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헤르메스에는 꽤 오래전부터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것이 있었다. 아니, 미스테리라고 해야 할까. 그 중 자주 잊을 만 하면 그들의 입에 오르는 화젯거리는 세계의 영웅이라 불리우는 남자 ‘텐진’에 대한 것 이었다. 헤르메스 기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지구와 세레스 그 어디에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 이라는 이야기가 따라 붙을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단순히 없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라는 수식을 붙여서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 세레스의 주신 헤르메스가 직접 지구까지 찾아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애썼다고도 하고, 실제로 그는 차원 전쟁의 영웅이었다. 그에 대해 붙는 수수께끼 같은 소문이라고 한다면 딱 한 가지였다. 그의 집은 과연 어디일까? 기숙사를 쓰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항상 말끔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걸 보면 분명 어디서 잠을 청하는 것 같긴 한데 도무지 그의 거처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매해, 심심하면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 이야기는 이번 에도 쿨타임이 다 찬 모양인지 사원들의 입에 올랐다. 다만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다른 점이 있다면, 텐진에게는 헤르메스 사원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연인이 있다는 점 이었다.

 

“―그럼 결국, 페퍼씨도 모르는 거네요?”

“…그런 거 관련해서는 별로 물어보질 않거든. 텐진도 먼저 말 하지 않는 편이고.”

 

제게 들어 온 질문에 나름대로 답변하며 페퍼는 남은 서류들을 정리하기 했다. 이제 이 서류들만 정리하면서 더 이상 추가 근무 없이 바로 퇴근할 수 있겠다 싶어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노래를 흥얼거리던 페퍼는 콧노래를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텐진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참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아픈 곳이 있는지, 없는지.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사귄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런 거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예전에 분명 헤르메스가 직접 텐진에게 집을 사준 적이 있던 건 확실하게 기억나는데. 물론, 그 집에서 텐진은 오래 살지 못했다. 헤르메스나 텐진의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빼고는 그가 평화롭게 사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으니까.

 

이따가 얼굴을 보게 되면 한 번 물어나 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누군가 사무실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며 들어왔다. 헉헉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들어 온 그는 몸을 숙인 채 숨만 헉헉 거리고 몰아쉬다가 곧 입을 열었다.

 

“더블 에이씨! 부장님이!”

“……어?”

 

조금은 불안한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정리하던 서류들을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고 페퍼는 사무실을 나섰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의무실에는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외견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텐진이 의무실 의자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텐진의 담당의가 자리 잡은 채로 패드로 연신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는 듯 했다. 문을 열고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페퍼를 향해 텐지의 시선이 돌아갔다. 특유의 밝은 라임색 눈동자가 페퍼를 오롯이 담고는 입을 열었다.

 

“누가 형 불렀어?”

“제가 불렀습니다! 부장님 분명히 이야기 안 하실 것 같아서.”

“괜찮다니까. 멀쩡하잖아. 형 괜히 걱정하게.”

“멀쩡하기는요!”

 

페퍼를 불러 온 하얀 관리복을 입은 그는 곧장 텐진의 옆으로 가서는 텐진이 몸 한 쪽에 숨기고 있던 팔을 잡아 당겼다. 손목이 보이도록 접은 소매의 사이로 하얀 재생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텐진은 재생시트의 도움 없이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았었지. 그 생각이 미치자 페퍼가 팔을 허공에 든 채로 어, 어. 하는 소리만 내며 휘적거리며 텐진을 향해 다가와서는 그 품에 제 몸을 푹 묻어버렸다. 텐진이 다치는 걸 본 게 얼마만이지. 물론 본인은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아니 그보다……

 

“……어떻게 된 거야?!”

 

겨우 이성이 돌아왔는지 페퍼가 고개를 들며 텐진을 향해 소리쳤다. 얼마나 소리를 크게 질렀는지 종이의 한쪽 면이 제법 크게 팔락거렸다. 약간 화가 났다. 텐진은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했다.

 

“……별 거 아니라니까. 그렇게 걱정할 만한 거 아니야.”

“텐진 능력 수치가 오버했어.”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을 하지 않은 텐진의 태도에 담당의가 결국 툭 말을 내던졌다. 그 말에 텐진이 길게 한 숨을 내뱉고는 “그러니까, 별 거 아니라니까.” 라고 대답하며 제 어깨를 붙잡고 있는 페퍼의 시선을 그제야 똑바로 마주했다.

 

“……능력이 이렇게 갑자기 오버할 수도 있는 거야? 닥터, 설명 해줘.”

“그럴 수는 있지. 시간이 지나면서 능력이 발전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근데 텐진의 경우엔……이미 원래부터 높은 수치인데, 그 수치를 뛰어 넘었으니 이상하단 거야. 게다가 이번엔 다쳤고.”

“다른 사람들은 안 다쳤으니까 아무 문제없잖아.”

“네가, 다쳤 잖아!”

 

페퍼는 그렇게 소리를 치며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그의 볼로 가져가선 세게 꼬집어 당겼다.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종이 살려!” 라고 외치는 통에 텐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웃음이 나와?!” 라고 페퍼가 한 번 더 소리쳤지만 텐진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패드를 통해 확인을 끝낸 담당의가 패드로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텐진. 이건 시몬도 알아야 하는 문제야. 바로 보고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시몬 형은 헤르메스에게 이야기 하겠지?”

