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헬가×로잔나 배 위에 앉아 석양 바라보며 술잔 기울이는거 주세요 부드러운 음악 흘러야함 


4.3

죽어가는 헬가를 끌어안고 내 심장을 먹어, 내 심장을 먹어. 하고 끊임없이 애원하는 로잔나가 보고싶다. 사람이 감히 버티지 못하는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또 그런 요구가 이기적임을 알면서도 그저 헬가가 이 순간에는 죽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되뇌이고 또 되뇌이는 것 보고싶다.

 그러나 헬가는 삶의 끝을 선택할 만큼 강인한 사람이고, 로잔나는 억지로 친우의 선택에서 눈 돌릴 만큼 나약한 사람이 못 되었기에 결국 식어가는 헬가의 몸을 어떻게든 데워 보기 위해 그저 꾹 껴안는 로잔나가 보고 싶다. 


+노말 사르디나 간신히 밀었던.....다시보기도 없던 시절에 쓴 적폐날조 그렇지만 영원을 강요하는 로잔나는 언젠가 꼭 보고싶은 시츄이기도 합니다


4.9

로잔나가 누구에게도 머리카락을 만지게 놔두지 않는데 오직 헬가가 만지작거리는 것에만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머리카락을 만진다! 보다는 궁극적으로 머리카락이 달려 있는 곳이 사람의 약점인 머리니까 아무도 손 못대게 할것같지.... 어린놈들이 머리 매만지며 자신을 얕잡아보는것도 싫고.

그러나 신뢰와 친애의 표시로, 기꺼이 자신의 머리를 헬가에게 내어주는 로잔나가 보고 싶다.


4.11

심장을 빼 숨겨 놓았기 때문에 사랑을 느낄 수 없는 로잔나에게 자신의 심장을 바치는 헬가가 보고 싶다. 내가 당신에게 바친 심장 대신 당신의 심장을 달라 요구하는 이 용기사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음에도 찌를 듯한 아픔을 느껴버리고야 마는 로잔나.


4.13

헬가가 로잔나가 쓰다듬을때 에구 관절이야 같은 대사치면서 허리 굽혀줬다 나보다 어린놈이 약한소리한다고 역정 들으면 좋겠다....... 외관상은 손녀와 할매인데 실상은 그 반대인거 정말 좋아


4.14

로잔헬가? 로잔나가 헬가 머리통 꼭 끌어안고 너는 나보다 먼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묻는게 보고싶다. 로잔나와 헬가 둘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인 걸 알고 있음. 헬가는 내가 통령을 두고 어디 가겠수? 하고 답해줘야 함.

헬가가 죽기 직전에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대답을 돌려받기를 원했지만 이미 대답할 수 없게 되어버린 헬가와 그런 헬가의 머릴 쓰다듬는 로잔나.


4.20

헬가가 바다를 바라보며 공상에 잠겨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로잔나가 왜 지지리 궁상이냐며 등짝을 갈기면 좋겠다(헬가:왜 심술이우) 


헬가 초상화를 간직한 로잔나 썰 봐버리며 지금울고있음....... 대외용 간지나는 용기사의 초상화는 거실에 걸어두고 너털웃음 터뜨리는 웃는 정말 사적인 헬가의 초상화는 집무실 책상 위에 엎어놓을 것 같지 않나요? 평소에는 절대 쳐다보지도 않다가 혼자 술병 하나 까는 날에 취해서 초상화를 바로 세워놓고 너도 한잔 하라며 술 권하다가, '그래, 넌 이제 나랑 함께 이리 대작하지 못하겠지.' 하며 다시 엎어놓게 되는...... 

로잔나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서 웃고 울고 떠들고 또 자신을 놀리는 헬가 슈미트였지, 정적인 그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생생한 초상화라도 실물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예 책상에서 치워버리지는 못하는거죠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아무리 오래 산다 하여도, 아무리 무뎌졌다 하여도 로잔나 데 메디치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4.22

헬가 외알안경 집사복입고 정중하게 마차에서 내리는 로잔나의 손을 잡아 내려주고 허리를 숙여 그 손에 입맞추는 상황 보고싶다. 로잔나가 그 꼴을 가만히 내려보다 헛웃음치고, 고개 드는 헬가 멱살 잡아끌어 입맞춰주면 좋겠다 말려올라가는 입꼬리 보고 짜증내 버리기 


로잔나에게 지나가듯 청혼하는 헬가가 보고싶다. 그냥 단둘이 산책하면서 잡담하는데, 그날따라 로잔나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그렇게라도 청혼하지 않는다면 못 견딜 것만 같은 기분에 충동적으로 청혼하는 헬가.

