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소재 주의


처음엔 실감이 안났어요. 당장이라도 내 앞으로 와서 웃어줄 것 같은데 그건 내 착각이었죠. 몇 번을 경험하고 나서야 아, 그 사람은 이제 없구나를 실감했죠. 그래도 눈물이 나진 않았어요. 그 사람은 내가 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나라는 엉망이 됐고 나도 엉망이었죠. 사람들이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나는 여기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그 사람의 체취가 사라져가고 있었거든요. 다시 돌아오면 그 사람의 체취는 전부 사라지고 없을 것 같아 몇 날 며칠을 여기서 있었어요. 정작 내 체취에 뭍혀 그 사람의 체취는 사라진지 오래였는데 말이에요. 사실 한번 이 방을 나서면 다신 못 들어올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도움의 소리는 무시하고 이미 떠난 사람의 흔적을 손에 쥐고 있었죠. 그 사람은 이미 사라졌는데 말이에요. 어느날은 침대에 누워있는데 침대가 너무 큰 거에요. 둘이 같이 누워있으면 꽉차서 꼭 붙어 있어야 할 만큼 작다고 느꼈는데 말이에요. 그 땐 조금 울었던 것 같기도 해요. 부엌엔 아직도 마지막날 함께 먹었던 토스트가 남아있어요. 좋아하는 슬라이스 치즈 껍질과 피클 국물을 흘린 자국도 그대로 남아있죠. 커피가 조금 남은 머그잔과 우유 자국이 남은 머그잔도 그대로에요. 그 사람만 없죠. 

최근엔 용기를 내서 수트를 입어봤어요. 수트를 입고 거울을 보는데 토악질이 나오더라구요. 그 사람을 구하지 못한 나 자신이 역겨웠어요. 그래서 수트는 안보이는 구석에 쳐박아놨어요. 살면서 이런 무력함은 처음이에요. 살면서 주변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처음은 아닌데 이번은 처음보다 더 힘드네요. 내 세상이 무너진 느낌이요. 겪고나면 정말 끝일 것 같았는데 막상 겪고보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나 혼자 덜렁 남겨진 기분이에요. 이 기분 아세요? 정말 최악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은 이것보다 더 힘들었겠죠. 그래서 울지 않았어요. 나보다 그 사람이 더 힘들었을텐데 내가 울면 어떡해요. 아, 아까 울었다는 건 비밀이에요. 그래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여전히 2인분을 준비하지만 가끔 식사도 챙겨 먹어요. 일부러 잠을 자려고 노력했어요. 그 사람은 같이 누워서 자는 걸 좋아했거든요. 침대 한가운데서 자려고 하는데 그건 안되더라고요. 자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자리는 비워놔요. 

히어로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냐구요? 저는 지금도 히어로에요. 히어로는 사람을 구하잖아요. 저는 지금 제 자신을 구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도 사람이잖아요.



토니와 피터 중 누가 죽은건지는 읽으시는 분의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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