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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6/24P/중철/소설/신토도/요괴AU

글 · 표지 자몽

캘리그라피 NT(@naru159)님 




샘플


  “그럼 이름을 알려줘.”


  소년은 소년을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짙은 보랏빛 눈동자가 온전히 자신이 담기자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여전히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하? 인간의 아이야, 농담이지? 어떻게 이 몸의 이름을 모를 수 있단 말이냐! 그렇게 찾아다녔으면서!”

  “흐응― 내가 너 찾아 다녔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 그건….”

 

  소년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지난번과 같이 소년의 눈앞에서 사라지려 했지만, 소년이 한 발 더 빨랐다. 소년은 소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고마웠어,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소년은 소년의 머리칼에 소년의 눈동자와 같은 제비꽃 머리핀을 꽂아주었다. 보랏빛 눈동자와 제비꽃 머리핀은 제법 잘 어울렸다. 소년의 귀여운 선물에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소년의 뺨을 쓰다듬었다. 고맙구나, 인간의 아이야.

  낡은 사당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적당히 자신의 사당의 아무 곳에 앉은 소년은 옆자리를 툭툭 치며 소년에게 앉으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소년이 소년의 옆에 앉자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내 이름은 신카이 하야토, 하야토라고 불러줘. 너는 이름이 뭐야?”

  “…요괴는 인간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하야토, 너는 내 이름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소년은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소년의 손목 안쪽에 자신의 입술을 스쳤다. 소년이 당황할 새도 없이 소년의 손목에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졌다. 당장에라도 손목이 타 들어갈 듯이 아팠지만, 소년이 손목을 쓰다듬자 아픔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네 손목에 내 힘을 조금 넣어두었다. 아마 하급 요괴 따위가 접근하는 일은 없을 테지.”

  “그래? 상냥하구나, 고마워.”


  소년의 말에 소년은 두 눈을 접어 살며시 웃었다. 바람에 살랑 이는 소년의 머리칼과 제비꽃 머리핀은 아름다웠다.


(중략)


  “응, 내일 보자.”


  그 다음 날 사당 앞에서 만난 두 소년은 마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가자, 하야토, 여전히 소년의 머리에는 소년이 선물한 제비꽃 머리핀이 꽂혀있었다. 소년은 머리핀을 보며 다음에 올 때는 새로운 머리핀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이끄는 곳에 도착했을 때, 소년은 눈을 의심했다. 인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가득 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마치 인간들의 축제 같은데? 저 사람들 전부 요괴?”

  “나름대로 인간으로 둔갑 한 것 같네.”

 

  하야토, 가자. 수 없이 잡았던 소년의 손 이었지만, 새삼스레 가슴 한 구석이 간질여오는 기분이었다.


  “데이트 같다.”

  “데이트잖아, 진파치.”


  소년의 말에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소년의 등 뒤로 축제를 알리는 폭죽이 마치 소년의 얼굴과도 같았다. 가자, 진파치. 두 소년은 손을 맞잡은 채,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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