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 사망소재 주의. 폭력/살인 등의 잔인한 묘사 있음. 욕설 있음.

쿠로하가 아 이 새끼~의 이 새끼를 맡고 있습니다.






키사라기 신타로는 뒤집어진 아지트의 중점에 서 있었다. 처음 아지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여기저기 내던져진 화분이며 찻잔, 티포트에 TV 그리고 결정적으로 키사라기 모모가 아지트에 들어서며 가지고 들어왔던 딸기 케이크며 하는 것들이 모두 집 잘못 든 강도에 의해서(그 강도는 바로 단원들에 의해 붙잡혔을 테고)나 어김없이 동물의 모습으로 집안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키도의 성을 돋군 카노에 의해서 각각의 그 형태를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나 문을 닫고 키도의 이름을 부르며 한 걸음 건물의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잔뜩 성이 나 그 불길하고도 고약한 기운을 숨길 생각은 없어 뵈는 선혈의 역한 냄새에 뒤늦게 깨닫고야 만 것이다. 일 차로 벽에, 그리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짐과 동시에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버린 흰 도자기의 조각들 밑으로 핏물이 고여있었다. 막 따끈따끈한 홍차를 담아내었는데 단 한 모금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속이 상하기라도 한 건지 제멋대로 깨진 티포트 안쪽에 시뻘건 액체 한 웅덩이가 고여있었음은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겠고 소파 뒤쪽으로부터 존재를 알리듯 삐죽 튀어나온 허옇고 가느다란 종아리는 제 동생 모모의 것이 분명했다. 좀처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신타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다만 부서진 테이블 위로 몸을 누이고 있는 키도에게로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찍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힘 풀리는 다리를 질질 바닥에 끌어대며 바삐 소녀에게로 뛰어간 신타로가 다급하게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은 채 손바닥에 끈적하게 붙었다가 떨어지는 사람의 체온에 대해 무어라 말하려던 참이었다.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던 키도가 감긴 눈꺼풀을 흡사 쇳덩어리라도 끌어올리는 모양새로 떠냈다. 


"키사라기… 미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서"


그녀는 이따금 가늘게 앓는 소리를 흘렸다. 신타로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지 못했다. 무언가 해야만 하는데, 해야만 하는데.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해야만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꼴이라니. 제 팔을 베개 삼아, 몸을 눕힌 테이블 위를 가시방석처럼 여기며 소녀는 무언가 지껄이고 있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동시에 벌어지거나, 이빨을 보이거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제 손보다 몇 마디는 작은 하얀 손으로 옷자락을 붙드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처럼 순간순간을 그에게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었으나 그녀의 말만은 공중을 부유하다 한 줌의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다. 신타로는 좀 더 크게 말해달라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키도가 다시 눈을 감고 죽어갈 때까지 신타로는 다만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체감 상 두어 시간, 허나 시계를 돌아보니 분침은 새끼손가락의 반만큼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세상이 삼켜진 것처럼 멍하다. 감촉이 사라진 것 같았으나 싸늘한 무언가가 닿았다가 떨어지며 그를 조롱하는 기분이 드니 단지 착각이거니 싶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정신머리가 다시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가관이다. 처음 발을 디뎠던 순간 이상으로 헤진 아지트가 눈에 들었다. 군데군데 찢어진 벽지며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들. 관절이 꺾인 채 누워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세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신타로는 머잖아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신고, 신고해야만 해. 신고를 하자. 경찰에 신고를 해서. 급작스럽게 떠오른 생각들은 꼭 의미 없는 문자 같았으나 그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핸드폰의 액정을 켰다. 키패트를 꾹꾹 힘주어 누르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시체들의 개수를 세고 있었다. 만약 듣지 않았다면 그는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렀을 터였다. 


"내가 있다는 걸 용케도 알아챘네."

"뒤에서 소리가 들렸으니까."

"토끼는 예민하다더니 사실인가 봐."


바스락바스락 천천히 발꿈치를 떼어 앞으로 붙이던 소리가 신타로가 몸을 틈과 동시에 무겁게 바닥을 내리누르며 제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는 아주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장신의 남자에게로 내던졌다. 딱 소리가 나며 그의 이마 위를 내리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남자가 좀 더 빠르게 몸을 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이 신타로의 모가지를 붙들어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이고 숨통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덜미부터 저릿거리기 시작하고 손이 미약한 경련을 시작한다. 끊임없이 뱉어내고 들이마시기를 반복하던 신타로는 고작 숨을 뱉어내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이 아찔해진다. 시야가 고장 난 모니터처럼 미친 듯 점멸하고 뿌옇게 가려진다. 입이 벌어진다. 좀 더 많은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함이었다. 좀처럼 닫아지지 않는 주둥이에서 침이 흐른다. 상대방의 번뜩이는 눈과 벌어진 입술만이 확인 가능한 상태였음에도 "개새끼 같네." 하고 지껄이던 남성의 말만큼은 선명하게 신타로를 파고들었다. 벼랑 끝까지 밀리자 그는 이제 이성을 잃고 본능대로 몸부림을 친다. 힘없이 다리를 흔든다. 발이 그에게 닿는다. 허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바닥에 납짝 엎드린 채 숨 반 목소리 반으로 사그라지는 불길처럼 비명을 질러대자 호흡이 가능해진다. 한참 바닥을 박박 긁어대던 신타로가 그대로 고개를 처박았다. 모가지를 쥐고 피를 토할 듯 기침을 해대다 결국 몸을 뒤집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환경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세상이 돌아오고 다시금 정적을 깨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씨발. 


"간만에 만났으니 너무 갈구지 마. 히키니트. 너도 내가 보고 싶었잖아."

"씨발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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