 그런데 당연히 거절당하리라 생각하고 꺼낸 멋없는 청혼에 담담하게 '네놈의 인생은 이미 내 거잖아, 헬가.' 하고 그저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평온히 말하는 로잔나도 보고 싶다


4.23

크메르사트와 헬가 슈미트는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큰 퍼즐조각이었을 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 조각이 사라져버리면 멀쩡해 보여도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거지 마치 톱니바퀴가 빠진 시계처럼 멀쩡해보이지만 태엽 빠진 시계가 작동하지 않듯 헬가의 시간은 용을 잃은 그날 멈춰버렸다고 생각함 


4.25

로잔나 손이 차가우면 좋겠다. 그런데 헬가의 손은 미지근해서 장갑을 벗고 둘의 손을 붙잡으면 옮는 온도가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


5.3

헬가가 바닷속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인어같지 않았을까요? 

흐늘흐늘 흔들리는 백발의 길게 땋은 머리는 지느러미 같았고, 창은 바닷 물결에 일렁이듯 빛나서 그 모습이 꼭 고대 문헌 속 인어와 같았다.


헬가가 인어여도 맛있을것같아요. 적폐날조지만 늙어간다고 생각한 이가 사실 바닷물로 돌아가지 못해 죽어가는 거였고, 언제건 돌아가기만 한다면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용을 잃었던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그냥 육지에 남아있는 헬가 슈미트....... 로잔나가 몇 번이고 애원해도 이것만은 들어주지 않을 것 같죠? 내 끝은 내가 정한다면서. 그러나 로잔나는 그런 고집 센 용기사를 사랑하기에, 로잔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금이라도 더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 뿐인거죠.


5.5

어린이날 기념 젊어진 헬가가 웃으면서 크메르사트 녀석은 어디있지? 해서 싸해지는 기사단 

+사실 크메르사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좋겠네요 그렇지만 막연하고 조그마한 희망에 휩싸여 용을 찾아버린 헬가도 찌통이지만......사랑스러울듯


5.6

아.....로잔헬가.......매끈한 손을 붙잡은 주름진 손과 주름 하나 하나를 훑는 당신이 그토록 애틋해 보였다고 말하는 헬가가 보고 싶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고, 또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라 고백하며 당신의 영원히 흘러갈 바다를 닮은 눈동자조차 사랑하여 몸둘 바 몰랐다고 고백하는 헬가 슈미트.

그 말을 듣고, 헬가의 얼굴을 쓸어 주다가, 문득 네 흐르는 세월과 다가오는 땅거미와 네 얼굴에 늘어가는 주름마저 사랑하고야 말아버렸다고 받아치는 로잔나 데 메디치. 누구보다 바다를 닮은 이가, 바다를 닮은 널 사랑했다고 용기사에게 고백하는 장면 보고 싶다.

 하여 네 관을 묻더라도 그 관은 비었을 테며, 심장 아래 널 묻고 살아가는 나는 다시는 본래의 나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고하고야 마는 로잔나.

 헬가가 죽은 이후에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로잔나는 거울을 보며 그 져 가는 생명력에서조차 헬가 슈미트의 그림자를 보고야 말 것 같다.


아까 푼 썰에 있었는데 생각할수록 헬가 사후에 나이 먹기 시작하는 로잔나 맛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나서야 나이들기 시작하는 정신....... 거울도 안 걸어놓을듯 늙는다는 실감 느끼기 싫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헬가를 생각하지만, 또 생각하게 되는 거지 내가 늙지 않는 몸이어서 헬가가 사랑했던 거라면?

 헬가가 그렇지 않았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늙어가는 것은 외관뿐이 아닌 정신이었고 점차 나약해지는 그 종신통령(캐붕이지만) 그저 헬가의 초상화를 꺼내 놓고 말을 걸다가도 어느 순간 초상화를 쳐다보지도 않고 방을 나가버릴 것 같다. 키도 조금 자랐고, 얼굴도 성숙해지고, 그렇게 성장은 언제나 스러짐을 동반함을 그제야 깨달을 것 같지. 성숙함은 단지 나이에 비례하지 않았음도.

