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 사람 누구에요”

“저 사람도 친구에요?”

“just friend?”

"빨리 대답해요 나 화날라 그래"













떠올려줘                             ::::관린x지훈





#6.  뉴 페이스 그리고,




w.윙럽














기말 고사가 코앞은 아니고 적당히 다가왔다. 방학만 보고 살아온 19년 인생이라 시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형 오늘 저랑 공부해요”




관린이가 팔자에도 없는 공부타령이다.



“어어..? 아니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자고로 공부란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해놓고, 정신 수양을 한 뒤! 방 청소도 하고 밀린 드라마도 다 보고...아니 일단 기본 적으로 시험 3일 전부터 해야 되는 거 아냐?



“안 돼요 공부해요 형”
“왜애애...”



나는 어깨를 한껏 축 늘어뜨린 채 관린이 팔을 붙잡고 몸을 흔들거렸다. 하지만 관린이는 단호했다!



“대학 가야죠 형”
“대학..?”

“나랑 씨씨 해야죠 형”
“씨씨?”

“나 s대 갈 거야 같이 가야돼 형도. 얼른 가요”
“네?”



얼떨결에 s대를 목표로 잡게 된 나는 관린의 손에 이끌려 교문을 벗어났다. 내 주제에 s대라니,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관린.



“지훈아!”
“?”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관린이 손에 끌려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참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동한이?”
“지훈이 너 연락이 왜 이렇게 안 돼? 그래서 내가 학교까지 찾아왔잖아.”



올 초까지 한창 체대 입시 준비를 할 때 학원에서 만난 친구였다. 나랑 입맛도 맞고 집도 가깝고 말도 잘 통하는 친구여서 학교는 달랐지만 친하게 지냈었는데 사정 상 내가 학원을 그만두게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었다. 아니지. 초반엔 자주 만났었는데 요즘 내가 소홀했구나. 이게 다 관린이 때문이야. 암튼 동한이 얼굴을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가웠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동한을 안았다.



“우와 동한아~~~”
“이메일 몇 통이나 보냈는데 확인도 안 하더라 바빴어?”

“동한이다 오랜만이다아아~”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잖아 내가”



안겨 방방 뛰는 내 등을 토닥이며 동한이 말했다. 관린이가 휴대폰을 주고 난 이후로 이메일 확인도 못 했구나, 나. 얼른 집에 가서 이메일부터 확인해 봐야겠다-휴대폰으로 이메일 확인을 못하는 지훈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나도 보고 싶었어어~~”




난 그렇게 말하고 몸을 떼 동한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마주 봤다. 오랜만에 보는데 짜식 여전히 잘 생겼구만.


“머리 잘랐어?”
“응 어때”

“동한이 넌 뭘 해도 잘생겼지”


내 말에 동한이 방긋 웃어 보인다. 그러다 이내 잠시 웃음을 거두더니,



“음, 저 뒤에서 나 노려보고 있는 저 애는.. 친구?”
“응?”



아 관린이!



“아 어어 동생이야 친구!”
“동생?”



동한은 내 어깨 너머로 관린을 유심히 보는 듯 했다. 얘가 왜 이랴. 내가 어깨를 툭툭 치자 다시 내게로 눈길을 돌린 동한은 떡볶이 먹으며 그 동안 못한 얘기나 하자며 내 손을 끌었다. 아 나 관린이랑 공부해야....되는..데....s대...가야...........

관린 미안.




“잠깐만 관린이한테 얘기 하고 올게!”
“아 응 그래”



나는 동한이의 손을 놓고 관린이에게 갔다. 관린이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굳은 표정의 관린이는 무섭다..힝.



“저 관린아, 공부 내일부터 하자 내일부턴 꼭 할게 꼭! 뭐 그래봤자 s대는 못가겠지만..”
“......형”

“응? 미안해~”



나 공부 안하면 그르케 무서운 표정 짓는 거야 관린?



“저 사람 누구에요”

관린이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쪽을 돌아보니, 동한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보고 있다.


“저 사람도 친구에요? just friend?”


내가 동한을 살짝 돌아보니 팔을 잡아 당겨 자길 보게 하며 관린이 물었다. 나는 너무도 당연한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벙찐 채로 관린을 올려다보는데 관린이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리고 입술을 한번 깨물더니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왜 저렇게 화가 났지...무서워진 나는 점점 힘이 들어가는 관린의 손에 잡힌 팔을 뺐다. 아퍼.


“빨리 대답해요”


내가 뺀 팔을 다시 붙잡으며 관린이가 말했다.


“나 진짜 화날라 그래”


아니..이미 충분히 화나신 것 같은데요...







*







아까 관린이 때문에 떡볶이가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하는 건 아니고 입으로는 아주 잘 들어가고 있다. 너무 맛있으니까. 떡볶이는 밀떡이지 암. 밀가루 덩어리가 매콤 달콤 양념과 함께 혀 안에서 춤을 춘다. 환상이야. 역시다 역시.


