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강대한 군사력으로 만들어낸 가마돈 제왕의 아들이자, 안대 카이의 주인이자, 그를 아끼는 한 명의 사람인 로이드는 그의 아버지 몰래 실험체에 대한 시험이 실행되는 숨겨진 랩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받은 탓에 이런 곳에 잡입하는 건 누워서 떡 먹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가마돈의 아들인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무수히 많았지만, 가마돈은 그 중에서도 딱 한 곳인 이 랩만큼은 그에게 출입을 금지한터였다. 그리고 성장기 소년의 호기심은 아버지가 내린 명령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했다. 

랩 안은 고요했다. 규칙적으로 데이터를 뽑아내는 기계와 감시 카메라만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였다. 그는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감시카메라는 그를 인식하지 못한 듯 했고, 로이드는 그가 구한 조력자가 감시카메라를 해킹해서 다른 장면을 보여주고 있을 동안 카이를 구해야 했다. 가마돈은 로이드가 제대로 실적을 못내는 것이 카이의 탓이라고 여겼고, 그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빼았아가기로 결정했다. 어떤 사람이든 랩에 들어와서 가마돈이 원하는 대로 개조당하면, 그의 말을 착실히 듣는 부하가 되었으며, 그 사실을 아는 로이드는 그걸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다.

로이드는 랩의 서랍에서 실험체의 데이터를 기록한 서류를 찾아냈다. 알파벳 순으로 정렬된 파일철을 넘기면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찾아냈다. 카이 스미스. 로이드는 서류를 쭉 훑어서 그가 무슨 실험을 받았는지 확인하려 했다.

불의  원소 보유자. 로이드 몽고메리 가마돈 부대 소속. 훈련을 받았으나,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 있어서 사람을 죽이길 거부함. T-code 약물 투여. 결과로 200명 넘게 거주하던 마을을 불태우고 기절한 후 깨어남. 이로 인한 죄책감으로 힘을 쓰는 것을 거부함. E-code 약물 투여. 원소의 힘이 이전보다 강화됨. 감정을 자제시키는 부분을 약화시켜서 특정 감정을 분출하도록 만듬. 저항군 기지의 핵심 부분을 파괴 후, 그들을 죽임. 생존한 이는 극히 적으나, 그리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 이후 작전 시행중에 상관인 로이드를 납치해서 탈주함. 붙잡힌 뒤에 W-code 약물 투여. 기존의 기억 소거. 특별 훈련을 교육시킨 뒤에 투여함. 기억이 사라졌으므로 이전에 대한 일에 대한 죄책감이나, 후회 등 과거로부터 비롯된 감정이 사라졌을 것으로 판단됨. 

로이드는 마지막 줄을 읽고 나서 손이 후들거렸다. 저항군 기지 작전 이후, 카이는 정신이 불안해졌다. 아마 약물의 영향이 미친 부작용일게 분명한 증상으로 인해, 로이드를 껴안고는 했으며 그런 일이 한참을 지속된 후, 마지막으로 진행되었던 작전에서 로이드를 껴안고 탈주했었다. 가마돈의 군대의 소속된 이들은 모두 그렇듯이. 로이드와 카이의 몸 안에도 위치 추적 장치가 삽입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붙잡혔다. 가마돈은 아들을 납치한 애송이를 살려두고 싶지 않았으나, 로이드가 그에게 무릎 꿇고 빈 탓에 죽이는 것 대신 기억을 소거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카이와 로이드 둘다에게 내리는 처벌이였다.

로이드는 기억 소거를 진행시키는 약물이 카이에게 투여되지 않았기를 바랬다. 카이는 이곳에서 자신을 지켜주며 위로해주는 소중한 이였으며, 그의 하나 뿐인 친구였다. 그런 그가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이전의 그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로이드의 어머니에 이어서 그까지 잃어버릴 수 없었다. 그는 서류의 표시된 번호를 따라서 실험체가 갇혀있는 관을 찾아냈다. 그는 관에 달려있는 버튼을 작동시켜서 관의 뚜겅을 열었으며,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빈 관을 쳐다보다가 랩의 불이 켜졌다. 그는 몸을 숨길 곳을 찾다가 관 속으로 들어갔고, 그가 눕자 관은 자동으로 닫히면서 그 자리로 들어갔다. 그가 있었던 걸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떨어 뜨린 서류 뿐이였다.

랩의 총 책임자, 하루미는  빈 랩을 둘러보았다. 감시카메라의 화면이 이상한 것을 보고 직접 확인하러 들어왔는데, 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군이였던 가마돈이 그녀를 납치하고, 황실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개조시키며, 황제와 황후를 죽이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 무자비함을 가진 가마돈이 그녀를 살려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였다. 명분이였는지, 아님 그저 자신이 가지고 놀 장난감이 필요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생존해 있었고,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승진했다. 그녀는 얼마전 가마돈에게 프로잭트 하나를 받았고, 가마돈은 그것을 비밀스럽게 진행하라고 말한 터였다. 그녀의 허리띠에 달려 있는 약물은 그 프로잭트의 일환이였고, 그녀는 그것들 중 하나를 카이에게 투여했다.

