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의 남쪽의 한 항구,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물건 역시 그와 같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눈에 띄게 키가 큰 두 사람이 있다. 그 두 사람은 누가 봐도 항구의 풍경 속에서 이질적이다.


"예정된 날보다 이틀 빨리 오긴 했지만, 그게 이 정도 대접을 받을 일인 줄은 몰랐는 걸."


챙이 넓은 모자에 대충 단추는 다 채워 입은 셔츠와 조끼, 겉옷은 입기가 귀찮았는지 어깨에 겨우 걸쳐있었다. 그 옷이 떨어지는 건 신경 쓰지 않는 지 옆에 있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손짓한다. 앞에 대치하고 있는 경관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여유로웠다.


"아니면, 외국인 차별이 심하다고 듣긴 했는데.... 지금 내가 그걸 당하고 있는 건가? 경관나리들?"


수행원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시가에 불을 붙여 주었다. 시가를 입에 물기 전에 경관들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외국인을 상대로 '뒷돈'을 받으려고 이러는 건가?"


그 말대로, 그 사람은 외국인치고 무서워 보이지 않는 외관이었다. 묶지 않아 부스스한 은빛 머리, 대충 입은 옷, 얼굴이나 눈매, 표정 역시 매우 맹해보였다. 그 표정으로 시가를 물고 연기를 내뿜어도 위압감은 전혀 없었다.  말과는 다르게.


"유감이지만, 내가 오늘은 자비를 베풀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가주셨으면 하는데, 좋은 말로 할 때."


본인은 꽤나 무서운 표정을 짓고 싶었나보지만 실패했다. 이 땅에서 외국인 단 둘이 있는 것부터 만만해 보이기 충분했다.

 

{결국 이 어리숙해 보이는 외국인은 돈을 내버렸군... 참, 어이가 없어서... 잡을 게 없어서 공공장소 흡연을 잡고 늘어져? 그냥 외국인이면 지나가는 사람 누구든 붙잡고 돈 내라고 하는 거 아냐?}

{주인님.}

{왜?}

{말하자마자 또 걸렸네요.}


아까 항구에서 만난 경관들과 다른 사람들이 다가와 앞길을 막고 있었다.


"성별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복장 및 풍기문란입니다. 벌금 또는 서에 가서..."

{이번엔 옷차림 때문이 라군요.}

{완벽하네.}

{돈 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은화 몇 닢이 경관들의 손에 떨어졌고, 그제야 경관들은 길을 비켜줬다. 


{성별과 맞지 않는 부적절한 복장? 저런 옷들을 왜 입는지 모르겠네. 애초에 이 나라 사람들하고 골격 자체가 다른 걸.}


화려한 레이스들과 장식이 달린 드레스들, 고급옷감을 사용한 몸에 딱 맞는 정장... 그들의 눈에는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옷들이고, 입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실례지만..."

{사란.}


아까 경관들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경관들이 나타났다. 사유를 듣기도 귀찮았는지 수행원의 이름만 부르고 뒤돌아 갔다. 사란은 돈을 경관에게 쥐어주고 뒤따라갔다.


{조금 일찍 와서 조용히 여행 좀 하려 했는데, 그건 무리인 것 같구나.}

{주인님 결혼 상대도 특이하네요. 이렇게 보수적인 나라의 상위귀족이라는 위치인데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외국인과의 결혼까지 한다니...}

{사업과 결혼이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조건이 맞았으니까.}


사란은 이번 결혼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무직이 될 뻔했다. 십년 넘게 모신 주인, 로빈이라는 사람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을 못 모시게 된 것도 있지만.


