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적으로 달콤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단것을 먹으면 곧바로 짜고 매운 자극적인 맛이 끌리기도 하고 혀에 남은 텁텁함도 싫다. 달콤한 음식들은 보통 혀위에 진하게 남는 우유라던가 초콜릿을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니까 달달한 것을 한입을 먹으면 그걸 입속에서 밀어내줄 무언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달콤한 것이 땡기는 날도 있지만, 매일 달콤한 것만 먹는다면 내 혀도 뇌도 그 달착지근함에 녹아버릴 것이다. 그럼 마음은? 싶지만 잘 모르겠다. 내 마음마저 그 감미로움 속에 묻혀 허덕여 본적이 없었으니까. 해피 엔딩을 좋아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짝지근하지 않아. 넘쳐버린 눈물의 맛은 소금의 결정마냥 짜고, 짓밝힌 상처는 게워낸 위액보다 쓰고 시다. 결국 달콤함에 묻혀 살아가면 그것이 진정 단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될 걸. 


" 크아아아 살거같다!! "

" 매번 마시면서 매번 똑같은 소리네. 그렇게 맛있어? "

" 아무래도 제 입에 맞게 블랜드한 콩들로 만든 핸드 드립이니까요. 다른 첨가물을 넣는 건 싫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게 좋은데, 이곳의 에소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그냥 쓴 물이잖아요. 원두 콩의 산미와 특유의 고소함을 살린 맛 그 맛을 느끼고 싶은거거든요. 쓴맛은 뭐, 딱히 상관 없지만. 아, 트레이 선배도 한잔 드실래요? "

" 즐거워 보여서 보기 좋은걸. 하지만 난 커피라던가 쓴 음료는 힘들어서... 마음만 받을게. "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비커에 얼음을 가득히 담아선, 핸드 드립으로 천천히 액체를 내린다. 녹아내리는 단단한 결정, 실험실 내부를 채우는 향긋한 커피냄새. 비커에 담고 남은 것들을 병에 가득히 담았다. 이제 이것을 천천히 식히면, 카페인이 필요할때마다 물에 부어 마시는 커피 원액 완성! 이 세계에 오기 전부터 꼭 하루에 한잔씩 마셨었다. 아침에 깨기 힘든 것도 있고, 어째 마시지 않으면 하루종일 찌뿌둥한 느낌이었으니까. 역시 사이언스부에 들어오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어느 정도의 모든 연구는 다 오케이 하는거 같고. 이제 크루웰 선생님한테도 방금 내린 따끈따끈한 아메리카노 한잔 드리면 된다. 연구 결과품이긴 하지만 핸드 드립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면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나머진 기숙사에 가져가서 하루 한잔씩 홀랑 마셔버려야지.


" Good Boy~, 향도 맛도 이전의 커피와 다르군.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겠지, 강아지? "

" 물론이죠.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낸 수준에 불과 한걸요. 앞으로 같이 해보고 싶은 연구도 좀 많아요. 마법약 재료와 함께 달여서 마시는 커피같은것도 재밌을거 같지 않아요? "

" 그런 실험을 할 예정이 있다면 확실하게 예견서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실험하도록. 실험실이 폭발하게 만드는 Bad Boy는 적을 수록 좋으니 말이야. "


 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내려놓아졌다. 서류 작업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저지르고 나서 보고할 깜냥도 없고 그대로 실험을 성공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없으니까. 안전제일 안전제일. 장난은 실험이 아닌 친구들끼리.


" 콰-앙!!!!!! "


" 우왓 이번엔 또 누구야?! "

" 트레비앙! 멋진 폭발이었어 그렇지않은가? 장미의 기사. "

" 루크, 그러니까 그 호칭은 좀..., 그나저나 이상한걸. 분명 폭발할 조합식은 아니었는데 어디서 잘못된거지? "

" 또 너희냐 트레이 클로버, 루크 헌트!!! "

" 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한걸음엔 어쩔 수 없는 위험도 함께하는법.... "

" 알바냐!! 시약맞은 녀석들 다 이리와!! 물로 씻어내리게!! "

" 하하, 미안미안. 크루웰 선생님께 들키기 전에 수습해둘테니까. "

"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망할 부기숙사장 녀석들아-!!! "


 ....저 뒤는 나와 뜻하는 바가 다른가보다. 우당탕탕 하는 발걸음 옮기는 소리와 쨍그랑 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를 여과없이 듣다 스윽 크루웰 선생님 쪽을 바라봤다. 와, 눈에 생기가 없어... 잘못한건 내가 아니지만 나까지 싸해지는 기분이다. 크루웰 선생님은 제 앞의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탁 소리가 나도록 세게 커피잔을 내려놨다. 그리곤 성큼성큼 나아가 고문실 문을 열고 사이언스부 실험실로 향했다.

