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범 (@HB_BTBC) 님의 리퀘였습니다.






[파린스] 독수리 수인 콜린스를 주운 파리어






“어허, 콜린스.”


익숙하게 손을 내밀었다. 고운 날개가 펄럭이다가 곱게 접혀 파리어가 내민 팔위에 앉았다.


“자, 착하지.”


파리어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손가락에 하얀 깃털들이 감겼다.


“그래, 그래.”


손과 팔꿈치 사이에 앉아있는 독수리는 꽤나 크기가 컸다. 독수리의 얼굴과 파리어의 얼굴이 비슷한 높이에 있을 정도였다. 


“놀랐지? 미안.”


다독이는 손길에 독수리가 눈에 띄게 안정됐다. 파리어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자신의 뺨을 독수리에게 갖다 댔다. 파리어가 눈을 감자 독수리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온기가 서로에게 번져나갔다. 


“이제 괜찮아.”


돌발 상황이 있었다. 루틴하게 이뤄지는 훈련이었고 익숙한 것이었는데, 갑자기 다른 새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조금 복잡하게 변했다. 충돌할 뻔한 것을 간신히 피했다. 놀랐는지 콜린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지려 해 파리어는 황급히 그를 불러 제 팔에 앉힌 상태였다.


“오늘은 그만 하자.”


전혀 훈련을 안 한 상태는 아니어서,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비행 훈련을 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훈련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콜린스는 이미 모든 훈련을 마스터 한 상태였다.


“착하지, 콜린스.”


파리어는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넓은 날개를 펼쳐 당장일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독수리가 그대로 그의 팔에 앉은 채 이동하기 시작했다.


**


몸 전체가 균일하게 하얀 독수리는 돌연변이라고 했다. 엄청나게 놀란 티가 나는 파리어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수의사는 단어를 정정했다.


“……매우 희소합니다.”


그게 그거였다. 파리어는 한숨을 내쉬며 수의사의 나머지 설명을 들었다.


“날 때는 폭이 넓고 긴 날개를 직선에 가깝게 쭉 펴고 날아오르죠. 독수리는 날개를 편 채 기류를 이용하여 날아다니니까요. 다만.”


수의사가 파리어에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부화한 지 4개월이 지나면 날 수 있어요. 아직 4개월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거의 기절할 뻔한 파리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새가 집 근처에서 주인 없이 쓰러져 있기에 수의사에게 데려간 거였는데, 애기 독수리일 줄은 몰랐다.


“잘 키우세요. 좋은 품종 같은데.”


아까는 돌연변이라더니. 어이가 없어진 파리어가 째려봤지만 수의사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


**


콜린스를 처음 만났던 오래 전 일이 되살아났다가 사라졌다. 지금이야 파리어는 콜린스가 정확히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있었지만 그때는 몰랐다.


어릴 때의 동물은 수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다. 커 나가면서 수인으로 발현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수인을 구입했다면 당연히 알 수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닌 파리어는 알 수가 없었다.


콜린스는 독수리 수인이었다. 수인인 줄 몰랐던 주인에 의해 길에 버려진 것을 파리어가 키우게 된 것이다. 파리어는 그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이야 이미 완벽히 콜린스와 교감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대충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파리어의 직업은 군인이었다. 공군이었지만 가끔은 총도 사용했다. 스핏파이어에 오르지 않을 땐 작은 총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콜린스를 위한 것이었다.


콜린스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독수리 수인은 너무나 희귀했고 사용할 수 있는 용도도 다양해서 쉽게 타겟이 됐다. 수인들은 나쁜 사람들에 의해서 학대 받는 경우도 꽤 있었다.


콜린스는 파리어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파리어와 함께 있을 땐 그가 입은 공군 제복과 비슷한 청색의 긴 셔츠를 입곤 했다. 갑자기 새로 변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언젠가 한 번은 적의 공격을 받아 파리어의 목숨이 위험해진 적이 있었다. 파리어는 그때도 콜린스와 함께 있었다.


“놀라지 마.”


콜린스를 안정시키며 파리어는 조심스럽게 총을 꺼내 한 손으로 조준했다.


“어떻게 안 놀라요.”


놀랐다는 증거로 콜린스가 입은 청색 셔츠 밖으로 날개가 솟아나 있었다. 금발머리에 파란 눈, 하얀 날개까지.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는 콜린스였지만 지금 파리어는 그를 볼 여유가 없었다.


“내 옆에 딱 붙어.”


그 말을 남긴 후 파리어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다시 총을 조준했다. 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결국 총을 쐈던가, 안 쐈던가. 이미 오래 전 일이라 파리어는 잘 기억 나지 않았다.


**


“좀 쉬어도 될까요?”

“응.”


그 말에 냉큼 상의를 벗는 콜린스였다. 독수리 수인들은 날개를 지니고 있어서 필연적으로 상체를 벗고 다니는 것이 편했다.


금발머리에 하얀 날개가 눈부셨다. 파리어는 길가에서 콜린스를 만나게 해준 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그에게 한 가지의 소원을 더 빌었다.


콜린스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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