{왜 그렇게 빤히 봐? 네 주인이 새삼 아름다워?}


로빈은 8국에서 백수였다. 가끔 담배 시연을 하는 것 외에는 하는 것이 없었고, 부모인 로체는 몇 년 안에 취직하거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호적에서 파겠다고 말했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어중간한 실력인 로빈은 직업이 없었고, 사업을 할 때는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었다. 게다가 친목, 연애, 결혼과 같은 것은 성격에 안 맞아 싫어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1국의 아이젠 후작이라는 자가 무역 계약을 하자며 접촉했고, 로체의 자녀 중 한 명과 결혼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왜 사업과 결혼을 같이 내걸었는지는 몰라도 로빈은 자처해서 그 거래에 응했고, 지금 그 결혼을 위해 1국에 온 참이었다.


{.....단 둘만 있으니까 만만해 보이나 봐. 차라리 감옥에서 이틀을 보낼까?}


경관들이 그들의 앞을 막은 게 10번째를 넘어가자 로빈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착하고 2시간 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차라리 감옥에 들어 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팔짱을 끼고 자신들보다 키가 작은 경관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잠시 만요.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돌아오겠습니다.}


간수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짐을 가지고 들어갔다. 감옥에서는 흡연을 해도 딱히 제지가 없었다. 애초에 담배는 꽤나 고급품이었고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는 일은 적어서였다.


{여기서는 담배를 마음껏 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드는 걸. 종종 와야겠다.}

{돈을 낼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뭐, 결혼식은 혼자서 하지 못하니 그쪽에서 데리러 오겠지.}

{그 전에 한님이 데리러 올 수도 있겠군요.}

{그 인간도 오기로 했었지.}


그들의 1국에서의 첫 날은 감옥에서 보내게 되었다. 로빈과 사란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일은 아르젠 후작 쪽에서 알고 상당히 놀라했었지만 그건 꽤나 나중의 이야기이다.


로빈의 윗형제인 로한이 어떻게 정보를 듣고 감옥에 있는 로빈을 찾아왔는지는 잘 모른다. 물어봐도 로한은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사람도 아니었고, 무슨 큰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호오, 여기서 길거리에서 흡연이 위법인 거야?}

{근데 감옥에서는 가능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감옥에 있었어.}

{외국인 둘이 다니니까 만만해보였구나.}

{별에 별 걸로 시비를 걸고 벌금을 내라 하더군.}

{고생했다. 로빈.}


로빈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로한을 빤히 쳐다봤다. 누가 보면 쌍둥이냐 물어볼 정도로 닮았지만 분위기는 로한 쪽이 좀 더 날카로웠다. 몇 살 위의 형제와 쌍둥이냐고 물어본다는 것은 로빈이 노안인 것일까, 로한이 동안인 것일까.


{그럴 땐 돈과 권력으로 눌렀어야하는데 말이지. 후작부인씨.}

{귀찮잖아. 너는 그런 걸 좋아할지 모르지만 난 아니거든.}


로한이 걸음을 멈췄다.


{앞으로는 귀찮아도 해야 할 거다. 로빈. 너는 여기서 역사도 없는 나라의 야만인 취급을 당할 거니까.}

{....귀찮은데.}

{너는 로 가문의 대표로써 계약조건에 따라 이것에 온 것이다. 상품인 네가 다치거나 모욕을 당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은 바보인 너도 알고 있겠지?}

{네가 걱정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고 싶군.}

{우린 긍지나 명예 따위는 없다. 하지만 기억해라, 로빈. 얕보이지 마. 여기서 힘을 키워라. 누구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후환이 두려워서 죽일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가끔씩 로빈은 놀란다. 이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내뱉고 있는 사람과 남매라는 걸.


{살아남아. 여기서 네 편은 너 자신과 사란뿐이다.}

{걱정된다는 말을 참 길게 빙 돌려서 말하네. 분위기 잡지 마. 안 어울려.}

{넌 상품 이전에 가족이니까. 앗! 같이 가, 로빈!}


로빈과 사란은 감옥에서 나와 원래 같이 왔어야했을 일행들과 합류했다. 공식적으로 후작의 초대를 받고 왔기에 경관들의 제지는 없었다. 애초에 이 항구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호화스러운 배를 타고, 엄청난 양의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누구인지 밝히기도 전에 후작을 만나러 온 사람인 걸 알 테지만. 