 그렇게 본다면 헬가 슈미트는 용의 상실을 통해 성숙해졌을까 생각하다가도 한없이 슬퍼지고야 마는 로잔나 데 메디치. 옳다고도 그르다고도 말해줄 사랑하는 이는 이제 없으니까... 바다로 돌아간 헬가 슈미트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해서 자신의 사후에 자신을 관에 묻지 않고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 말하는 로잔나가 보고 싶다. 꼭 헬가 슈미트가 그러했고 바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그러했듯이.


5.10

로잔헬가 줘라 반지 바꿔끼는 로잔헬가 헬가가 낀 반지에는 닻이, 로잔나가 낀 반지에는 용이 새겨진 거지 오타쿠적으로 너무 좋을듯 


5.11

그저 가라앉고 있는 것이었다. 닻을 내린 배처럼.<<<으로 시작하는 로잔헬가 보고싶다 

+그저 가라앉고 있는 것이었다. 닻을 내린 배처럼. 로잔나는 태생이 바다를 닮은 자였으므로, 누군가 제 앞에서 그토록 고여 가는 꼴을 차마 두고보지 못했다.


5.12

근데 풀헬가는 머리 땋지 않고 자르거나 풀어헤쳐도 좋을것같아요. 캐치프라이즈는 용과 함께 노년을 맞는 용기사 이런거죠. 유일하게 크메르사트가 살아있는 세계관 (실장되기 전에 하는 날조) 네가 죽지 않았기에 애도의 의미로 머리를 땋을 필요가 없는 헬가 슈미트와 늙고 노련하고 아름다운 용.... 그럼 3스 궁 날릴때 실루엣이 아니라 진짜 용이 울부짖으면 좋겠다.


5.13

헬가의 사후로, 로잔나 데 메디치의 무감각함을 보고 싶다. 영원토록 빛나리라 생각했던 두 눈은 무기질적으로 변해버리고, 굽이치던 금발은 땅에 닿아버리고. 선장의 모자조차 품에 안고 세월에 삭아버린 로잔나 데 메디치. 내리깐 눈에 짙게 담긴 피로함이 꼭 그 종신통령을 짓누르는 것만 같아서 점점 더 로잔나를 어렵게 대하는 사람들과 그럴 때마다 헬가를 그리워하는 로잔나(로잔헬가임) 그제서야 자신의 바다가 헬가 슈미트였음을 깨닫는 로잔나.


5.15

뻘하게 헬가는 딱히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주변인의 죽음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는 덤덤할 것 같고......그런데 막상 죽지 않는 몸이 되면 오히려 불멸을 두려워할것같죠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에게 쥐여진 불사의 몸은 전혀 원치 않던 것이니까

불사가 되어버린 헬가가 영영 로잔나를 떠나버리면 어쩌죠? 사랑하지만 용서할 수 없기에 아예 마주보지 않으려고 드는 헬가. 마주보면 용서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세지 않는(그리고 세어버릴 수 없는) 흰머리를 기어이 잘라내 버리고 로잔나에게 쥐여 주며 이제 만족하냐고 묻는 헬가.....

 그 두 금안이 정말 황금이라도 되는 듯 서늘해서 입을 열었다 다시 닫는 로잔나. 더이상 웃지 않는 헬가와 웃음을 갈구하는 로잔나 같은 상황 보고싶네요 죽지 않는 몸이 과연 헬가가 선택한 상황일까 하는 의문점이 너무 존맛

그냥 좀 목적에 따른 이유와 수많은 사정이 있을 거 아녜요? 헬가를 불멸로 만든 로잔나한테도 분명 그게 있었을 텐데 헬가를 불멸로 만들 즈음의 로잔나에게는 오직 목적만이 남아버린 거죠 헬가도 그걸 알고 변한 건 당신이라며 필사적으로 토로하려 들었으면 좋겠네요


로잔나가 곧게 서서 두 손으로 심장을 쥐고 헬가에게 건네는 장면 보고 싶다. 누구의 심장인지 알 수 없지만 로잔나의 입가에는 누구 것일지 모를 푸른 피가 흘러내리고 있고 꼭 같은 색의 눈동자가 헬가를 응시하는데 뒤돌아선 헬가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 그런......


