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태운 경찰차가 떠나고 거실에 남은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아오토와 세리자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복도를 지나면서 안방에 있는, 금고를 전부 해체해 버릴 듯 이리 저리 살피고 있는 에노모토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숨 막힐 듯 어두운 분위기였던 집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일반적인 강도 살인 사건보다 더 우울한 것이 이번 사건처럼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범인을 잡았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고, 가까운 사람이란 이유로 죄를 용서해줄 수도 없었다. 아오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밀실을 깨고, 범인을 알아낸 순간부터 우리들의 역할은 끝이 난 거야! 거실 안 분위기에 휩쓸려 우울해지려 하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변호의 의뢰가 들어오지 않은 이상 그 이후의 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동정심으로 그들의 일에 더 관여하게 된다면 일이 꼬여버리거나, 심한 경우엔 망칠 수도 있다. 의뢰 받은 일 이외의 일에는 눈길조차 주면 안된다는 것이 변호사가 되기로 다짐했을 때 가장 처음 배운 것이었다. 변호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지만 아오토는 그 기본이 가장 지키기 힘들었다. 곤란해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들을 무시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사건 해결 과정 중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다. 계속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간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버릴 것 같아진 아오토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화제를 바꿔야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카게야마라는 사람 대단하네요! 순식간에 범인을 알아내다니…. 쇼레이씨의 약혼자라고 했죠..? 쇼레이씨는 누굴까요? 카자마츠리 경부의 말로는 쇼레이씨가 자기의 운명의 사랑이라는데… 그러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아, 아니지… 범인을 알아낸 건 쇼레이씨고, 카게야마씨는 그녀의 말을 전하기 위해 왔다… 였죠?”

 아오토는 자신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 받기 위해 자신과 나란히 걷는 에노모토가 있을 자신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항상 밀실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그였지만 이런 지나가는 말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곤 했다. 밀실에 미친 사람만 아니라면 범인까지 알아내는 것쯤은 누워서 떡 먹기… 까지 생각한 순간 시선에 에노모토가 들어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을 확인해 보니 그는 뒤쪽에 멈춰 서 있었다. 밀실도 깨졌고, 범인도 잡은 마당에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는 건가 싶어 에노모토에게로 달려갔다. 표정은… 항상 같았기에 읽을 수 없었고, 배가 아프거나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에노모토의 눈 앞으로 두 손을 흔들던 아오토는 한 박자 늦게 도착한 세리자와를 쳐다보았다. 에노모토가 왜 갑자기 멈춰 섰는지 알고 있냐고 묻는 행동이었으나 어깨를 가볍게 들었다 내리는 것을 보니 세리자와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절대 답을 해주지 않는 그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묻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에노모토가 말했다.

 “범인을 추리해 낸 것은 카게야마씨 본인일 겁니다. 그리고… 아마 호쇼 레이코와 호우 쇼레이는 같은 사람이겠죠.”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머릿속으로 빠르게 호쇼 레이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던 아오토는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에? 방금 전 우리와 같이 사건을 해결한 그 레이코 형사님이요?”

 “네.”

 “에엑? 그치만 그 사람은 쿠니타치 서 신입 형사님이고… 호우 쇼레이라는 사람은 홍콩 재벌의 영애라 했는데요..? 그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구요?”

 “네.”

 “…에… 그치만….”

 “자, 잠깐만! 생각났어!”

 혼란스러워 하는 아오토의 귀에 세리자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생각날 만한게 뭐가 있는진 알 수 없었지만 아오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다급한 목소리만큼 중요한 정보이길 바랐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계속 어딘가에서 많이 들어봤는데~ 싶었는데, 지금 생각났어! 그 호쇼라는 성 말이야, 그 호쇼 아냐? 금융에서 일렉트로닉스 거기에다 의약품 출판까지 손을 뻗은 세계유수의 재벌!”

 “아!!! 저 거기 그룹 제품만 써요!!! 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지?!!”

 흥분하다 못해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하는 아오토를 보며 에노모토는 차분하게 말했다.

 “아마 호쇼 레이코라는 형사분은 그 호쇼 가의 사람일 겁니다.”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집에 호쇼 그룹의 제품이 몇 개나 있는지 말하던 아오토가 갑자기 모든 동작을 멈춘 후 에노모토를 쳐다봤다. 호쇼 그룹 이야기를 하며 흥분된 눈으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얼른 설명해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살짝 고개를 돌려 세리자와를 쳐다보니 그 또한 같은 눈빛이었다. 자신이 밀실을 깨뜨릴 때보다 더 생기있는 눈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설명하는 것을 거절하진 않았다.

 “카게야마라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설명이 아닌 질문을 들은 아오토는 깜짝 놀랐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착하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범인을 찾을 생각이 없다는 에노모토의 충격 선언으로 어찌 할 줄 모르고 있었을 때 구원자처럼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마치…

 “…집사 같았어요.”