{그러다 혀 잘립니다.}


말 위에서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로빈에게 사란이 주의를 줬다. 그 항구는 후작의 것이었고, 후작의 성도 그리 멀지는 않아서 말을 타고 이동했다. 안내역인 잭이 로한에게 마차를 권했지만 그냥 바람도 쐴 겸 말을 타고 한다고 했다. 외성문을 통과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로빈의 일행들을 구경하러 나와 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성을 방문한 적이 없어 신기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로빈 자신이나 로한은 모자를 쓰고 있으니 얼굴까지 보지는 못할 거다. 내성을 통과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들이 보였다. 나무 너머로 바다가 반짝거리는 게 로빈은 마음에 들었다.


"아담하니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로군."

"...여기가 후작님의 저택입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원을 지나 한참 들어와서야 저택이 보였고, 저택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항구에서 맞이하기는 너무 혼잡할 것 같다고 로한이 저택에서 만나자고 하긴 했지만, 이 정도 인원이면 항구에서 만나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았다. 로한과 로빈이 말에서 내려 저택 입구로 향하자 단정하게 머리를 올린, 고급진 옷을 입은 사람이 살짝 무릎을 굽혀 인사한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저는 후작 아르젠..."

"고생이 많아서 형식적인 인사는 하고 싶지 않은 걸."


인사 중간에 말이 끊기자 조금 당황했지만 금세 후작은 다시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키는 로빈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한 정도로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꽤나 잘생긴 얼굴이다.


"거래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 아가씨."


아가씨라는 호칭은 8국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 그런 호칭을 쓰느니 이름을 부르는 게 누구를 부르는 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후작은 웃으며 손을 로한에게 내밀었다. 아마 손등에 키스를 하는 그런 식의 인사가 1국의 인사였던 것 같다.


"내가 아름답긴 하지만 아가씨는 아니라서 손은 거절하지. 그쪽 결혼 상대는 여기 로빈이야."

"이런 실례..."


로빈은 원래 예정보다 먼저 와서 감옥에 있었고, 원래 타기로 한 배에 로한만 타고 있어서 안내하던 1국 사람들은 로한을 로빈인 줄 잘 못 알고 있었다. 둘의 인상은 거의 같았으므로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로한이 로빈보다 키가 더 크긴 한데. 로한이 좀 더 예쁜 것도 사실이니까.


"너 내가 그만 예뻐지랬지, 로한."

"이 미모가 어디 시들겠니."


로빈에게 1국의 인사는 낯간지러웠기 때문에 자신에게 온 손도 거절하고 싶었다. 애초에 필요이상의 신체 접촉은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좋든 싫든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볼 사이인데 이 이상 무안을 주는 것도 별로일 거란 생각에 로빈은 자신의 손등을 후작에게 내 주었다. 손등에 따뜻하고 말캉한 무언가가 닿았다 떨어졌다. 1국 사람들이 왜 장갑을 끼고 다니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로빈이다.


{표정관리 좀 하지 않을래. 로빈? 후작 상처받는다?}

{....네가 당해보던가.}

"...윌슨이 안내를 도와 줄 것입니다. 편히 쉬시죠. 오늘 저녁에 다시 봽겠습니다."


후작은 집사에게 우리를 맡기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봤을 때보다 얼굴이 조금 더 빨개진 것 같았다.


{우리 둘을 헷갈린 게 부끄러웠나본데.}

{로체도 우릴 헷갈려하는데, 뭐.}


로빈 일행도 윌슨의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젠 샤르크 클로디어즈 후작, 현 황후의 남동생이며 클로디어즈의 영주이다. 세상의 1국의 남쪽 끝에 위치한 클로디어즈 성은 무역을 통해 성장하는 곳이었고, 기후도 온화한 편으로 영토의 크기에 비해서 인구가 많았다. 건국 600년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1국의 광산은 앞으로 20년 뒤면 수명이 끝날 거라는 학자들의 보고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광물의 수입처이다. 세상의 천장, 광물들이 풍부히 묻혀있는 유귀드 산을 중심으로 한 6국, 4국과 거래하기에는 육로로 3달, 해로로는 1달 이상 걸리며 그 사이에 걸쳐있는 국가들에게 지불할 통행료도 상당하다. 현재 1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2국, 그 2국령이었던 9국을 통과하는 것도 위험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찾은 것이 바로 8국이다. 