“그렇게 맛있어?”
“아우 당연하지! 말해 뭐해”

“말 안 해도 알겠어. 떡볶이 맛이 환상이다 얼굴에 써있다 야”
“그래애~?”


하여간 김동한 귀신이네 귀신이야.



“그 동생한테는 잘 말하고 온 거야? 많이 화난 것 같던데”
“켁켁..응?”

“자, 아니 왜 그렇게 화 난거야? 오늘 둘이 먼저 약속이 있었어? 나 땜에 약속 깬 거야?”
“꿀떡 꿀떡”


동한이 건네 준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켜고 나서 가슴께를 두드렸다. 그러자 동한이 티슈를 뽑아준다. 난 건네받은 티슈로 입을 한번 쓱 닦고 손 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유 아냐 화 난 것도 아냐~”
“엄청 화 난 것처럼 보이던데”


나는 앞머리를 걷어 올리고 티슈로 이마께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하. 관린이가 왜 그렇게 화났는지는 나도 몰라.






*



“응?”
“빨리요 친구에요?”

“친구지 그럼!”
“...진짜?”

“그럼 친구지 뭐겠어? 친구야 친구 저슽 프렌드!”


동한이가 친구라는 당연한 사실을 한 이십 번 쯤 말했을 때 쯤 관린이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그렇게 아무나 안지 마요”

“질투 나니까”


관린이가 왜 화 났었는지.. 나는 몰라.





*




지금 이곳은 관린의 집 공부방이고 우리는 무슨 시립 도서관 정도는 돼야 볼 수 있을 법한 책상에 마주보고 앉아있다. 대단한 책상.. 나 따위가 공부를 하기에 좀 과분해 보인 달까, 하하. 나는 괜히 머쓱해져 건너편의 관린이를 슬쩍 봤다. 흘끔흘끔 올려본 관린이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책을 파먹을 듯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할 땐 안경을 쓰는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수학 공식을 끄적이는 관린이는.... 아 좀 멋...멋있.......아 몰라!


그나저나 관린이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저렇게 공부하는데 어떻게 물어봐요. 아니 그보다, 아는 문제가 없는데 어떻게 물어봐요ㅠㅠ.


“나 그만 보고 책 봐요 형”
“으응???”


관린은 날 쳐다보지도 않고 책에 시선을 박은 채 씩 웃으며 말 한 뒤 계속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아니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게 너여서 볼 수 있는 게 너밖에 없어 관린아! 잘생겨서 본 게 아니야! 잘생기긴 했는데, 봤는데 잘생긴 거지 잘생겨서 본 게 아니야! 너 아니면 볼 게 책뿐인데, 사실 책은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어 관린아.. 휴-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옆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문제집에 샤프로 시덥잖은 낙서 따위나 끄적이고 있는데,

또롱-

문자가 왔다. 아차 매너 모드 한다는 걸, 미안해 관린아. 여전히 고개는 숙인 채 눈만 살짝 들어 내 휴대폰을 쳐다보는 관린이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을 들었다.

[뭐 해?]

동한이다. 그 날 헤어 질 때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전화는 안 된다고 문자만 하라고 당부를 했었다. 동한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물었지만 대답하긴 좀 난감해 그냥 그러라고 넘겼었다. 관린이가 자기 전화만 받으라고 했단 말야...

[공부 중이야.......]

짧게 답장 한 뒤 매너모드로 바꿔 놨다. 그러자 지잉 지잉 하고 진동이 바로 울린다. 손에 쥐고 있던 탓에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다. 관린이의 공부를 방해하면 안 돼 박지훈.


[지훈이 너가 공부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ㅋㅋ]


날 너무 잘 아네...ㅎ


[ㅋㅋㅋ나도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넌 뭐해]

[나 너랑 문자하지ㅜ]

[친구 없다]

[응 나 놀아줘라 지후나~~]

[나 공부하잖아^^]

[지금 나랑 문자하잖아(정색)]

[하하 녀석 ^^;;]

이것이 문자의 재미인가. 나는 속으로 작게 웃으며 문자를 이어갔다. 친구들이 왜 손에서 핸드폰을 못 떼는지 조금 이해가 가고 있던 참에 관린이가 책을 소리 나게 턱 덮었다. 헉, 내 소리가 너무 컸나보다. 나는 조심히 휴대폰을 뒤집어 책상에 올려놓고 잔뜩 어깨를 접은 채 관린이 눈치를 보며 샤프를 집어 들었다. 지잉 지잉- 눈치 없는 동한이 자꾸 문자를 보냈다. 작작 보내..관린이가 공부를 못하잖아.