 찔끔찔끔 눈치를보며 따라간 나는 덤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실험결과 보고하러 온것 뿐인데~!! 여기 생각보다 방음이 별로구나. 아니면 저쪽이 훨씬 더 우당탕탕 이었던가.


" Stay! 이 망할 강아지 놈들! 이번엔 또 무슨 실험 사고냐! "

" 우왓 크루웰 선생님 엄청 빨리 오셨어?! "

" ...바로 옆 고문실에서 제가 만든 커피를 드시고 있었거든요 "


 실험실이 어떤 상태인지 크루웰 선생님 뒤에서 살펴봤는데, 폭발음에 비해 주변은 깔끔했다. 다 못닦은 바닥의 핑크빛 액체만 빼면 평소의 실험실과 똑같을 정도였다. 분명 깨지는 소리와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치우는데에 도가 튼건지 소리만 거창한건지 알 수가 없다. 이걸로 내가 직접 목격한 폭발사건만 두자릿수가 넘어갔다. 못 본것까지 합치면 얼마나 될지 가늠도 안간다.

 연대 책임이라며 다 같이 잔소리를 듣는 와중, 나만은 운좋게 빠져나갔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혼자 쏙 빠져선 크루웰 선생님 뒤에서 선배들이 벌 받는 것까지 보는 건 좀. 슬쩍 뒤에서 크루웰 선생님의 모피를 잡아 당겼다. 그만해요 선생님, 우선 내 탓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눈치보게 된다구요.


" 하여간에... 다른 선생들이 알면 귀찮아진다. 빨리 원상복구하도록! "


 내 부탁이 이루어졌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한바탕 쏟아지려는 잔소리는 길게 가지않고 끊겼다. 이번 폭발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금방 넘어간 걸수도. 이런 폭발 사고는 들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들킨다면 차라리 크루웰 선생님이 낫다. 트레인 선생님이나 크로울리 학원장이면 그냥 잔소리만으로는 안 끝난다. 선생님 뒤에서 뻘줌하게 서있던 나도 주춤주춤 대걸레를 가져왔다. 아무것도 안하고 쭈볏거리느니 차라리 이게 속이 편하다.

 온몸을 써서 바닥의 핑크빛 액체를 닦아내면, 예전에 복도 청소하던 때가 떠올라서 좀 웃겼다. 그때는 빨리 끝내고 그냥 집에 가고 싶어서 대충대충 했는데. 지금은 약품이 남아있으면 나중의 실험에 영향이 가므로 빡빡 문질러 닦고 있다. 정반대의 학창시절이네.


" 탁! "


 바지런히 대걸레를 밀어붙이다 다른 사람의 막대와 부딛혀 바라보면, 이번 폭발실험의 주범중 한명인 트레이 선배였다. 어느새 붉은 고글을 목에 걸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쓴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잉? 하고 가만보니 저 멀리서 또 다른 주범인 루크 선배도 다가오고 있었다.


" 감독생, 우리가 생각해본게 있는데 협력해주지 않을래? "

" 미리 말해두지만 전 폭발할 가능성있는 도전적인 실험은 사양이에요 "

" Non, No~! 어찌 그런 슬픈 말을! 들어보면 분명 트릭스터에게도 매혹적인 이야기일거란다. "

" 저 선배님들을 진짜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지금 좀 무서워요. "


 분명 두 사람은 평소처럼 미소짓고 있을 뿐인데 그게 되려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바로 코앞에 이런 미남들이라니 심장이 쿵쾅거린다구요. 이 두사람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도 없을거 같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아 진짜 너무너무 무섭다. 대체 이번엔 또 무얼하려고? 평범하디 평범한 나날들을 지내던 저로써는 이런 작은 이벤트에도 콩닥콩닥하는 새가슴인데?!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이긴 하지만 나름 얌전한 학생인데?!