25년 전 세계협정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11국가 중 유일하게 왕 없이 여러 상인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국가였다. 세계협정에서 단위와 도량을 통일하고 공용어를 정했는데, 거기서 국가의 이름 또한 건국의 시기에 따라 기존의 이름을 버리고 숫자로 바뀌었다. 그때에 가장 나중의 번호를 받은 국가가 8국이다. 현재 9국과 10국, 11국이 2국으로부터 분리 독립된 국가로 이름을 받은 점에서 8국은 근본이 없다는 취급을 받았다. 무역거래의 60%를 8국을 통해야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나 유구한 건국역사를 가진 몇 국가들에게서는 역사도 없는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그 중에는 1국도 포함된다. 상인으로써는 큰 문제가 없으나 세계의 국가들과 달리 무조건적인 황금만능주의, 짧은 역사로 지킬 전통은 물론 없고, 성별에 따른 구별이 없는 옷차림과 문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의 혼재, 귀족혈통이 없다는 점이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어느 국가의 황족이나 몇 귀족들이 오래전 바다 너머로 넘어가서 세웠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8국은 지극히 평범한 상인들이 세운 국가이니 말이다.


이런 세상에서 1국의 후작이라는 자가, 현 황후의 남동생이 8국의 상인의 자제와 결혼한다는 것은 꽤나 큰 위험이다. 사회적으로 멸시받거나 소외당하는 것은 가벼운 것이고 최악의 경우 명예훼손이라며 죽음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현 1국의 황제는 후작에게는 우호적이니 다른 귀족들이 암살자들을 여럿 보낼 가능성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국이라는 선택지를 고른 것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까지 채광해도 끝이 없을 거란 평가를 받고 있는 로체산맥을 소유하며 1국의 면적보다 6배 정도 큰 8국의 대륙 중 1/5이 '로체'의 것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실력으로 8국의 연합대표 중 한 명, 거대한 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대부호일 것이다. 어디서는 로체의 재산이 몇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그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거기다 8국은 배편으로 단 2주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아르젠 후작은 1국의 미래를 위해 8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그 로체의 4명의 자녀 중 한 명과 결혼하는 거래 조건을 내고 무역협정을 맺고자 한 것은 어찌 보면 도박이었다고 여겨진다. 1국에 있어서 가장 튼튼한 것은 혈연이다. 각 귀족들도 가문의 이익을 따라 결혼하고, 결혼했고, 결혼해왔다. 결혼 조건을 제외하면 양쪽 모두 이득인 평범한 무역거래였다. 아르젠 후작은 그저 평소처럼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계약서를 작성해 보냈고, 일에 있어서 혈연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는 8국의 로체로부터 '셋째 로빈과 결혼하는 것으로 하지. 결혼식은 바로 할까 하는데...'와 같은 문구가 적힌 편지를 받고 나서야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르젠의 소문 때문에, 결혼부문은 당연히 거절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관례상 넣었던 것이었는데 그쪽에서 흔쾌히 알았다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척척 이루어지는 무역협정과 거래내용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결혼식은 바로'라는 편지문구는 그냥 빠른 시일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럴 생각이었는지 로체의 자녀들이 1국에 도착했다. 결혼하기로 한 로빈과 그의 윗 형제인 로한, 두 명이 온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 것이 오늘 새벽의 일이다. 무역요청으로부터 50일 내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 아르젠에게 이 정도로 일이 빨리 처리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물며 황도의 누이에게 편지를 보내도 받는 것은 3주 뒤였고, 안건을 건의해도 그 안건이 회의에 올라가는 데는 3달이 걸린다.(그냥 클로디어즈가 너무 외진 곳에 있는 것이다.)