기억을 소거하는 약. 카이 스미스는 일년전부터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고, 그로 인해 과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저항군의 기지에서 그의 동생을 보았기 때문이였을까. 그는 그 작전 이후 로이드와 니야를 동일시했으며, 로이드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서 그를 납치해서 작전에서 벗어났을 때, 가마돈은 분노했으며 그를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의 제작 날짜를 보면 그녀의 생각보다 오래되었으며, 로이드가 아니였더라도 가마돈은 카이를 개조할 명분을 찾았을 것이였다. 프로잭트는 총 두가지였다. 기억소거를 통한 감정이 없는 전사를 만드는 프로잭트. 그리고 성장한 육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진 이 금지된 약물. 암시장에서는 흔히들 내일차라고 불리는 이것은 로이드를 위해 준비된 것이였다. 가마돈은 이번 사건으로 카이 뿐만 아니라 아들인 로이드도 개조시키길 원했다. 성장한 몸을 가지게 되면 책임감도 생길것이라는 그의 의견은 터무니 없었지만, 이곳에서 가마돈의 명을 거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서류를 찾다가 카이의 관에 근처에 떨어진 서류철을 발견했다. 연구원이 없는 시각 이곳에 잡입할 배짱을 가지고 있는 이는 정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전사거나 아니면 발견되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이일 뿐이였다. 그녀는 기계에 코드를 입력했고, 관이 열렸다. 급속 냉동으로 움직임이 봉인된 로이드가 관 안에 있었고, 그녀는 그를 꺼내어 실험체를 관리하는 관에 넣었다. 그녀는 내일차 안에 W-code라고 적혀진 약물을 한방울 떨어뜨렸다. 반통을 삽입한 카이와 달리. 로이드의 기억은 일부만 지울 생각이였다. 랩에 대한 기억과 카이가 주는 애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였던 기억 같은 불필요한 기억들. 그로 인해 비롯된 감정들을 소거한 뒤, 재교육하면 가마돈이 원하는 책임감 있는 아들이 될터였다. 그는 약물을 차에 섞은 뒤, 기계의 삽입구에 투여했다. 순식간에 관 안으로 들어간 약물은 로이드의 몸에 스며들었고, 약물의 효과로 로이드의 몸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녀는 기계에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서 데이터화 된 로이드의 기억을 보면서, 그에게 필요 없는 기억들을 삭제했다. 연민, 공감, 친절, 배려 같은 감정은 가마돈의 아들로서 성장하는데 필요 없는 것들이였으며, 비워진 기억은 재교육을 통해 채워질터였다. 완벽할정도로 계획적으로 짜져 있는 프로젝트를 누가 만든건지는 그녀조차 알지 못했다. 프로잭트 날짜 옆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프로젝트 창시자의 이름은 알아보기 어려웠고, 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창시자의 성과 이름의 첫글자 뿐이였다. 대문자 M 과 소문자 m 기억소거 쪽에 공들인것을 보면, 아마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서였을까. 불행히도 가마돈은 그 기억소거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해버렸지만. 초기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그녀가 상관할 바는 아니였다. 

로이드는 자신의 방에서 깨어났다. 하룻밤사이에 성장해버린 육체에 의문을 느낄만도 한데, 그의 기억이 조작된 탓에 그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존경하는 아버지의 바램대로 무자비한 전사로 성장했으며, 사라진 기억들은 재교육 프로그램에 의해서 훈련 받은 기억과 사람을 죽인 기억으로 대체 되었다. 그는 아버지만큼 잔인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서 그의 부대에 소속되면 다른 부대에 비해 고통이 심해서 아무도 그와 함께 하려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혼자서 명을 하달 받아서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가마돈은 아들의 생일 선물로 카이를 보냈다. 로이드와 카이, 둘다 기억이 소거되었으므로 둘이 기억하는 만남은 이 날이 처음이 되었다. 자비 없는 검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카이와 어느 무기든 소화해내지만 주로 시미터와 언월도를 사용하는 로이드는 가마돈의 명에 의해 서로 주인과 부하로 짝을 이루게 되었다. 같이 살게되면서, 로이드는 카이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겼지만, 그 감정에 대해서 교육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카이도 마찬가지였다. 명령에 의해 그를 지키지만, 기억과 더불어 대부분의 감정 자체가 제거된 탓에 과거의 그가 느끼던 감정을 로이드에게 느낄 수 없었다. 결국 로이드의 사랑은 다른 식으로 변질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사랑이 아닌 사랑하는 이를 괴롭게 만들며, 그의 마음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대했으나, 카이는 그런 방식이여도 거부감을 크게 나타내진 않았다. 로이드는 점점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의 방에서 약에 취한 카이와 함께 누워서 잠이 드는 날이 늘곤 했다. 때때로 카이는 약에 의해서 과거를 떠올리곤 했다. 그의 품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았던 로이드와 울던 그를 달래주며 잠재우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치곤 했으며, 그러한 기억이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로이드를 껴안았다. 로이드는 그동안의 이룬 업적으로 가마돈에게 제왕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았으며, 그는 그 호칭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때때로 로이드는 안대에 손을 넣어서 시력이 사라진 카이의 눈을 만지곤 했다. 가마돈에게 충성을 맹세한 증거이자, 그의 잊혀진 과거를 상징하는 안대를 로이드가 알리는 없었지만, 로이드는 그것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카이의 몸은 어딜 만지든 따뜻했지만, 시력이 사라진 탓에 안대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아서 포근한 느낌이였다. 