" 푸하하! 너무 겁먹은거 아니야? 진짜로 별거 아니야. 크루웰 선생님께 커피를 내드리기 전날, 내게 미리 말해줬으면 해서. "

" 트레이 선배에게요? 커피는 기호품이라 좀 중구난방 식으로 만들어 비축해 두는 편인데... "

" 위-, 트릭스터가 커피를 만드는 날은 일정치 않다는것 즘은 나도 장미의 기사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슬프게도, 그 덕에 깜짝 실험이 들켜버려서 말이야. "

" 아? 아니. 잠깐. 그럼 그걸 다 계산하고 하고 실험했던거에요? "

" 큰 소란이나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묵인해 주시니까. 어찌되던 확실한 결과를 보이면 됐다. 라고나 할까? "

" 오늘의 실험은 도중에 멈출 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트릭스터가 커피를 전달해 드리는걸 알면서도 진행하다 그만 Pop-! 하고 엉망이 되어버렸지. "


 과연, 오늘 내가 크루웰 선생님을 잡지 않았더라면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었다는 걸까. 그런 위험한 실험일 수록 선생님과 함께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지만, 못된 장난은 어째서인지 어른들 몰래 하는 맛이 있으니까. 두 사람도 그런걸까, 싶어져 결국 웃음이 흘러나왔다.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믿음직하고 강해보이지만 이 중에서 아직 어른이 된 사람은 없었다. 아니지, 결국 어른이 되어도 서투른 부분은 엉성하게 남겨지기 나름이다. 모난 부분이 있기에 그렇지 않은 곳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 장점들에 둘러 쌓이면 단점은, 달콤함 속에 숨어든 찰나의 씁쓸함은, 또 그에 따른 매력으로 느껴지기 나름이니까. 비죽비죽 나오는 웃음 속에 느껴지는 것은 군시럽고 못마땅한 것이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 좋아요. 두 분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크루웰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게 도와드릴게요. "

" 호오. 그렇다면 앞으로 크루웰 선생님께 찾아갈 때마다 레이즌 버터 샌드를 함께 가져가줘야겠는걸? "

" 왓, 사악해보이는 표정에 그렇지 않은 말. "


 트레이 선배 특유의 한쪽 입꼬리를 꽉 끌어 올린 사악한 웃음이 내 눈앞에 들어섰다. 그 표정과 함께 뱉은 말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요컨데 커피와 함께 크루웰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다과를 들고 가서 시간을 끌어달라는 뜻이다. 이걸로 나도 두 사람의 실험에 동참하게 된거려나, 후에 실험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나에게도 알려주면 좋겠다. 나도 개인적으로 조사하는 실험이 있기는 하지만 타인의 실험에도 호기심이 생기는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다음 발표회에서 모두를 깜짝 놀래켜줄 그런 연구를 보여주시려나? 아니면 그저 개인 연구이려나? 물이 담긴 투명한 컵에 만든 커피를 넣어 섞는다. 가볍게 똑 떨어지는 신맛과 쓴맛이 입안을 감싼다.

 역시 뭐든 방금 막 만든 것이 가장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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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루웰 선생님, 이번에는 커피랑 함께 먹을 주전부리도 가져왔는데. 어떠세요? "

" 주전부리라, 확실히 커피만 마시는 것도 슬슬 질리기는 하는군. 무얼가져온거지 강아지? "

" 레이즌 버터 샌드와 따듯한 핸드드립 커피요~ "


 봤다 봤어. 크루웰 선생님이 내가 든 작은 종이상자에 순간 시선이 꽂히는걸 봐버렸다구. 좋아하는 거라고 그러더니 정말인가보다. 이런 버터듬뿍의 과자랑은 따듯한 커피가 잘 어울려서, 찻 주전자 가득히 뜨거운 커피를 담아왔다. 그러고보니 전에 코코넛 버터를 넣은 커피를 마셔봤던거 같다.

 길쭉하고 네모 반듯한 건물들, 커다란 차양막의 그늘 아래서 테이블 하나를 두고 두런두런 좋아하는 것의 이야기. 옆으로 내리 쬘 것 같던 뜨거운 햇살은 곱게자란 나무들이 촘촘히 가려 잘게 부순 보석처럼 보였다. 내 앞의 새하얀 커피잔. 건너편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차가운 밀크티.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건물 안은 에어컨의 바람 때문에 되려 추워서 밖의 테라스에 자리 잡았지. 푹신푹신하고 넓은 쇼파에 짐을 내려놓고 한참 수다를 떨고. 소극장의 연극을 보러 나갔다.

 거기서 느꼈던 모든 것을 이곳에서는 느낄 수 없어. 물론 여기서 겪는 일들도 그곳에서는 경험 할 수 없겠지. 언제 통하게 될지 모를 두개의 세계는 사소한 것에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바람결에 사르르 수다를 떠는 나뭇잎처럼 얄팍해진 나는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했다.


" 자, 그럼 테이블 세팅도 마쳤으니 제대로 즐기도록 해볼까? "


 그렇게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레이즌 버터가 가득 들어간 바삭한 샌드와 노란색과 하얀 층이 겹겹이 쌓여 있는 크레이프 케이크 한 조각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 내가 이걸 선배에게 말한 적이 있었나?