"유크테아,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방금 네 아내가 될 사람과 그의 형제를 헷갈린 걸로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네, 친구여."

"아니, 그건..."

"확실히 남자 쪽이 치마 같은 걸입고 있었고, 네 아내 될 사람이 바지를 입고 있었으니까. 헷갈릴 만 하다고 생각해. 근데 얼굴을 보고도 성별구별을 못했어?" 

"....애초에 넌 이런 거래는 하지 않았겠지."


그세 그 상황을 보고 있었는지 유크테아는 웃어보였다. 유크테아 칼리엔. 로만 칼리엔 공작의 넷째 아들로 아르젠과는 친구이다. 클로디어즈 내에 있는 칼리엔 별장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을 뿐이다. 괜히 열심히 해서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가는 윗 형제자매들에게 제거 당할지도 모르는 위치이기에 얌전히 살고 있다.


"이야...살다 살다 이런 구경을 할 줄은 몰랐네. 이자벨라도 전혀 몰랐을 걸, 정부도 없었으면서 갑자기 8국인과 결혼이라니."

"이제 와서 무르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야. 이건."

"참, 황도에 있는 닉과 헨리에게는 언질이라도 줬어?"

".....엊그제 편지를 보냈어."

"모르고 있다는 것이군! 아아, 닉, 헨리! 너희들과 아르젠의 우정은 이 정도란다?!"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로 눈물을 닦는 척하는 유크테아가 짜증나 가볍게 마음을 담아 배를 주먹으로 쳤다. 맞는 순간 살짝 몸을 뒤로 뺐는지 웃으며 다시 하던 말을 이었다.


"황후마마는 이 사실 알고 있...곧 이곳에 한 번 오시거나 네가 불려가겠네."


의문형으로 말하다 아르젠의 표정을 보고 말을 바꿨다. 생각 이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상황에 머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역 관련된 팀을 편성하고 담당관을 임명한 게 저번 주였다. 애초에 결혼식을 그리 크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기도 했지만, 되도록이면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다. 이자벨라가 타계한 이후 사교계에는 거의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고, 황도에 가는 것을 최소화하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을 거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조용히 묻혀 지내던 후작이 갑자기 외국인과 결혼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올 것이다. 벌써 피곤해진다. 한 동안 지금까지의 고요함이 그리워질 예정일 테고. 그렇다고 누이에게 비밀로 하는 것도 어렵다. 일단은 이 결혼으로써 가져올 이익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힘내라, 아르젠. 뭐 어쩌겠니, 네가 벌인 일인 걸. 차라도 마실래?"


유크테아가 종을 울리기도 전에 노크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큰 키, 작은 움직임에도 일렁이는 회색빛 머리칼, 화려한 장식들이 묻히는 수려한 얼굴... 그리고 치마같이 보이는 옷. 로한이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유크테아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아르젠에게 웃어 보인다. 로한의 뒤에 시종들의 당황한 얼굴이 몇 보인다.


"노크하는 게 여기 예의라던데? 아닌가?"

"맞습니다. 들어오시죠. 어디 불편한 게 있으신가요?"

"글쎄, 나도 방금 와서."


유크테아는 잠시 멈칫하다가 빠르게 인사 후 아르젠이 있는 의자 쪽으로 다가왔다. 아르젠은 친구의 그런 모습을 의아해하며 부스러지는 정신을 잡고 로한을 대했다. 로한이 맞은 편의 의자에 앉고, 곧 시종이 차와 다과를 내왔다. 유크테아가 빤히 로한을 쳐다보고 있자 그 시선을 느꼈는지 로한은 웃으며 이런 미인은 처음 보냐는 농담을 던졌다. 유크테아는 머쓱한지 웃으며 아르젠의 귀에 빠르게 아까 얼굴을 보고 성별구별도 못하냐고 물었던 걸 사과했다.


