶인 걸까. 이렇게 굳이 어렵게까지 살아 나가야 할까. 


 잠시 안 좋은 생각이 들기에 잔을 내려놓고 뺨을 가볍게 쳤다. 안 되지, 이젠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부터는, 적어도 내가 혼자 헤쳐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쏴아아 내리는 빗소리가 지민의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아 주었다. 혼자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고, 그런 만큼 정신도 더욱 똑바로 차리고 나가야 했다. 자신이 겪은 삶은 쉽지 않았고,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이다. 삶은 연약한 이에게 더욱 잔인했다. 애초에 이런 고난 또한 자신이 연약했기에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종류의 자기연민과 혐오가 동시에 존재했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복수심이 이렇게까지 가슴 한가운데를 강하게 치받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를 향한 울분과 미움 또한. 


 나는 이제 혼자를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민은 머그잔을 감싸며 온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창문에서 계속 한기가 들어오기에, 지민은 창가 쪽으로 가서 베란다 문을 더 꽉 잠글 심산이었다. 몸을 어떻게든 좀 따뜻하게 해야 하니까...감기라도 걸리면, 지금은 약도 못 먹는데. 싸늘한 냉기는 더 이상 싫었다. 빗소리가 수확철에 나무를 치면 우두두둑 떨어지는 밤 소리와도 같았다. 그렇게 떨어지는 빗물은 창문을 때리고, 창가 아래에 서 있는 누군가의 두상을 타고 그대로 흘러내렸다. 잘생긴 두상이구나, 빗물은 그렇게 생각할까?


 남자의 머리는 검었다. 밤하늘 아래에 무언가는 더더욱 검게 보이기 마련이지만, 남자는 유독 검었다. 춥지도 않은지, 가죽 자켓을 입고 검은 진을 입고 검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얼핏 보면 20대 중반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30대 초입에 들어서는 남자였다. 청년과 장년의 어드메에 서 있는 애매한 나이대였다. 어딘가에서 계속 치이는 것이 일상인 사람으로써. 인생은 그에게 편하게 산다며 유혹했지만, 그만큼 견뎌내야 할 것도 속박도 많았다. 늘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막말을 하듯이, 인생은 그에게 그런 식이었다.


 내 처자식 하나 못 지키는 병신이 어딨냐고.


 정국은 늘 지민과 미래의 가정을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생각했다. 지민을 위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고,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만 미래는 더욱 누릴 거라 생각했다. 일부분은 맞았다. 분명 자신의 노력은 의미없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은 계열사에서 미약하지만 조금 더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가 험담을 하더래도 자신의 실력으로서는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 기회 자체에 대한 욕을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미안하지만 이 자리는 본래 내 것이었고 그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겠다. 왜냐면 나도 내 가족이 있었으니까. 

 먹고 사는 것은 원래 치사한 것 아니던가?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먹고 산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뼈와 살을 베어먹고 사는 것이잖아.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인데, 다 똑같은 처지면서 누군가를 상대로 욕을 하고 뒷말을 한다는 것은 참 꼴불견이었다. 어차피 다 내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하는 주제에. 


 그래도 그 사람들은 소박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가족 하나는 지킬 힘이 있겠지.

나는 아무것도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 지민도, 지민과의 첫 아이도.....

 지민과의 신뢰 또한.


 신은 공평하다는 그 명제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 자리에 앉아 회사를 호령하는 것도, 다 집 안에 들어가면 무의미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 지민과 이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선자리를 요구하는 집안도, 그 숨막히는 무거운 공기도? 때로는 거대한 손실을 감수해 나가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모두 다? 


과연 당신은 내게 공평했던 적이 있던가요? 

 예? 신이시여.


빗 속에서 남자는 오열했다. 

 

" 아무도 주어진 운명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내가 더 편하겠지. "


남자는 지민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해내고 더더욱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그 한마디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후벼팠던지. 


 이렇게 속죄하나마 비를 맞고 이 밤을 보내면, 적어도 그에게 미안한 자신의 마음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닿지 못하더라도 그저 자신의 죄책감이라도 흘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남자는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이해하며, 영혼에 대한 동정을 보낼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지민이 지금의 자신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아마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던 눈빛 그대로. 다시는 보지 말자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집에서 나갔던 그 모습 그대로. 얼마 전 자신의 집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 눈빛은 그대로였다. 다소 부드럽게 누그러졌어도, 자신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다시 예전의 사나운 말이 오갔다. 잠시, 아주 잠시 예전 그대로 같다는 희망은 금세 증발해 버렸고. 어째서 자신은 돌아가는 것, 또 돌이키는 것에 그렇게 재능이 없는지. 한심한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것이 이 나이 먹어서도 똑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는 울다 웃다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지민은 그렇게 냉혈한은 아니었다.감기 걸린지 얼마나 됐다고, 저러다 폐렴 걸리지.

아무리 밉고 내버려 두고 싶어도, 이미 예전의 정이라는 것은 그 모양이 희석되었다고 해도, 그냥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되었다. 어쩌면 어떤 작은 천사가 알려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저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을 본 것은 오랜만이기도 했고, 자신 또한 저 남자처럼 고통스러워 봤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외도한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이 추운 비 오는 날 밤에 와서 불쌍한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저버리는 일도. 지민은 전남편이었던 그를 잘 알았다. 하늘 높은 자존심에 저러고 있다는 건 참 별꼴이었다. 저렇게까지 처절하게 속죄하는 것도 처음 본 일이었고. 늘 자신 앞에서는 감정을 아끼고 자신 뒤에서 사랑이든,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첫 아이를 잃었었다고 조심스럽게 정국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 때 정국은 잠시 말이 없어졌었다.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걷어찼던 것은 다름 아닌 너라고. 그렇게 선고하듯 뱉었던 말에 저만큼 상처를 받았던가 보다. 자신도 참 어리지, 저번에 집에 찾아갔을 때 자신도 모르게 홧김에 뱉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아무리 요즘 감정이 예민해졌다고는 해도. 이렇게 충동적이지는 않았는데.


 지민을 한숨을 내쉬며 정국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오래 가고, 지민은 한숨을 또 내쉬었다.   





(주접칸)

대감마님들 반가워요!ㅋㅋㅋㅋ

전 다시 백수의 삶을 살고있습니다

그래서 연재텀이 짧아질 것 같네요ㅋㅋ

정식 취업전에 저인간들 어떻게든 마무리시키고

뭘 하든 뭘 시켜야겠어요

이젠 보는 제가 다 지쳐서리ㅠ


막장 지민이(?)가 전투사가 되는것이 넘 좋네요

막장도 재밌는 막장이  있고 노잼막장이 있는데

전 제  스스로 수습을 못해서 만든 막장입니다ㅋㅋㅋㅋㄲㅋㄲㄱㅋ하..막장도 아무나 쓰는거아니엇구..

주접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편은 좀더 라이트하가게 가져오겠습니당

그래도 가정의 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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