침대 밑 괴물 소재로 침대 밑 로잔나가 아주 어리던 헬가의 침대 맡을 지켜 준 적 있으면 좋겠다.

 헬가의 손을 맡잡은 작고 서늘한 손의 감촉을 기억하는 헬가...... '먼 훗날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제가 어른이 되어도 당신이 제 곁에 있을까요?' 어리던 헬가가 조심스레 물으면 눈가를 덮어 주며,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고 자도록 해.' 하고 속삭이는 로잔나. 그러나 상냥한 손길이 헬가의 이불을 끌어올려 주어서 영원토록 그 감촉을 잊지 못하리라 생각해 버리고야 마는 헬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캄캄한 밤, 기억나는 것은 오직 서늘하고 작은 손 하나 뿐이고 언젠가 어른이 되어 악수를 위해 붙잡은 손이 꼭 그러한 감촉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휙 손을 잡아당기고야 마는 헬가...... 어른이 된 아이의 곁에 있지 못하는 로잔나지만 그 작던 아이를 평생 못 잊을 거고 그게 사랑이겠죠 뭐 한없이 애틋하고 조심스레 여기게 되어버리는 


5.18

(하드스토리 나오기 전의 날조!) 어떤 시간선의 로잔나는 대의를 위해 헬가의 용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 강대한 힘을 무릎꿇릴 수 없다면 아예 스러지게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로잔나가 한 명쯤은 있지 않았을까......

어쩐지 헬가를 만난 적 없는 로잔나는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그 종신통령은 결국 완전한 선역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르디나 전체를 위해서라면 끊어낼 수도 있는 선인 헬가 이 시간선은 암잔나와 암헬가가 되지 않을까? 어떤 소설에서 사랑한 공주의 죽음에 그 공주의 고향조차 책임이 있다고 여긴 왕을 봤었는데 헬가가 그럴 것 같죠. 사랑하던 용의 죽음에는 방관한 용들이 있으리라 여겨 버려서 용 사냥꾼이 된 헬가...... 

헬가는 그럼 로잔나를 증오했을까요 아니면 애증했을까요? 대의를 위한 선택임을 알고 자신까지 죽이지 않은 선택에 분명 손해와 후회가 있을 것을 알면서도 살린 통령에 대해 어떤 기분일까....... 아마 꽤 미묘한 감정선일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한 건 분명 이 둘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시간선(=공식 시간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선택에 의해 그토록 어긋나버렸다는 점이 존맛이라는 거죠


로잔나의 그림자는 성인 여성으로 보이기도 하고 꼬리치는 지느러미가 보이기도 하며 노년 여성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으면 좋겠다. 살아온 세월을 그대로 투과하는 그림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5.24

그 시츄 보고 싶네요 휘둘러 오는 칼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점 움직임조차 없는 로잔나와 결국 로잔나에게 닿지 못하고 코끝에서 멈추어 서고야 마는 떨리는 칼날 같은 거.

 보이지 않는 물음이 들리는 듯 했다. 너 나를 찌른 후의 뒷감당을 할 자신은 있는 거냐? 모두가 답을 알았다. 그 종신통령은 강했고, 지혜로웠으며, 사르디나의 중추였고, 누구보다 사랑받는 지도자였으므로. 그 칼날이 닿지 못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5.26 

(트친분과 함께 풀던 썰로 용헬가/로잔나였던? 것 같네요 문제시 삭제합니다)

용헬가가 결국 로잔나를 죽이지 못했지만 로잔나 스스로 삶을 끝내는 결말도 정말......정말좋지 않나요 다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알아버리자 스스로 약점을 찔러버리는....돌아갈 수 없단 것은 결곡 결코 그 시절의 웃음도 그 시절의 자신도 그 시절의 헬가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절대 나를 잊지 말라며 끝까지 제 약점을 붙들다 네 손으로 찌르라며 포기하고, 종내 자신이 찔러버리는 로잔나.... 그럼 적어도 헬가는 절대 로잔나를 잊지 못할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리 변해버렸다 하더라도 그 푸른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이내 한 점 휘어짐 없이 감기는 순간을 잊을 수 없겠지 


