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랑할 수 있을까.

이리도 세상에 무정한 아이가 사랑할 수 있을까.

욕망도 이성도 없는 껍데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입에 침을  발라 네 미움까지 사랑하노라 하겠지.

양팔을 벌려서 네 어리광마저 사랑하노라 하겠지.

네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는 평생을 -거짓으로- 사랑하노라 하겠지.


사람을 보고 갑작스레 볼이 붉게 물드는 게 사랑이냐 끌림이지.

사람을 만나 포옹하며 온기를 나누어 보는 게 사랑이냐 정이지.

사람을 안고 서로 살결이 스쳐서 떨리는 게 사랑이냐 육욕이지.

사람을 위해 거짓으로라도 사랑이라 하는 게 사랑이냐 무정이지.


끌림도 정도 육욕도 있는 아이가 참으로도 무정하다.

마음이 방탕하지도 썩지도 않지만 참으로 무정하다.


이리저리 사랑하는 척하며 참으로 사랑을 찾은 아이여,

아아, 친구도 참 사랑하지도 않은 체 정다웠다고 말 할 터이냐.

아마 제자도 참 사랑하지도 않은 체 아껴줬다고 말 할 터이냐.

아마 자신도 참 사랑하지도 못한 체 사랑했다고 위로할 거냐.


너도 네 반쪽도 제자도 친구도 참 사랑하지도 아니하고

또 아니한 것도 어렴풋이 알 터인데, 지독히도 사랑하는 척 하는구나.


이 무정한 것아.



사람이 사랑할 수 있을까.

이리도 세상에 무정한 아이가 사랑할 수 있을까.

욕망도 이성도 없는 -육욕밖에 없을- 껍데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아아, 껍데기를 사랑하겠지.

어여쁜 껍데기를 참 사랑하겠지.

유한한 껍데기를 참 사랑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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