“그래. 뭐, 그래봤자 헤르메스님이라면 시몬 판단에 맡기겠지. 아무튼 간에, 이 상태라면 당분간 쉬는 게 좋을 거 같아.”

“……그건 좀, 곤란한데.”

 

“그래도 안 돼. 담당의 판단이거든?” 이라고 말하는 담당의의 표정이 조금 화나 보여서 텐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의무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 내내 텐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페퍼는 뭔가 말 하고 싶었지만 텐진이 좀처럼 말이 없어, 얼굴을 보면 하려고 했던 말들을 전부 목구멍 뒤로 삼켰다. 이래저래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둘이 함께 걷는 것도 오랜 만인데.

 

“……형.”

“응?”

“밥 먹자. 나 배고파.”

 

그렇게 말한 텐진은 페퍼의 손을 잡고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모양새에 페퍼도 덩달아 빠르게 뒤따라 걸었다. 여전히 팔이 붙들린 채로 걸어가는 모양새에 복도에서 마주친 아는 사원 한 명이 “둘이 이제 데이트 하러 가요?” 라고 말했고 텐진은 “어, 그러니까 연락 하지마.” 라고 농담조가 섞인 대답으로 응수했을 뿐 이었다. 기관을 나와, 세레스의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는 자연스럽게 창가 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텐진은 빠르게 테이블에 놓여 있는 메뉴판을 들고 훑었다. 페퍼는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채로 그런 텐진을 가만히 바라보다 툭 입을 열었다.

 

“텐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너 기숙사 안 쓰잖아, 그럼 어디서 자는지 해서. ……생각해 보니까 그 이야기는 못 들은 거 같아서.”

“그냥……여기저기서?”

 

그게 대체 무슨 대답이야, 제대로 대답 해. 라고 말하려는 순간 텐진이 익숙하게 팔을 들고 종업원을 불러 주문하는 통에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페퍼는 텐진이 주문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며 탁자 테이블을 톡톡하고 두드렸다. 금방 주문이 끝나고 텐진이 다시 페퍼를 바라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하지 않았어?”

“……그게. 여기저기서 라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해서. 넌 뭔가, 그런 거 별로 안 알려주는 거 같고. 나한테까지 비밀로 할 필요는 없잖아.”

“……딱히, 비밀은 아닌데. 근데, 진짜 여기저기서 자. 요즘엔 그냥 의무실 빈 침대에서 자는데.”

“……옷이나 그런 건?”

“사무실에 챙겨뒀어.”

“……그럴 거면 그냥 기숙사에서 지내는 건 어때?”

“……누구랑 같이 쓰는 거는 별로야.”

 

조금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텐진이 턱을 괸 채로 페퍼를 바라봤다. “근데 갑자기 왜 물어봐?” 라고 질문하며 텐진이 팔을 뻗어서는 괜히 페퍼의 얼굴 부분의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요즘 너무 덥지 않나. 형한테는 완전 지옥이네.” 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에 페퍼가 “사무실은 에어컨 틀잖아.” 라는 별것도 아닌 대답에도 텐진은 웃었다.

 

“습기만 많고, 비는 내리지도 않고. 이럴 때 비라도 한 번 내려줄 것이지.”

 

그렇게 말하며 텐진이 또 다시 웃자, 페퍼도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는 와중에 시켰던 피자가 나오자 텐진이 팔을 거뒀다. 작은 접시에 피자 한 조각을 덜어 페퍼의 앞에 준 텐진이 다시 페퍼를 빤히 보며 질문했다.

 

“그래서, 진짜 왜 물어 본 거야?”

“……그냥, 또 다시 네가 어디서 자냐는 질문 타임이 돌아왔거든.”

“아아. 그거.”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모르더라. 그래서,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

 

“으음. ……그래? 아. 치즈 가루 뿌릴래?” 라고 물어보며 건네주는 치즈가루 통을 받은 페퍼는 별 다른 말이 없는 텐진의 반응을 살폈다. 텐진은 피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입에 넣고는 꽤 한 참을 씹어댔다. 그 눈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여서 페퍼는 그냥 말없이 피자를 먹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형은 기숙사였지?”

“응.”

 

뜬금없이 들어 온 질문과 함께 피자 한 조각을 더 제 접시에 덜던 페퍼가 텐진을 빤히 바라봤다.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페퍼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텐진이 좀 전에 복도에서 밥 먹자라고 말한 것과 같이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기숙사 말고, 이제 나랑 같이 살래?”

 

딸꾹. 얘가 지금, 무슨 소리지? 텐진은 아까 좀 전에 페퍼의 머리를 대신하고 있는 종이를 어루 만져주고 있을 때처럼 웃고 있었다.















헤르메스님들 그거 암? 얘네 888일임. 이런 걸 요즘엔 tmi라고 하나요? (이 사람은 아무말 중이다)

오늘 가기 전에 써드렸으니까 난 됐어... 다 이루었다 


272장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