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리퀘 박스 단문입니다.

정매 - 황제매귀비로 아픈 귀비를 간호하는 경염과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귀비를 요청해주셨어요. 귀비의 말에 과거 일들을 떠올리며 애틋한 마음을 느끼는 경염 리퀘인데 제가 원하시는 바를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ㅅ;


언제나 그렇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즐겁게 봐주시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며.

주시는 관심과 애정으로 또 한 편 적었습니다. 감사해요. 

특히나 눌러주시는 좋아요, 남겨주시는 댓글, 감상 박스에 넣어주시는 감상 등은 저로 하여금 더 특별한 힘을 얻게 만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짧은 글에 주신 후원도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늘 과분한 애정 너무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이번 글도 작은 보답이 될 수 있길 바라며 :)

잘 부탁드립니다!


황제매귀비 설정 주의




익명 리퀘 박스 naver.me/5OxP7KIe

익명 감상 박스 naver.me/GJsKAbQ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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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 (念慮)

소 경염 x 매 장소

















이런 일에는 앞으로도 영영 익숙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 일인지와는 상관없었다. 설령 매일 같은 일을 겪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날이 수도 없이 지나고 또 지나도, 경염은 결코 이런 상황에 적응 같은 건 할 수가 없을 테다.


그러니까 하나 뿐인 저의 정인 매장소가, 이리 앓아 고통스러워하는 일에는 절대로.


커다란 손이 뜨겁게 열이 오른 이마 위를 다정하게 매만졌다. 경염의 체온을 시원하다고 느낀 것인지 눈조차 뜨지 못한 사내는 여린 신음을 터트리며 감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이리 온몸이 끓고 있는데도 그이는 몹시도 추워하며 몸을 떨었다. 식은땀이 맺힌 이마를 닦아주는 경염의 손끝에 애틋함이 어린다. 정말이지 경염은 할 수만 있다면 제가 그이의 아픈 것을 죄다 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그조차도 이제는 너무나 부질없는 소망이 된지 오래이다. 더 이상 목숨에 위협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몸이 약하여 가볍게 부는 바람에도 쉬이 스러지는 귀비는 언제나 경염의 마음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만들곤 한다.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겠소. 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주고, 하라는 것은 무엇이든 할 테니. 아소. 부디 나의 비가 되어주시오.


그리도 애틋하게 조르고 졸라 경염은 매장소의 이름에 저의 가장 귀한 비라는 이름을 주었던 것인데, 이리 고통스러워하는 매장소를 보면서도 속을 끓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때마다 경염은 제가 과연 그이의 정인으로 온당한 사람인가를 거듭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박대당하던 황자일 때도, 동궁의 주인일 때도, 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지금에도. 경염은 이때만큼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때가 없었다.



“ …아소……? ”



그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앓기만 하던 매장소가 옅게 눈을 뜨고 경염을 바라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픔이 어찌나 심했던지 눈을 몇 번 깜빡이자 맺혀있던 눈물방울이 눈가를 타고 뺨 위로 흘렀다. 경염은 그게 마치 매장소의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둘러 제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곤 다정하게도 시선을 마주 한다.



“ 정신이 좀 드오? 괜찮은 것이오? ”



말을 하는 사이에도 참을 수가 없는지 절절한 입술이 매장소의 뜨거운 이마와 뺨에 닿았다. 사실은 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건 경염이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필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얼굴로, 경염이 행여나 저의 비가 제 힘에 부서지기라도 할까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매장소의 뺨과 몸을 어른다.



“ 미안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오… 내가 이리도 무능력하여… ”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흘러나오고, 간신히 뜬 시선은 혼망하여 쉽게 초점을 다잡지 못했다. 마치 꿈을 꾸듯 자꾸만 허공을 더듬으며 힘겹게 숨을 내쉬는 매장소의 모습에 경염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져 내렸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 ……경염. ”



잔뜩 긁히고 상처가 난 매장소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쏟아져 나온 건 그리 흐트러지던 시선이 경염의 얼굴 위로 고정되었을 때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너무나 고통스럽게 일그러져있는 경염의 눈가와, 울먹이는 입술과, 초췌한 뺨을 차례대로 훑어 내리던 매장소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마치 꼭 해야만 하는 말인 것처럼 절박하게 말을 잇는다.



