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은 사람 없는 유치장 구석에 홀로 웅크려 앉아있었다.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세운 채 몸을 구긴 조승연은 젖은 얼굴을 양 무릎에다 푹 파묻고 그렇게 앉아있었다. 조승연은 자꾸만 흐르는 것들을 그냥 내버려뒀다. 쭐쭐 새는 콧물은 아무리 들이마셔도 계속 나와서 이미 양 무릎이 축축했다. 주인님은 괜찮을까? 주사는 맞았겠지? 주사 맞으면 금방 낫는다고 했으니까, 아마 지금은 괜찮아졌겠지?

손을 들어서 지저분해진 얼굴을 훔쳐 닦고 싶은데 도통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꿈지럭이지가 않았다. 이러니까, 꼭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자주 꾸는 악몽 속, 거기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작은 방 안의 나. 네모난 공간에 웅크려 앉은, 주인이 올 때까지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나. 난 다시 주인님을 볼 수 있을까.

조승연은 원래부터 경찰이 싫었다. 경찰을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달려들어 다 물어 뜯어버리고 싶었다. 정말이지 경찰이 싫었다. 첫 번째 주인님을 빼앗아 간 것도 경찰이다. 그날 그들이 첫번째 주인님을 끌고 간 순간부터, 다시는 첫번째 주인님을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경찰이야. 승연은 경찰이,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또 경찰이 주인님이랑 나를 떨어트려 놨어. 하나 다른 건…. 이번엔, 주인이 나한테서 떨어진 게 아니라 내가 주인한테서….

승연이 무릎으로 하나씩 짓뭉개고 있는 제 눈알에 지독한 압력을 느꼈다. 뜨겁고 저리고 답답하다.

보고 싶어. 와서 안아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주인님 나쁘다고 엄청 혼냈으면서, 내가 없어져 버렸지만… 그래도 꼭 와서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젠 두 번 다시 볼 수 없겠지. 첫번째 주인님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볼 수 없겠지.

승연은 계속해서 훌쩍였다.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자꾸 나왔다. 조승연도 알고 있었다. 경찰이란 나쁜 사람을 잡아가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이란 걸. 그 때, 그 방에서 끌려나올 때, 경찰들은 첫째 주인님이 나쁜 사람이라 데려가는 거라고 말했다. 앞으로 영영 같이 살 수 없다고도 했었다. 그리고 아까 날 끌고 올 때는 내가 나쁜 강아지라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나는 나쁜 강아지라서 다시는 주인을 볼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나빴던 거야. 내가 바보라서. 한글도 빨리 못 읽고, 주인이 뭘 먹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무슨 약을 발라야 하는지 몰라서. 복통이나 찰과상 같은 말들을 몰라서.

승연은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경찰에게 잡혀가야 할 만큼 나쁜 강아지가 싫었다. 조승연은 조승연이 너무 싫었다. 바보 같은 조승연. 멍청한 조승연. 나쁜 조승연. 조승연. 조승연. 조승연…


“조승연!”


벼락같은 소리가 울리고 유치장 안으로 인기척이 확 끼쳐든다. 승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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