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내 방 내 책상 내 노트북

다툼없는 날이 없던 것 같아 언제나 그 위 천장은

계단이 있었고 바퀴벌레들이 몰려다녔으니까

어느 날은 부부싸움을 하더라

아이는 울고 아기도 울었어

회초리보다 바람 소리가 무서운 것처럼 울었어

아무렇지 않은 듯이 귀를 막고 나도 울었어

다시는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했어

그들은 싸우고 있고 천장의 뚫린 구멍을 따라

내 집의 사람들이 전부 나가버렸으니

고독한 미식가처럼 바퀴벌레 소스를 찍어 화장해야겠지


내 집 내 방 내 책상 내 노트북 내 휴대전화

알람 위에 손바닥 지문을 대며 사라지는 소음도 불가하더라

아침이 되면 바퀴벌레 가족은 춤을 추거든

매일 매번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틀어놓고 열창을 해

계단 위에 8가지 발을 구르고 열창을 해

내 집 내 방 내 책상 내 노트북 내 휴대전화

피곤한 콜라병을 짓누르며 계단을 박살 내기 시작하지

시끄럽다는 말은 내면에서나 떠들썩 울림이더라

내 집 내 방 내 책상 내 노트북 내 휴대전화

똑똑하지 못한 가족들이야


내 집,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돼

내 방, 장난감 총을 두고 싸우지 않아도 돼

내 책상, 피부에 새겨지지 않는 볼펜을 들고 낙서하지 않아도 돼

내 노트북, 볼륨을 높이고 101번째 소음에 귀를 기울이자고

내 휴대전화, 듣기 싫은 목소리가 바퀴벌레 맛과 닮았겠어

내 집 내 방 내 책상 내 노트북 내 휴대전화

바퀴벌레 바퀴벌레 바퀴벌레 바퀴벌레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 소음은 내면에서 장난을 칠 뿐

바퀴벌레 가족들은 멍청해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어

죽여버리는 단념, 죽어버리는 사고

친애하는 나의 벌레들아

작가, 퀴어,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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