"로체 산에서 재배하는 롱차에요. 한 번 드셔보라고 가져왔습니다. 독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로한이 차를 권했다. 말투가 아까와는 조금 달라지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로이젠은 분명 아까 들어올 때 저녁때 보자는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곧바로 이쪽으로 온 것에 대해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로한은 가만히 앉아서 같이 차를 마시는 두 사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로 가문이 진행한 몇 만 건의 거래 중에 결혼 조약이 있던 게 처음이라서 그냥, 보고 있던 겁니다."

"....그 조약이 받아들여질 거란 예상은 못했습니다."

"로체는 본인의 자식이 예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지만."


로체, 세계 대부호. 그 이름을 친구 이름 부르듯이 부르는 로한을 유크테아가 놀란 듯 먹던 쿠키도 멈추고 멍하니 쳐다봤다. 이전에 로 가문과 거래를 했고, 그 자녀 중 한 사람과 결혼하게 될 거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유크테아가 클로디어즈 영토에서 살기 시작하고 로체라는 사람에 대한 여러 소문을 들었어도 로체는 정말 말로만 들어서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의 사람이었으니까. 실존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단 한 사람이 1국보다 넒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부터, 1국도 꽤나 큰 편인데.


"미안하게도 결혼할 마땅할 상대가 로빈 한 명 밖에 없어서. 다행이네요, 로빈이 호적에서 파이기 전에 서류를 보내서."

"예...?"

"로빈이 호적에서 파였으면 결혼은 못하셨을걸요."


로한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4남매 중에 유일하게 놀고 있던 게 셋째인 로빈이고, 일을 안하기 때문에 파문 직전이었다고 한다. 마침 들어온 거래 요구 중에 '로체의 자녀'가 있었고, 로빈은 파문 당하느니 거래되겠다고 온 것이다. 애초에 로 가문이라고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실제로 로체의 부모와 로체, 그리고 그 6명의 배우자와 자식 4명. 딱 13명뿐이다. 그 중에서 이미 결혼한 사람이 9명, 1국은 동성혼이 금지였으니 남자 2명을 제외하면 셋째와 넷째. 넷째는 3번째 아버지와 세계를 여행 중이라 불러드릴 수가 없었다. 남은 건 딱 로빈 뿐이었는데, 마침 시기가 좋게 성사된 것이다.


"성 바꾸실 생각 있습니까?"

"전 클로디어즈 후작입니다. 성을 바꾼다는 것은 제 성의 백성을 버리는 것이며 제...."

"없으면 없다고 말하면 되지 왜 그리 돌려 말하시나요. 귀족들의 명예나 긍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아르젠이 나름 고지식하고 나라에 충성심이 있는 사람, 아니 애초에 그의 누이가 황후이다. 갑자기 성을 바꾼다면 아르젠은 그 누이를 배신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을 당연히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아르젠이다.


"저는 당연히 성을 바꿀 생각이 있습니다! 유크테아 로, 꽤나 괜찮은 것 같습니다."


유크테아는 아르젠과 상황이 달랐다. 딱히 직책도 없고, 책임질 백성들도 없었다. 칼리엔 공작가에서 유크테아는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없으면 더 좋은 쪽이었다. 제안한 아르젠은 거절했지만 그 옆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은 바꿀 생각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자 로한은 그 상황이 꽤 웃겼다.


"가족들과 떨어져 8국에서 사는 것도?"

"물론이죠. 저는 애가 아닙니다. 어른이고 이미 독립했다고요!"


칼리엔 공작가의 별장에서 뒹구는 유크테아다. 공작가의 돈으로 살고 있으면서 독립이라니, 아르젠은 이 백수에게 독립이라는 걸 어디서부터 정정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당신들이 그렇게 천하게 생각하는 8국 사람인데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유크테아는 그런 문제보다는 '로'라는 이름을 얻고 싶을 뿐이다. 그 누가 아무리 미친 듯이 발버둥 쳐도 이룰 수 없는 막대한 부. 다른 사람들이 역사나 문화가 뒤떨어지는 야만인 취급을 해도 막상 그들의 돈 앞에서는 뭐라고 못하는 게 사실이다. 로한이 적극적인 태도의 유크테아를 보여 가만히 웃고 있자 유크테아가 말을 덧붙였다.


