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총 네 번 읽었다.

첫번째로 읽었을 때는 나도 잘 기억 안 나는 이 책 제목에 그냥 혹했을 때였다. 그때 읽은 결과, 이 책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었다.

두번째로 읽었을 때는 연기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캐릭터 분석을 해오라고 하신 후였다. 라디오 드라마 대본 일부를 처음부터 받았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소설을 먼저 읽었다. 읽었다는 사실이 기억 나기는 하는데 내용이 별로 기억나지 않아서, 특히 앞부분은 기억나는데 뒷부분은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읽었다. 이때까지는 전자책으로 읽었다.

두번째 읽으며 메모를 하고 싶길래 퇴근한 후 중고책을 파는 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다.

세번째로 읽으면서는 적극적으로 메모를 했다. 처음에는 연필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펜으로 했다. 읽다가 다시 펜으로 메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분석해야 하는 수만큼의 색의 포스트잇을 꺼냈다. 노란색은 목해원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장면에 붙였고 파란색은 심명여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장면에 붙였다. 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포스트잇을 붙였을 때는 그 포스트잇 위에 왜 이렇게 붙였는지 설명을 함께 써두었다.

네번째 읽기는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다. 이걸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고 정리해서 제출하려니 책을 제출할 수는 없어서 모두 타이핑을 했다. 만약 제출을 안 해도 된다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텐데 생각해 보니 이 과정이 내게 도움이 된 듯하다. 처음부터 훑어 가며 메모를 중심으로 캐릭터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완벽하게 내용 순서만을 따르지는 않았다. 뒤에서 나온 내용이 앞에 적힐 때도 있고 앞에서 나온 내용이 상대적으로 뒤에 적혔을 수 있다. 관련된 내용을 함께 적느라 그랬다.

캐릭터를 분석하며 나보다 명여의 연령대에 비슷한 어머니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어머니는 농촌 지역 출신이고 군 지역 출신인 데다 나이도 비슷하기 때문에 나보다 이 사람을 더 잘 이해할 것 같았다. 여기서 이모가 조카를 기른 일이 군 지역 출신인 사람들에게 아주 드문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드문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을 캐릭터 분석에 자세히 적어두지는 않았다.) 또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와 달리 어머니는 지방 중소 도시를 더 잘 이해할 듯해 지방 중소 도시에 대해 여쭈었다. 여기서 공간적 배경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니 깨달은 것이 있다. 포스트잇은 분석하는 캐릭터 수보다 하나 더 많은 종류를 사용해야 한다. 남은 하나는 배경에 대한 내용에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배경에 대한 내용은 전부 모서리를 접어 두었는데 그 페이지로 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이것도 꼭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놓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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