“ …걱정하지 마…… ”



그 말을 듣는 순간 경염의 행동이 그대로 멈춰버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 *















“ 어찌 네가 그리 울상을 하고 있어. ”



파랗게 질린 입술이 그 애의 고통을 여지없이 증명해주고 있는데도, 임수는 아예 다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굴 요량으로 입을 연다. 곁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경염은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입을 열면,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 누가… 누가 보면 네가 다친 줄 알았다, 이 물소야… ”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지 연신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임수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농을 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고도 화가 나는지, 경염은 차라리 제 뺨을 내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잠시 한눈을 팔았다. 햇살 아래에 휘날리는 그 애의 도포가. 강하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 애의 몸짓이. 우습게도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 경염은 저들이 사냥 중이라는 사실도 순간 잊어버리고 넋을 놓은 채 수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저만치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던 멧돼지가 순식간에 방향을 돌려 경염에게로 돌진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경염은 제가 꼼짝없이 그 짐승에게 받칠 거라고 생각지만 정작 제 몸이 떠밀려난 것은 무섭게 달려오던 그 짐승 때문이 아니고 어느새 다가와 저를 있는 힘껏 밀어내던 임수의 손 때문이었다. 찰나에 벌어진 사건은 오로지 경염의 시선 안에서만 천 년의 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그러니까, 저를 밀쳐낸 수가 제 대신 그 짐승에게 치여 저만치 날아가 떨어지던 장면 같은 것은, 경염의 시선 안에 흉터처럼 남아있었다.



“ 어찌… 어찌 그랬어……! ”



결국 울음을 다 삼키지도 못하고 경염이 입을 열었다. 커다란 눈망울에서는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다행히 멧돼지는 수를 공격한 후에 바로 달아나 버렸지만 늘 강하고 생기롭던 친우가 피를 흘리며 종잇장처럼 쓰러져있던 장면을 경염은 아마도 영영 잊을 수가 없을 터였다.



“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수, 네가… ”



행여나 수가 아플까봐. 경염의 손이 차마 그 애에게 닿지도 못하고 이불 언저리를 꼭 쥔 채 덜덜 떨고 있다. 다쳤어야 하는 것은 저인데. 이리 만신창이가 되어 누워있어야 하는 사람은 경염 저인데. 어째서 수가 그 고통을 대신 지고 있는지 경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고, 상처가 다 나으면 움직이는 데에도 예전과 다를 바가 없을 거라 하였지만 그동안 임수가 견뎌야 하는 고통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경염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순간에도 임수는 참기 힘든 고통으로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문 채 숨을 몰아쉬었다.



“ 경염…… ”



하지만 임수. 그 애가 아주 다정하게도 경염의 이름을 불러왔을 때. 거기에는 경염을 향한 그 어떤 원망도 무엇도 머물러 있지가 않아서.



“ 나는 괜찮다… ”



하얗게 질린 얼굴이 경염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 때에 경염은 앞으로 절대로. 죽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그 애에게서 등을 돌리는 일이란 벌어질 수 없을 것임을 깨닫는다.



“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 ”



수는 웃고, 경염은 오열을 참지 못했던. 소년들의 기억이었다.















* * *















경염… 걱정하지 마…


경염은 겨우 침상에 뉘였던 몸을 다급하게 일으키며 답답한 듯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눈을 감으면 저를 향해 애틋하기 그지없던 시선이 떠오르고, 숨을 고르면 세상에 다시없을 만큼 절절한 목소리가 이명처럼 끊임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어찌 저를 염려하고 있는가. 경염은 그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여 주먹을 들어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건 저이면서. 파리한 뺨과 얼음처럼 차가운 몸을 하고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던 주제에. 도대체 매장소, 그 이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떠한 빛깔이기에 그 순간에도 경염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염…


그리도 저를 애틋하게 불렀다. 마치 아주 오래 마음에 품고 있던 이를 부르듯. 아주 가깝고, 아주 친밀하여, 마치 정인이라도 되는 이를 부르듯. 경염. 매장소는 주군인 저의 이름을 그리 불렀다.


걱정하지 마…


경염은 그 한 마디의 말 이면에 흐르는 많은 말들을 들었다. 나는 괜찮아. 내가 너를 지켜줄 거야, 너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마. 내가, 내가 너를 위해 다 괜찮도록 할 테니. 그러니 경염, 걱정하지 마.


결국 참지 못하고 경염은 침상에서 일어나 벗어두었던 겉의를 다시 걸쳤다. 매장소의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으니 전하께오서는 이만 가서 쉬시라는 견평의 말에 내키지 않은 걸음을 돌렸지만 이대로는 결코 혼자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이의 곁에 밤새 성심을 다해 돌보아줄 수족이 있는 것은 경염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경염은 제 눈으로 그가 아무 일 없이 밤을 보내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가 안전한 것을,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제가 직접 보고 싶었고 행여나 그의 호흡이 힘들어지면 제 손으로 안아 다독여주고 싶었다.


의복을 다시 둘러 입다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경염은 문득 저의 두 팔과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바로 이 팔로, 이 손으로, 무너진 매장소의 몸을 품어 안았다. 행여나 몸이 허물어져 호흡이 어려워질까 등을 받쳐 안아 다독여주었다. 마주 닿은 곳으로 도드라진 뼈와 차가운 체온이 느껴져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그보다 더 경염을 난처하게 만들었던 건 그 상황에서도 난데없이 뛰어대던 심장이었으니. 매장소가 정신을 잃고 있지 않았다면 필경 경염의 박동을 전부 느꼈을 터다.



