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형이라고 불러.”

 

 

 

나의 그는,

 

 

 

“니가 무슨 형이냐? 꼴랑 한살차이면서. 그것도 몇개월 차이.”

“한살차이면 내가 너보다 밥을 먹어도….”

“몇그릇 차이 안날껄?”

“.....”

“키도 내가 더 크고.”

“거기서 키얘기가 왜나와?”

 

 

가끔 얄밉고,

 

 

 

“어디 아파? ”

“열나는거 같아..”

“너 어제 얇게 입고 나올때부터 알아봤다. 누워봐, 물수건 올려줄게.”

“미안해, 나때문에 시사회도 못보러 가고. 너 그배우 실제로 만난다고 좋아했잖아.”

“됐어, 지금 걔가 중요하냐. 니가 아픈데.”

 

 

 

이래도 되나 싶게 다정하거나,

 

 

 

“애들이 그러더라, 너 좋아하는 사람 있는거 같다고.”

“니 눈엔 어떤데?”

“어떻긴 뭘 어때. 서로 책임져 주자고 했더니 배신자야 넌. 박지훈이 날 버리고 흑흑흑..”

 

 

 

때론 유치하고,

 

 

쪼옥,

“........”

“아, 나 너무 기분좋아 박지훈. 쪼옥, 쪼옥,”

“미친놈아 안꺼져?”

 

 

 

생각없이 무방비하며,

 

 

 

“너 울어? 야, 잠깐만... 왜 그래 갑자기,”

“그딴 장난치지 말랬잖아!”

“뭐, 뽀뽀한거? 승혁이새끼랑 민호새끼도 같이했는데 왜 나한테만 지랄인데. 남자끼리 뽀뽀한거가지고 유난떠냐? 나 짖궃은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늘따라 니가 이렇게 화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 넌 이해 못해. 할 필요도 없고.”

“설명이나 해봐, 이해해 볼 테니까.”

“너 좋아해.”

“장난하냐? 나도 너 좋아해. ”

“너랑 자고 싶어.”

“나도 너랑 자고 싶어, 밤새 게임도 하고 싶고. 근데 그게 뭐!”

“그럼 너도 나랑 섹스하고 싶어?”

“당연히 나도 너랑 섹스…. 뭐..? ”

 

 

 

 

슬프게도, 둔하다.

 

 

 

 

 

정과 부정의 경계

 

w.슬케

 

 

우리는 이웃주민이었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면서 부터 같이 살을 부대끼며 지냈다. 다니엘의 말대로 5개월 남짓 차이 인데다가 어릴적부터 학년은 달라도 꼬박꼬박 반말을 시전해 주시는 덕에 다니엘의 친구들 중 한명은 나를 다니엘의 꼬붕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니엘은 좋아하게 된 계기는 콕 찝어서 말하기도 그렇고, 셀 수도 없다. 예상치 못한 틈에 훅 들어와 시도때도 없이 떨리게 만드는통에 솔직히 뭐라고 정확하게 얘기할 수 없을 만큼 계기가 다양하다. 그치만 그중에 그나마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이럴때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치댈 때.

 

 

 

다니엘은 아주 밝은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 조금 내성적인 나와는 다르게 낯가리는 법도없고 누구에게나 치대길 좋아했다. 가정환경 탓인지 그냥 녀석의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스킨쉽도 서스럼이 없었다. 어릴땐 그냥 다 받아주었는데,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내 옆구리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큼지막한 손이라던가, 내 어깨위에 턱을 괴고 세상 부드럽게 바라보는 눈빛 이라던가 ,기쁜일이 있을때 허리를 양팔로 감아 들어 올린다던가, 얼굴 사방에 뽀뽀세례를 퍼붓는다던가 하는 것들이 신경 쓰였다. 미친듯이 소란스러지는 내 심장소리가 혹시나 그에게 들릴까봐서.일련의 스킨쉽들이 신경쓰이는 그 순간부터, 그에 대한 내 마음은 이미 출발선을 넘어서 있었다.

 

 

 

최근에, 다니엘과 다퉜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유였다. 여태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왜. 그것도 다니엘에게만.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학교 축제때 였는데 좀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빼먹지 않고 매년 여장콘테스트는 내차지였다. 여학생들이 챙겨놓은 가발과 옷가지들, 그리고 화장까지 마치고 나면 뭇, 남학생들은 장난스레 치마를 들추고 나를 놀렸다. 이 꼬라지로 복도를 활보하고 있을때 다니엘은 동아리에서 비보잉을 했는데, 녀석이 속한 동아리의 공연을 보려고 다른 학교학생들까지 우리학교 축제를 보러오곤 했다. 소문난 연습벌레로 고난이도 동작을 연습하다 손가락이 부러졌던 적도 있었다. 무튼, 연습한 만큼 본인의 무대가 만족스러울 때, 동작을 틀리지 않고 무리 없이 끝내고 내려오면 어김없이 녀석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여장 콘테스트에서 어김없이 1등을 차지하고 지친 몸으로 내려와 무대뒤에 앉아있다가, 마지막 피날레인 녀석의 공연을 보려고 무대 끄트머리에서 앞쪽을 지켜보았다. 음악이 나오기전 뒤를 돌아 나와 눈을 맞춘녀석이 눈을 찡긋거리며 윙크를 했다. ‘나 하는거 잘봐,’ 하는 입모양에 또 한번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의 함성이 무대를 뚫고 뒷 편까지 흘러들었다. 고난도의 프리즈와 스핀까지 무대 위의 다니엘은 내 눈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반인이 보아도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조금 전 내가 남학생들의 ‘따먹고 싶다.’ 하는 조롱 섞인 함성을 한껏 받았던것에 비하면 너무 찬란하게 느껴지며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무대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쿵쾅거리며 나오던 음악이 멈추고 다니엘과 멤버들이 무대뒤로 돌아왔다. 한번의 실수도 없었다며 입이 귀에 걸린 다니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게 보였다. 서로 부둥켜안고 멤버들의 볼에 쪽쪽 거리며 뽀뽀를 하던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나를 일으켜 내 양쪽 볼을 꽉 잡고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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