아 진짜 끝나버린 이야기 좋아하거든요.... 시대의 뒤안길로 이미 사라져 버린, 그래서 잉크 자국밖에는 남기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로잔헬가는 헬가의 이야기를 집어 들고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이 이야기에 네 삶을 전부 담을 수 없었다고 노을이 넘실거리는 창가에 대고 한탄하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너무 좋아요 불멸필멸이란 점도 진짜 디비지는데, 이 아발론의 이야기가 지고 나서도 로잔나는 끝없는 삶을 홀로 살아가며 헬가를 그리워할 것이라는 점에서 늘 디비짐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 덮여버린 책이 새 페이지를 열지 못하고 덮인 책 마침표가 찍힌 이야기 안에 로잔나 데 메디치의 이름은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더없이 사랑스럽게 기록될 테지만 로잔나의 이야기에서의 헬가 슈미트는 이제 영영 작은 따옴표 안 회상으로만 자리하겠죠 


6.9

여름맞이 조개껍질 편지봉투에 담아 보내는 로잔나....헬가가 사르디나의 여름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조그만 유리병에는 투명한 바닷물이 담겨 있었다. 짭짜름한 냄새를 남기며 액체는 찰랑거렸다. 사르디나의 바다 한 구석을 베어다 담기라도 한 듯이. 여름이었다.


6.12

로잔나 데 메디치는 달을 닮았다는 상상 너무 좋음 차오르고, 다시 지기를 반복하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생명과 시간의 상징으로....

 '소녀이며 여인이고 노인이기 때문에. 그 외양은 소녀와도 같으나, 그 행동거지는 정열이 넘치는 청년이다. 그러나 그 푸르른 눈동자만은 영원토록 노인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어리며 영원히 젊으면서도 영원히 모든 것을 겪어본 권태로운 노인의 눈을 할 수 있는거지......왜냐하면 로잔나 데 메디치는 소녀이자 여인이자 노인이니까 그리고 지지 않는 달을 닮았으니까 


6.14

로잔헬가 헬가에게만 해피엔딩인 둘의 결말 보고싶다.

 헬가는 인간으로의 삶을 살다 만족스레 수명을 채우고 죽었지만 이제 남은 로잔나는 삶의 퍼즐 한 귀퉁이가 영원히 빠진 채로 살아가는거지 로잔나 그 자신이 헬가의 퍼즐을 완성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헬가의 퍼즐은 이제 모두 맞추어져 액자 속에 넣어졌지만, 여전히 흐트러진 자신의 퍼즐을 돌아보는 로잔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6.23

왕후장상에 어찌 씨가 달리 있겠냐고 말하며 반란을 일으킨 로잔나와 그 호위기사 헬가 달라 바다의 사랑을 받는다는 명분이라니 완벽한 왕의 자격이다

 그 민란은 반란으로 번져 갔으며 선두에 선 것은 6척의 창을 휘두르는 장수였고, 왕의 이름을 내세운 소녀가 한 번 손짓할 때마다 바다가 갈라지고 땅이 흔들렸다 하더라. 신묘한 재주를 다룰 줄 알아 한번 본 뱃길을 잃는 법이 없었으며, 신묘한 작전으로 늘 적선을 함몰시켜 그에 대적할 자 아무도 없더라. 노략질을 일삼는 질 낮은 자들을 모조리 복속시켜 그의 발 밑으로 두니, 감히 바다 위에서 그 자를 대적할 이 없더라. 


아주 훗날에 사르디나도 다케온도 플로렌스마저 역사가 되어버리고 마력도 마법도 없는 세상이 오게 되면 로잔나의 설화는 바다 근처의 부족을 통합한 영웅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환웅 설화처럼 

그렇다면 헬가 슈미트는 어떻게 문헌에 남을까 생각해보면 흥미로움.....용이란 존재는 멸족한 지 오래니 그저 창을 잘 다루었다고 나올까? 용을 상징으로 삼은 마을에서 창을 부러뜨려서 용을 잃었다고 표현될지도

 그러나 어떠한 신화가 당사자들에게 그토록 생생하듯이 헬가에게는 용이 있었고 로잔나 데 메디치는 인어의 심장을 씹어먹고 살아남았으며 그 역사책을 손에 든 이조차...


-6월 트윗까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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