"...전 8국어도 배우라면 배울 수 있습니다. 요리도 꽤 잘하고요."

"저랑 결혼할래요? 아님 제 슬하로 들어올래요?"


누군가 말했다. 8국인의 사고방식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거라고. 정답이다. 유크테아는 아닐지 몰라도,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럴 거다.


"혹시 실례지만 나이가..."

"저는 29세입니다."

"제가 네 살 더 많으니 아들은 무리일 것 같고, 결혼하시죠."

"하하, 그래."


지금 이 상황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렸지만, 위의 형제자매들에게 그렇게 눌려 기 한 편 펴지 못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온 유크테아다. 살기 위해서, 어렸을 때 이름 날리던 수재가 기사단도, 사제 권유도, 혼담도 마다하고 황도에서 가장 떨어진 클로디어즈 영토에서 살고 있으면서, 그동안 참아온 그 욕심을 굳이 지금 드러낼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아르젠이다. 권력욕이 있는 건 알았지만 워낙 공작가가 살벌해 살아있는 것에도 만족하며 살아온 친구는 어디로 갔을까.


"유크? 너 진심은 아니겠지?"

"언제보다 진심이다. 친구여."


유크테아의 눈은 이미 아르젠이 알던 눈빛이 아니다. 아르젠은 한 숨을 쉬며,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잠시 꿈을 꾸었단다. 아르젠.”


로체 본인이 아닌 이상, 그 다른 로 가문 사람들과 결혼해도 그 막대한 부는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유크테아는 결혼 생각을 접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로체의 재산이지 그 자녀들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 로체가 죽는다면 어느 정도 받는 땅은 있겠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사람을 놀리니 재밌나요, 로한.”

“네. 상당히.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저는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8국에 같이 놀러가요.”


유크테아는 잠깐 로한을 쳐다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동안 별장에 박혀있을 것 같으니 당분간 얼굴보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 


“아르젠 후작. 로빈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거래는 없던 일이 됩니다.”


로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상품훼손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더라도 거래는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꼴을 보고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 내 모든 것을 동원해 후작을 처리해주지.”

“.....”

“우리는 돈은 믿지만 사람은 안 믿거든. 특히나 외국인은. 참고로 이혼은 언제든 환영이네! 이건 결혼으로 성사된 게 아니니까. 상관없어.”


로한이 강조하는 이혼이라는 단어. 얼른 이혼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누가 로체의 자녀를 건들일 미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싶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고, 미친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


로한은 몇 가지 충고를 겸한 경고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아르젠은 웬만해서는 영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다른 귀족들을 만나지 않았던 터다. 있다면 아들이나 누이, 유크테아 정도. 이런 대화는 퍽 오랜만이다. 역시 서면 대화가 훨씬 편하고 익숙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배짱으로 그런 큰 무역 거래를 신청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아르젠이 아니면 1국에서는 아무도 이런 거래를 하지 않을 것 같았고, 8국이 가장 적합한 상대였다. 상당히 폐쇄적인 나라에서 자신이 칼을 들지 않으면 결국 1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미리 길을 깔아놓는 것이 좋았다. 계약기간은 일단 50년 정도이지만, 그 사이에 학자들이 다른 대체 자원을 찾거나 방법을 찾겠지.


“식은 생략하지, 돈 낭비니까.”


로빈이라는 사람은 로한의 얼굴에서 날카로운 분위기와 도도함을 없앤, 좀 더 편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같은 얼굴인데도 이렇게까지 인상이 다를 줄은. 


“좋은 생각이네요.”

“식은 안하는 걸로?”

“네.”