 아오토의 옆에서 세리자와 또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나비 넥타이가… 그치? 누가 봐도 집사였지?”

 두 손으로 카게야마가 매고 있던 나비 넥타이를 표현하며 말했다. 아오토는 안경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마 두 분이 생각하신 대로 그 사람은 집사였을 겁니다. 호쇼씨에게 아가씨라 불렀으니 호쇼 가의 집사겠죠.”

 “그치만… 아가씨라고 부른 것 하나로 그 사람을 호쇼 가의 집사라고 단정 짓는 건 좀… 그리고 레이코씨랑 쇼레이씨가 동일 인물이라는 말은 또 무슨 말이에요?”

 아오토는 두 손으로 카게야마의 안경을 표현하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방금 전 사건 풀이를 하면서, 카게야마씨가 아가씨라 부른 사람이 레이코씨 말고 한 명 더 존재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에, 설마 쇼레이씨?”

 “네.”

 확신에 찬 에노모토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아오토 대신 세리자와가 입을 열었다.

 “그치만 쇼레이씨랑 카게야마씨는 약혼한 사이라고 했잖아. 쇼레이씨가 레이코씨라면, 그럼 뭐야? 카게야마라는 사람은 아가씨랑 약혼한거야? …이거 위험한 놈인데..?”

 에노모토는 말 없이 세리자와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은 다물어져 있었지만 눈빛은 무언갈 말하고 있었다. 한심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그의 눈빛과 마주한 세리자와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형사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연히 자신의 신분이 드러난 상태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고 한다면, 그럴 때 할 행동이라면 뻔하죠. 완전히 다른 사람인 척 하는 겁니다.”

 아오토는 두 손으로 안경을 표현하는 것을 그만두고 대신 오른 손을 귓가에 가까이 가져갔다. 에노모토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다니면서 생긴 버릇이었다.

 “그럼 쇼레이라는 사람은 레이코씨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 인물이라는 건가요?”

 “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추리가 에노모토의 생각과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은 아오토는 환하게 웃으며 세리자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에노모토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세리자와에게 이 사실을 자랑할 생각이었으나 그는 방금 전 에노모토에게 차가운 눈빛을 받은 것에 아직도 뚱해져 있던 탓에 아오토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아오토는 두 입술을 쭉 내밀었다. 직장 상사가 아니라 직장 상사의 아이같았다. 아오토도 에노모토도 그를 달래줄 생각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세리자와를 놔두고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이 달래러 와줄 것이라 믿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세리자와가 뒤늦게 두 사람에게 기다려 달라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을 때쯤 아오토가 기쁘게 웃으며 에노모토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에노모토씨가 밀실이 아닌 사람에 대해 추리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네. 그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거든요.”

 에노모토의 대답은 예상 이외였다. 평소처럼 간단한 대답만 할 줄 알았는데 그 뒤에 딸려온 말이 살짝 충격적이었다. 에노모토씨가 밀실이 아닌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다니! 드디어 에노모토씨에게도 봄날이! 호쇼의 이름을 들었을 때보다 더 흥분한 아오토는 에노모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입을 열어버렸다.

 “증언만으로 범인을 알아내는 그 추리력은 존경...”

 “그렇죠?! 아가씨라고 하면 모든 남성들의 이상형이니까요! 저도 반해버렸는 걸요!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아가씨라는 신분을 감추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하지 않나요?!!”

 자신의 말까지 끊어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큰 소리로 소리치는 아오토를 보며 에노모토는 입을 닫았다. 잠시 흥분해 쓸데 없는 말들을 할 뻔 했다. 방금 전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아오토가 들었다면 며칠 동안 언급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하고 싶었던 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괜히 이상한 말을 해서 놀림 당하지 말고 그냥 평소처럼 조용히 아오토의 말을 들어주기로 다짐했다.
 “에노모토씨? 듣고 있어요?”

 “네… 뭐, 그렇네요.”

 뒤늦게 뒤에서부터 뛰어온 세리자와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대화에 끼어드는 순간 그들 옆으로 고급진 차가 지나갔다. 검은 리무진이었다.




 

 

 

 “이번 사건은 합동 작전이었네?”

 아가씨처럼 다리를 꼰 채로 리무진 뒷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쿠니타치 서 신입 형사 호쇼 레이코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러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정장을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안경을 쓰고 있었으나 말투와 몸짓은  일류 아가씨의 것이었다. 금융에서 일렉트로닉스 거기에다 의약품 출판까지 손을 뻗은 세계 유수의 재벌 호쇼 그룹의 아가씨인 레이코는 형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항상 카게야마 혼자 모든 사건을 해결하곤 했는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 푸는 모습을 보니 신선하더라. 처음으로 또래 친구를 사귄 아이를 보는 느낌? 굉장히 뿌듯했어.”

