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월 연성 백업


안녕하세요? 저는 존 왓슨 선생님의 시트랍니다! 얼마 전부터 셜록 홈즈씨의 시트이기도 하지요! 그 전에도 가끔 그런 일은 있었지만, 이제는 두 분이 늘 같이 들어오시거든요!

오늘 제가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는 건, 사실은 하소연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제가 왓슨 선생님과 홈즈씨의 시트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어제같은 일은 정말 너무 힘들어요. 뭐, 언젠가는 익숙해 질 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깨끗함을 좋아하는 하얀 시트랍니다. 그래서 어제같은 일이 있으면 심적으로도 너무 힘이 들어요. 특히나 사건이 끝난 다음에는 두 분 모두 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시다니까요! 보통 때에는 홈즈 씨가 알게 모르게 저를 배려해 주시는 데, 눈빛을 봐서 그게 배려인지 아니면 그냥 뒷일이 귀찮아서 그러시는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어제가 두 번만 더 있었다가는 저는 더이상 왓슨 선생님과 홈즈씨의 시트로 지낼 수 없을 거란 거에요. 어제도 세 번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니까요!

저는 잘 보지는 못했지만, 어제의 홈즈씨는 정말이지, 왓슨 선생님이고 저고 본인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다 살해할 기세였다구요! 저한테 닿은 차가운 금속과 왓슨 선생님의 목소리와 홈즈씨의 체온으로 분명히 알 수 있어요.

아, 지금 왓슨 선생님이 깨어나신 것 같아요! 어제 홈즈씨가 제 위에 어질러둔 물건들을 조금 치우고 나서 왓슨 선생님을 풀어주셨을때에는 기절해 계셨거든요. 밤사이 잘 쉬셨는지 심장박동이 기운차시네요! 다행이에요.

오오, 이런. 아니, 괜찮지 않으신가봐요. 뒤척거리시더니 엄청나게 뜨거워 지셨어요! 이제 슬슬 다시 걱정되는데, 홈즈 선생님은 왜 아무 말도 없으신 걸까요? 분명 지금은 깨어 계신 것 같은데...

"존... 다시 자."

"...셜로옥....!"

"흠."

어라. 홈즈 선생님의 말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요. 으으으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저는 이만 왓슨 선생님의 드러난 살까지 온기가 전해지도록 더 열심히 열을 보내드리는 데 집중해야겠어요! 어젯밤에도 땀을 잔뜩 흘리셨으니, 땀을 흘려서 열을 내리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위험할 것 같으면 홈즈씨가 도와주실테니까요!

그럼 여러분, 이만 안녕!

잡덕.

NEZ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