아르젠도 남의 이목을 살만한 큰일을 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식을 올린다면 여러 귀족들을 초대해야만 하니까. 황족까지 올 수도 있고. 한다고 해도 그걸 피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규모겠지.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남에게 원한 사거나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나 단체가 있나? 원수라던 지.”

“딱히 없어요.”

“진짜로?”


이런 평화로운 시골 변방에서, 조용히 할 일하며 살고 있는 어중간한 아르젠은 권력다툼으로 바쁜 중앙귀족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거다. 후작이라도 4명의 후작 중에서는 가장 활동이 적었다. 실제로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누이가 황후이지만 황후가 된지 꽤나 오래된 참이라 안정기이다. 현재는 황태자나 대공 쪽이 관심의 대상이었고. 항구가 있지만 큰 규모도 아니고, 무역 주역급인 황도의 란시스 항구에 비하면 무역량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1국에서 유명하긴 하지만 직접 해코지 할 정도의 사람은 없었다.


“당신과 결혼하면서 사이가 안 좋아질 사람들이 생기겠지만요.”

“남의 생활에 관심들이 많은 사람들이군.”

“그래도 한적한 시골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확신하나?”

“.....확신까지는 못하겠네요.”


아르젠이 확신한다고 장담 했었다면 로빈은 아르젠 멱살을 잡고 한 대 쳤을 거다. 나중에 문제 생겼을 때, 때릴 걸 미리 때렸다고 할 생각이었는데, 로빈은 손에서 힘을 뺐다.


“마음에 드네.”


여생을 조용히 살고 싶다거나, 정치판에 관심이 거의 없는 것, 이미 아들 둘이 있는데 그 아들들은 황도에 있고, 아내와 부모님은 예전에 병사. 유일한 혈육인 사람은 황후라 거의 보지 못하는 것. 특히 사교 활동에 흥미가 없고, 파티 같은 것은 거의 참석하지 않는 다는 점이 로빈의 마음에 상당히 들었다. 생각이상으로 조건이 좋다.


8국에 있을 때 로이든(로체의 6번째 배우자, 1국 출신)이 말해줬던 치열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1국을 떠났고, 그 후에 로체와 만나 결혼했다. 


“이든이라는 사람 알아?”

“...상당히 흔한 이름이라 모르겠네요.”

“예전 성이... 하인베르크? 웨인베르크? 그랬던 것 같은데.”

“아, 이든 하인베르크. 하인베르크 후작가의, 성전의 기사였는데 몇 년 전 수몰사고로 죽었습니다. 그 사람을 압니까?”

“내 아버지. 지금 멀쩡히 살아있고.”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아르젠의 손에 있던 잔이 바닥과 부딪쳐 깨졌다. 죽은 이든이 사실 살아있고, 로빈의 아버지라니, 아르젠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아니, 그때 안 죽었다고 해도 로빈보다 나이가 어린데.


“표정을 보니 로체의 배우자가 6명인 걸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이든은 아버지 중 하나야.”

“아... 맞다. 그랬죠.... 배우자가 6명이죠...”

“이든에게 들은 건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하루가 멀다 피 튀기는 곳이 1국의 귀족사회였는데, 자신도 이용당하고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고.”

“황도는 그렇죠. 저도 황도에 있을 때는 그랬고요.” 

“피곤한 곳이네.”


이든이 살아있었다니, 그때 있던 수몰사고로 시체가 사라진 사람도 꽤 있어서, 당연히 모두 죽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이 사실을 하인베르크 가에 알려야할까, 못들은 척 해야 할까, 이든의 합동장례식에서 슬프게 울었다던 하인베르크 부인이 신경 쓰였지만, 그런 아르젠을 멈춰준 것은 로빈이었다.


“잘 살고 있는 사람 괜히 훼방 놓지 마. 신경 꺼.”

“.....네.”


어째선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로빈에게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 상황을 깨달은 건 집사인 제임스가 어째서 말을 높여서 말 하냐고 물었을 때다. 

돈 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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