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이가 제 걱정 해주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제가..."


"여주씨는 우리 팀에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건 여주씨 혼자 생각한 거잖아요." 


"…."


"우리는 여주씨가 우리 팀에 들어왔으면 해요. 저 말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팀장님..."


"여주씨 동혁이가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무슨 말이에요? 하고 묻자 나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짓고서는 잠을 자다가도 깊게 잠들지를 못하더라고요. 저도 동혁이가 숙소 들어오고 나서 알았어요.





"일이 있어서 새벽에 복귀했는데 거실에 안 자고 혼자 앉아있더라고요. 왜 안 자냐고 물어봤더니 가끔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꿈에 나오나 봐요." 


"…."


"그런 꿈을 꾸는 날이면 동혁이는 해가 뜰 때까지 안 자요." 





팀장님의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 병실 보조침대에서 세상 모르게 자던 사람이 이동혁이었는데.







"전에 여주씨 초코케이크 먹고 싶다고 해서 사다 줬던 날 기억해요?" 


"...네. 기억나요."





그날 평소처럼 이동혁은 내 병실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고 그런 이동혁에게 호출이 왔었다. 어디냐는 질문에 이동혁은 나와 함께 있다는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아, 그럼 올 때 초코케이크 사 와. 어? 나 말고. 여주가 좋아해. 어. 알겠어-' 





나한테 신명 나게 얻어맞은 다음 잠시 신경을 끄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읽고 있던 책을 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있는 팀장님과 팀원들이 웃으며 들어오다가 그대로 자리에서 멈췄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의 나는 내가 아직 어색해서, 그래서 분위기를 풀어줄 이동혁은 자고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저 동혁이가 그렇게 깊게 자는 걸 그날 처음 봤잖아요."


"저는... 몰랐어요. 동혁이도 그 기억 때문에 힘들어할 줄은..." 


"여주씨랑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대요."





근데 그건 여주씨도 마찬가지인 거 같던데. 아니에요? 물어오는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편할 수밖에 없지. 이동혁도 나도 거기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다 보고 서로 챙겨줬으니까.  





"우리 팀에 들어오는 게 이유가 필요한 거라면 그걸로 해요." 


"네? 어떤 거요?" 


"편한 사람들 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


"물론 아직 여주씨가 동혁이 빼고 우리들은 불편하겠지만..."





여주씨가 팀에 들어오고 같이 지내다 보면 우리도 동혁이처럼 편해지지 않을까요? 











건물 뒤쪽 공원을 걷다 눈에 들어오는 벤치에 앉았다. 하아- 한숨을 길게 내쉬며 바닥을 보고 있는데 얕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냥 아주 잠깐만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나온 건데 이 머릿속에는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계속 어떻게 해야 할지 복잡했다.  





잠시 멍하니 발만 작게 동동거리고 있는데 급한 발걸음 소리에 아래를 보고 있던 시선을 올리자 이동혁하고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내가 앉은 벤치 앞으로 온 이동혁이 살짝 가빠진 숨을 내뱉더니 털썩- 하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재민이 바람 쐬러 나갔다길래..."





그렇게 대답한 이동혁이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답지 않게 왜 우물쭈물 거리나 하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내가 방해된 거야?" 


"뭐가?"


"...혼자 생각할 시간 좀 달라고 했다며."


"아-"





이야기가 끝나고도 아직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우선 팀장님 말대로...'







'다른 애들한테 지겹게 듣는 호칭인데 여주씨가 부르니까 좀 색다르네요. 맨날 저기요. 그, 있잖아요. 하고만 부르더니.'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면...' 


'네. 그럼요. 얼마든지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여주씨 재촉할 생각 없어요.' 





다른 사람이 이동혁을 얘기한 거였나. 대답 없는 나를 보며 이동혁은 진짜 방해됐냐며 저기 좀 더 떨어진 벤치로 가있을까? 하며 물어온다.





"아니. 됐다. 혼자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괜히 더 복잡해지는 거 같아." 


"...여주야. 나는 괜찮아."


"뭐가 괜찮은데?"


"나는 네 등급이 어떻든 상관없어."


"그게 왜 상관이 없어."





동혁아 네가 상관 없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내 말에 이동혁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여주야. 나는 네가 등급이 높든 낮든 처음부터 신경 안 썼어."


"...야. 너는 진짜 바보야?"





같은 팀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뭐 평생 안 봐? 누가 우리 못 만나게 한대? 아니면 너 나 안 볼 거야? 이동혁이 화들짝 놀라더니 그런 거 아니라며 손을 들어 흔들기까지 하며 대답을 했다. 가이드는 몰라도 센티넬은 가이딩을 받아야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가 있는데. 





"너 나한테 가이딩 받아도 가이딩 받는 느낌도 안 들 거야." 


"에이, 아냐. 그 정도는 아닐걸? 내가 거기에서도 네 가이딩 받아봤는데." 


"그때랑 달라 동혁아. 나 D+급이야."





솔직히 그때 거기서 들었던 거라 C급이라 그랬는데 내가 C급이 맞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 등급은 원래 D+급인데 내 가이딩 기운이 맑아서 C급으로 헷갈려 했던 건 아닐까- 그 생각도 해봤다. 근데 지금도 내 가이딩 기운이 남들보다 맑을지 확신도 안 들고. 





"솔직히 나도 너랑 팀 하면 좋지. 다른 팀원들도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다들 착하기도 하고..."


"...."


"근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방해만 될 게 뻔하고."


"...."


"너 진짜 고집부리지 말고 잘 생각해. 네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잖아."





여기서 이동혁이 아니라고 하면 되는거였다. 그 대답이 나와도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그래도 너 정말 내가 너희 팀에 들어가길 바래? 너한테 도움 줄 게 하나도 없는데?"





서운하다는 생각도 안 할게. 남들한테도 그렇지만 특히 동혁이 너한테는 방해가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 그래. 







"...."





그러니까 동혁아. 아니라고 솔직하게 대답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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