 진심이 묻어나오는 레이코의 말에 카게야마는 살짝 콧웃음을 쳤다. 누가봐도 아이에 가까운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아가씨 쪽이었다. 다른 아이에게 아이라 칭하는 아이를 보는 느낌에 카게야마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웃고 있는 집사를 본 아가씨의 반응이 눈에 보였기에 카게야마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말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아이가 훌륭한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번 사건에게 얻은 교훈이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대단하더라… 카게야마도 못 푼 밀실을 순식간에… 밀실 전문 변호사라는게 거짓말은 아니었나봐.” 

 카게야마는 룸미러를 통해 뒷자석에 앉아 있는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턱을 괸 채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모습이 살짝 피곤해 보였다. 수수께끼 풀이를 저택의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평소보다 더 긴장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수고한 아가씨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밀실을 푼 건 세리자와씨라기보단… 에노모토씨였던 것 같지만요.”

 카게야마의 말에 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어. 근데 왜… 밀실을 깨뜨린 것은 에노모토씨인데 밀실 전문 변호사라고 이름을 떨친 건 세리자와씨인거지?”

 턱을 괸 채로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리는 아가씨를 살짝 바라본 카게야마는 안전 운전을 위해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카자마츠리 경부님이 아가씨의 공을 가로채 가는 것과 같은 거겠죠.”

 카게야마의 말에 레이코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의 공이라… 호쇼 가의 아가씨인 자신에게 아부를 떠는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본 말이라 이젠 그런 말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 있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않은 채 지금까지 자신이 세운 공을 하나 하나씩 떠올리던 레이코는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턱을 괴던 손을 내리고 팔짱을 꼈다. 살짝 삐져나온 입술이 거울에 반사되어 카게야마의 눈으로 들어왔다.

 “랄까.. 내 공도 카게야마의 것을 가로챈거잖아.”

 받았다 빼앗겼을 때 허무감이 드는 것은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진 않았지만 자신의 공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니 섭섭했다. 레이코는 올라가는 입꼬리만큼 제어되지 않는 삐져나온 입술을 가리기 위해 괜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 이런 일로 삐치는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미 그녀의 집사는 그녀가 공을 빼앗겨 우울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속이 좁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카게야마는 오히려 그런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울해질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공이 아니라 생각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세계 굴지의 일류 아가씨였지만 정직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으로 자라준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그렇기에 카게야마는 레이코의 기분을 풀어주기로 했다. 추리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만 빼면 그녀는 충분히 사랑 받을 자격이 있었다.

 “아닙니다. 전 집사로서 호쇼 가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 제 공이 모두 아가씨의 공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음… 그런가?”

 항상 예상했던 대로 반응한다는 것 또한 아가씨의 매력이었다. 카게야마의 말에 설득 당한 레이코는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호쇼 가의 집사로 일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카게야마는 어떤 말을 하면 아가씨 가 어떻게 행동 할지 예상하는 것은 물론, 운전 중 잠깐 잠깐씩 룸미러를 흘기며 보는 것만으로도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맞출 수도 있게 되었다. 아마 지금쯤 그녀는 머릿속으로 오늘 해결한 사건을 다시 되돌아보며 자신의 활약을 되새기고 있겠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카게야마는 레이코가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지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 시간 상으로 보아 현재 아가씨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

 “에노모토씨가 밀실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에노모토씨가 이번 사건의 밀실을 깨뜨리는, 그야말로 이번 사건의 주요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었다. 혼자 생각에 빠져 있던 레이코는 카게야마의 말을 듣곤 살짝 움찔거리며 카게야마를 쳐다보았다. 룸미러에 비친 그의 얼굴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가 걸려져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듯이 행동했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과 말들은 항상 정답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떻게 보일진 모르겠지만 레이코는 카게야마가 자주 짓는 저 미소가 싫었다. 얄미웠다. 겉으로 들어나 보이진 않지만 분명 이번에도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뿌듯해 하고 있을 게 뻔했다. 뭔가 카게야마의 콧대를 눌러 줄 수 있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카게야마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기로 했다.

 “저쪽도 만만치 않게 특이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지.”

 “저쪽도 라니… 설마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죠?”

 “맞는데? 너도 그렇고, 에노모토씨라는 사람도 그렇고… 추리력은 대단한데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카게야마와 에노모토, 에노모토와 카게야마.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 아니야? 레이코의 말이 카게야마의 머릿속에 박혔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왠지 모르게 어딘가 듣기 불편했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뭐랄까… 가슴 어딘가가 가려운 느낌? 부끄러운 건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지로 붙잡아 자동차 소리에 묻혀 버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어울리네요.

 “나중에 아오토씨한테서 에노모토씨 번호 알려 달라고 할게. 꼭 연락해봐! 내가 보기엔 너희 두 사람 완전 천생연분이야. 금방 친해질걸?”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중에 한 번 더 만나볼게요.”

 검은 리무진은 카게야마의 심장 소리만큼 빠르게 저택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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