하루미는 둘의 일상을 기록했다. 프로잭트의 진행 뿐 아니라 결과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했으며, 그런 고로 꾸준히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는 황실의 유일한 도서관에서 제국 생성 이전에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기록을 찾아냈다. 그 안에서 그녀는 사진 부분이 뜯겨나간 유일한 장을 발견했다. 마사코 몽고메리. 역사학자였던 그녀가 어쩌다가 기억 소거에 대한 연구에 손을 대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인걸 보면 내심 이것이 완성되기를 바랬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녀는 찢겨진 페이지의 모양이 가마돈이 가끔씩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오면 언제나 숨기곤 했던 사진. 어쩌면 가마돈과 관계가 깊은 인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패드에 기록했다. 로이드와 카이가 놔준 저항군은 은밀히 움직였으며, 그들을 처단하는 일은 그들의 몫이였다. 예전과 달리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프로젝트의 성과는 완벽했고, 그들이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체 프로젝트의 목적이  뭐였을까. 

 그녀는 자신의 기록물을 톡톡 두드리면서 말했다. 얼마전 로이드가 가져온 것들 중에서 파일이 있었고, 그 안에는 몽고메리 박사의 실험이 기록되어 있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군인을 위해서 만들어낸 초기 시안은 지금의 프로젝트에 비해서는 빈약했으며,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지만 그녀는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다. 미쳐가고 있는 자신의 남편이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지운다는 생각은 그녀가 내린 최후의 방안이였다. 기억은 감정과 연관 되며, 기억 없이는 그로 비롯된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에 따라 만들게 된 시약은 몇 주간 효과를 보였으나, 남편의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 못했다. 그녀의 남편은 자신이 세상을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것을 위해 손에 넣은 힘은 그녀와 아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루미는 로이드나 카이가 가져오는 자료들을 조합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들이 발견한 마지막 파일에서 그녀의 정체를 깨달았다. 

어째서 이름을 알았을 때 깨닫지 못했을까. 

그녀가 친부모를 잃고 황실에 입양되었을 때, 하루미를 찾아온 이들 중 하나였다. 그녀의 팔에 투여한 시약은 그녀의 과거와 그로 인해 비롯된 슬픔을 사라지게 만들어주었고, 약을 투여하는 날에는 언제나 악몽을 꾸지 않고 편히 잘 수 있었다. 몽고메리 박사, 황실의 일원들은 언제나 그녀를 이름 대신 성으로 불렀으며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마사코는 약의 투여를 무서워하는 하루미를 안심 시킬때 자신의 아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녀보다 서너살정도 어린 아이인데, 어찌나 씩씩한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볼때마다 대견하다면서. 그 당시에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로이드였고, 그녀가 걱정하던 남편은 가마돈이였다. 프로잭트의 사용된 시약은 원래 가마돈을 위한 것이였을 터였다. 황실의 명으로 수행한 수많은 전쟁은 그를 괴롭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그의 감정은 망가졌으며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였을테니까. 어쩌다가 그것이 가마돈이 아닌 그녀의 아들과 카이에게 투여된 건 아이러니한 일이였다. 그녀가 좋아했던 아들의 부분은 그녀가 만들어낸 시약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용감함, 씩씩함, 친절함 같은 감정들은 가마돈이 원하지 않았으니까. 만약 그녀가 살아 있다면 안타까워했을 부분이였다. 그녀의 아들은 잔인한 심성을 가진 전사로 자라나버렸으니까. 그녀는 이 점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마지막으로 받은 그녀의 연구 뒷면에다 이렇게 기록했다.

당신이 있었다면 우리가 전부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이렇게 싸우지도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요. 안타깝게도 운명이 그러한 삶을 방해했지만, 이게 당신의 연구가 낳은 결과에요. 몽고메리 박사. 당신의 남편은 이 세상에 군림하는 황제이고, 당신의 아들은 끔찍한 취향을 가진 잔인한 제왕이죠. 당신이 원했던 것들은 이제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 그들이 만들어낸 파괴와 고통의 파편들만이 이곳에 남았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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