지잉-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관린이 내 옆으로 와 여전히 계속 울리고 있는 내 휴대폰을 집어 들고 봐도 되냐 묻는다. 난 눈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봐도 되는데 물어 보네.


“김동한?”
“어? 아 미안 방해했지”


매너남 관린이의 눈썹이 또 한 번 씰룩였다. 매너는 있으신데 너무 무서워요.


“......”
“번호 왜 알아요.”

“내가 내 전화만 받으라고 했잖아요.”
“어어 그래서 문자만 하고 있어! 다른 애들한테도 문자만 하라 그랬어. 전화 하지 말라구, 전화는 관린이 전화만 받아야 된다고 내가 그랬어. 박우진이랑 배진영이랑 동한이한테 다 그랬어 내가 엄마 아빠한테도 그랬어. 내가, 나야 나!”


나는 입술을 꾹 닫고 웃으며 세상 뿌듯한 얼굴을 하고 관린이를 올려 봤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나 최고지? 그럼, 그럼 나처럼 말 잘 듣는 형이 어디 있어 그치 관린, 빨리 칭찬해죠.

그러자 관린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파-하고 웃는다.


“미치겠다 형”



하며 안경을 벗고 앞머리를 한번 쓸어 올린 뒤 얼굴을 감싼 채 관린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 한다. 아니 폭풍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왜 이렇게 비웃어요... 나 좀 기분 나쁜데...!


“아 왜 그래”


나는 살짝 정색하며 관린이에게 말했다. 우씨 사람 앞에 놓고 되게 크게 비웃네? 안되겐네 아주?


“아, 아 진짜 형”
“왜애-!”

“하아..지훈이 형 진짜”
“쒸익...!”


나는 아랫입술을 내밀 수 있는 힘껏 내밀고 입 꼬리를 내릴 수 있는 끝까지 내린 채 무서운 형아 눈을 하고 관린이를 째!려! 봤다. 나가 아주 화가 났다 이거야 아주.
그런데 관린이에겐 화 난 것처럼 안보였나 보다. 관린이는 크게 숨을 한번 내쉰 후 허리에 한쪽 손을 짚더니 나를 금방이라도 꿀이 뚝뚝 떨어질 듯 세상 사랑스러운 눈으로 내려 본다. 그러더니 아아- 큰 소리를 내며 나를 와락 안아 버렸다. 뭐..뭔데! 왜 이러시는 거에욧!  



“너무 귀여워 진짜”
“씨이..”

“귀여워 미치겠어. 주체가 안돼요, 형”
“...뭐어...”

“진짜 우리 같이 살아요. 진짜로 나 진짜 진심이에요 리얼이야 진짜 이거 실화.”
“......”



마지막 말을 하며 관린은 나를 팔에 가둔 채 내려 봤다. 관린이에게서 금방이라도 단물이 떨어 질 것 같아 눈을 굴리며 길게 깜빡였다. 얼굴에 확 열이 올랐다. 저런 눈으로 저런 말을 하면...나 죽으라는 거지 관린?







/











보고 싶었다고, 오랜만이라고 잘 생겼다고 아무한테나 그렇게 말하는 거였어 형? 첨보는 남자한테 안기지를 않나, 어깨를 붙잡지를 않나 그 남자한테 가려고 내 손을 뿌리치질 않나! 나를 그저 동생, 친구로만 소개하질 않나. 박지훈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데리고 살아야지 안 되겠어 정말.








*







오늘은 관린이네 집에서 공부하다 깜빡 졸았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넓은 방에 혼자 있는 건 무서워............

나는 얼른 가방을 집어 들고(책 따윈 넣지 않았다.) 방을 뛰쳐나왔다.


“아 지훈 군,”

“관린이 이 자식 어디 갔어요ㅜㅜ”



나는 나를 발견한 도우미 아주머니를 붙잡고 관린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감히 나를 혼자 두고 놀러 나가? -라고 지훈 멋대로 생각했다- 시험기간이지만 나도 놀고 싶다구. 사실 따지면 지금은 시험 1주 전이니까 내 기준 아직 시험기간도 아닌 건데 말이야. 관린이 이 녀석...!

나는 관린이 집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네,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 길을 버스를 타고 혼자 가고 있자니...어색하기도 하다. 내가 버스 타는 걸 어색해 하는 날이 오다니. 이야 박지훈 출세했다 출세했어.



“다녀왔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들어서며 말했다. 근데 현관에 웬 약간 익숙한 운동화가 있다. 누가 왔나?


“엄마! 누구 왔어? 남자 신발 같은데, 어?”


나는 설마 하며 가방을 내려 놓고 엄마를 찾으러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주방에 낯설지 않은 뒷모습이......? 그리고 익숙하디 익숙한 하얗고 잘 생긴 그 얼굴이.....?





아 엄마 나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애.







힣ㅎㅎ이런 후진 글을 봐주시는 분들 늘 감사햅니당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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