" 너희 강아지들이 하는 생각이야 뻔하지.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네가 내 취향을 알고 있을리도 없고 이런 퀄리티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녀석도 손에 꼽는다. 그 중에 사이언스 부원을 뽑으면 누가 남을거 같나? "


 파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진 샌드사이에서 버터 크림이 한 가득 베어나왔다. 애초에 놓인 잔이 두 잔이었다는 점을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교탁일지 책상일지 모를 넓은 나무상자 위에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찻잔. 초심자가 어깨너머로 배운 커피.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다과는 일품. 초대장은 고사하고 테이블 매트조차 없다. 엉망 진창의 티파티 같아.


" 하여간에 손이 많이가는 놈들 뿐이야. 워낙에 특이한 놈들 중에서도 별종들만 모아 뒀으니. "


 포크로 층층히 쌓인 케이크를 가르자 크루웰 선생님의 투덜거림일지 잔소리일지 모르는 말이 시작됐다. 음~, 이거 피하려고 되게 노력했는데 이젠 꼼짝없이 듣게 됐는걸. 이럴 줄 알고 내 몫의 케이크까지 준비해준 걸까. 하츠라뷸의 아무것도 아닌 날에 함께하기엔 지나치게 수수한 케이크라고 생각해서 말 안했는데. 이건 남은 한 조각이었을까 나를 위한 한 조각이었을까. 에이스나 듀스에게 물어본다면 확실히 알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확실한 형태를 잡기 전에 덮어두는 것.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크림이 좋다. 이 맛은 음미해서 두고두고 꺼내볼거야.


" 얼굴에 생각이며 감정이며 다 드러나는군. 표정관리 좀 하던가 그러지 않아도 될 직업을 갖는게 좋겠어. "

" 저 아직 1학년인데 벌써부터 장래를 걱정해서 이야기해주는 거에요? 선생님 진도 너무 빨라요-. "

" 학년만 1학년이고 나이는 제일 많은 놈이 말도 많군. "

 " 그렇지만, 여길 졸업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 잖아요. 이렇게 어느쪽도 확실하지 않는데 그런걸 확정하는건 조금. "


 너무 부질 없는 생각 아닌가요? 라는 뒷말은 삼켰다. 그 말을 크루웰 선생님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다시금 즐기는 학창생활, 새로 만든 관계와 별것 아닌 일에 불타고 한참 이상한 포인트에서 시시덕 거리기. 즐겁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선택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이쪽인가, 저쪽인가.

 아, 어쩌면 학원장이 쫓아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 할 수 있는건 나 뿐이라는 건 오만한 생각이지. 그 선택지 조차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 넌 생각이 너무 많다, 똥개. "


 달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오르락 내리락 입속을 적셨다. 그 얘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어요.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 적당히 단맛으로 덮은 혀를 커피로 씻어내린다. 겨우 이정도의 달콤함도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지나치리만큼 달콤한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남의 행복을 바라지만 자신의 행복에 불안함을 느낀다. 인생을 한 조각의 케이크로 바꾸면 그 맛은 분명 쓰고 달고 짜서, 한심한 웃음이 날거야. 하지만 겨우 한 조각인걸. 먹지 못할 양은 아닐것이다. 저마다의 한 조각은 또 다른 맛이 나겠지. 나도 그럴 뿐인 거야.


" ...맛있다. "

" 그 트레이 클로버가 만든 거니 말이지. "


 좋다. 지금 이 순간이 평온하고 좋았다. 그냥 이런식의 날이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 쿠당탕! "


" ....실험실쪽에서 난 소리인가. "

" 기분탓입니다. 기분탓이라고요. 선생님 아직 크림 샌드도 커피도 남아있고 앗차-! 제 케이크도 아직 반이나 남았네?! "

" 하여간에 똥개 놈들, 보나마나 뻔하지. "


 그렇게 말하는 크루웰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진 않았다. 넘어가주겠다는 건가? 그래도 돌아갔을때 엉망이면 가차 없을거 같지만, 사이언스부의 모두라면 분명 뒷처리는 잘 할 수 있겠지. 선생님 못 붙잡으면 이상한 춤이라도 춰서 시선이라도 끌어야하나 했네.

 깔끔하게 떨어지는 커피와 혀에 감겨 떨어지지 않을 케이크의 크림. 마지막 한 입을 무엇으로 털어 넣을지 고민하다 커피잔을 들었다. 나를 위한 마지막 조각이라 생각하고 싶다. 너무 단 것은 싫어. 하지만 이 한 조각만큼의 무게는 괜찮지 않을까.

 한 모금의 커피와 한 조각의 크레이프에 가벼워지지 못할 마음을.

잡덕 그냥 ㅁ뭐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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