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 차도
깊고 어두운 밤,
나는 허상 뿐인 검은 도로변에서
불빛의 바다를 본다.
잔뜩 출렁이며 다가오는 불빛들에게
희망을 담아
열의에 찬 환상을 향해
환호를 뱉는다.
우리의 발전과 번창할 미래
그 모든 것들이
형형히 빛나는 노란 전조등의 선열로
다가온다.
나는 차도로 뛰쳐나가-
자, 나를 밟아라!
나를 밟고 지나가라!
너희의 아름다움에 휩쓸리는 일은
참으로 환상적일 것이다!
일렁이는 불빛에 몸을 맡긴다.
아아-.
참으로 환상적인 저 허상에 다가가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아무도.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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