“ …그대는 누구인가. ”



그를 만난 이후로 줄곧, 그런 물음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온통 의문스러운 사내이지 않았나. 태자와 예왕, 그 누구를 선택하여도 정왕과 함께 걷는 길 보다 천 배는 쉬웠을 텐데 굳이 저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던 순간의 매장소를 경염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이다. 매장소. 그런 이름 같은 것 말고. 강좌맹의 맹주. 그런 표면적인 정체 말고. 경염은 그가 진정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 그대는 내게 어찌 이리도 헌신적인가. ”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문은 끝도 없이 늘었다. 선입견과 오해가 걷힌 눈을 그를 바라볼수록 알 수 없는 일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아무리 주군과 책사의 사이라도 하여도, 그가 이렇게까지 저에게 헌신적인 것을 경염은 그 연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무엇이 아쉬워서. 무엇이 얻을 것이어서. 매장소는 심지어 저를 혐오하고 밀쳐내기까지 하였던 저에게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가 있단 말인가.



“ 그대는 도대체… 도대체… ”



그대는 도대체 내게 무엇이기에.


하지만 그 중에서도 경염이 가장 이해할 수 없던 마음은. 가장 그 해답을 찾지 못하여 헤매이던 물음은. 그래서 그 사람은 이제 경염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에서, 믿을 수 없는 책사에서, 마음에 걸리는 사내가 되었던 매장소는 지금 경염에겐 어떤 사람이기에. 경염은 이토록 눈을 감으면 그이가 밟히고 숨을 죽이면 그이가 들려오는 건지.



“ ……. ”



결국 오늘도 많은 해답을 찾지 못한 경염은 서둘러 걸음을 옮겨 곁채로 향한다. 코 닿을 지척에 있는 이가 문득 너무도 아득하게 느껴져, 경염은 밤새 그와 한 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작정이었다.















* * *















“ 그대는 어찌 이리 나를 생각하오. ”



경염의 울먹임이 창백한 매장소의 뺨 위로 쏟아졌다. 제가 어떤 상황이든 간에 언제나 경염을 지키고자 고군분투 하였던 매장소의 날들이 해일처럼 일어 기억의 숲을 휩쓸어버린 탓이다.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째서 저를 위해 그리 헌신하는지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고 노상 뻗대던 저에게 전부 다 희생하고 내어주던 매장소가 늘 그렇듯 거기에 있었다.



“ 내가 그대를 걱정하는 것이 무어 대단한 일이라고. ”



매장소는 경염의 모든 것을 염려하였다. 행여나 저가 임수인 것을 알면 경염이 저를 위해 희생할까봐 그조차도 제 몫의 짐으로 지고 가시밭길을 걸었던 이다. 그리하여 전부 상처가 난 몸을 하고, 뒤를 돌아 몰래 피를 토할지언정 경염의 서러운 얼굴 하나 보는 것이 그리도 마음에 걸려 매장소는 늘 제가 가장 아픈 때에도 경염에게 그리 말했다.


걱정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시옵소서.

내가 너를 지켜줄게.

제가 전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게.



“ 이제 내가 그대의 정인이고, 그대의 황제이거늘. ”

“ 경염…… ”

“ 그대는 어찌 아직도… ”



아직도 이리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주려고만 하시오.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경염은 천천히 매장소의 곁에 몸을 뉘어 그의 몸을 제 품으로 당겨 안았다. 커다란 손이 매장소의 마른 등을 다독이고, 부드러운 입술이 정인의 눈가에, 뺨에, 입술에 숨을 불어넣는다.



“ 이제는 내가 그대를 지켜줄 것이야. ”



단단한 뿌리와도 같은 언약의 말이 사랑스럽게도 품을 파고드는 매장소에게로 스며든다. 천천히 눈을 감은 이는 강하고 따뜻한 정인의 품에 비로소 안정을 되찾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마주 닿은 가슴으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의 기운이 흘렀다.



“ 그대가 여태 내게 그리하였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온통 그대를 염려하고, 걱정하고, 품에 안아 지켜줄 것이니. ”



매장소의 피와, 살과, 영혼으로 다진 단단한 대지 위에 경염은 발을 디뎠다. 대량의 강건한 군주는 그렇게 정인의 애정을 말미암아 바로서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 그러니 나의 소. ”



그러니 아소. 나의 달. 나의 그늘. 나의 모든 숨.



“ …그대는 이제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시오. ”



나는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이 될 터이니.



어둠에 저물지 않는 날들이 흘렀다. 멈추지 않는 바람처럼 애정이 부는 나날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판소 덕질 중. 트위터 @blanket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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