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코는 길을 걷다 경찰차가 보이자마자 뛰었다.


이유? 이유 따위 없다! 그냥 재밌으니 뛰는 거지! 흐학학!


뭐에 찔린 듯 황급히 도망치는 드레이코의 모습이 굉장히 수상해 보였는지 경찰차가 바로 뒤쫓았다.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오는 경찰차와 그간 쌓아온 운동 실력을 보여주듯 재주 좋게 도망치는 드레이코에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두 그 모습을 쳐다봤다.


하하! 내가 사고 칠 때마다 날 쫓는 사람은 바로 엄마랑 손위 남자 형제다! 내가 그 두 사람한테서 튀는 건 잘한다고?!


자신 있게 도망치던 드레이코는 결국 달리는 데 체력을 다 쓰고 나서야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허억… 허으억… 선생님들 나 좀 잠만 쉽시다.”


“네, 대체 왜 도망친 건진 일단 서에 가서 들어봅시다. 거기서 쉬세요.”


“흐어엉 저 범죄자 아니에요오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바닥에 드러눕는 드레이코를 경찰들이 끌고 가고 드레이코는 경찰서의 유치장에 들어가게 됐다.



“드레이코!!”


“보호자 되시죠?”


“네, 그 애 언니예요. 저희 애가 또 마음에 안 드는 선배 대가리를 깼나요?? 아니면 길거리에서 꼰대들한테 랩 배틀이라도 걸었다가 명예 훼손으로 끌려왔나요?? 바바리맨을 죽도록 밟아서 진짜 죽일 뻔했다가 고소당했나요? 설마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니겠죠…?!”


“이, 일단 진정하세요!”


“네.”


“그렇다고 갑자기 진정을…!”



안절부절못하던 프로시온이 급 진정하자 경찰들이 더 호들갑을 떨었다. 유치장에 있던 드레이코는 프로시온을 향해 빨리 꺼내달라며 징징거렸다.



“언니~! 나 좀 꺼내줘. 나 이번엔 진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이거 다 오해야…!”


“동생 분이 경찰차를 보자마자 수상하게 달아나서요.”


“아… 분명 재밌을 것 같다고 일부러 경찰차 앞에서 도망친 걸 거예요….”


“네…….”



떨떠름한 경찰들이 유치장 문을 열어주고 그 와중에 푹 자고 나왔는지 머리 한쪽이 눌린 드레이코가 시시덕거리며 나왔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아이고, 진짜…!”


“악! 아팍! 악!! 언니 손 맵다고…! 악!!”


“넌 맞아도 싸. 넌 맨날 사고를 치니!”


“건강하면 된 거지.”


“좀 얌전히 좀 살자! 좀!”


“악! 아악!”



프로시온이 드레이코의 등을 짝! 소리 나도록 등을 찰지게 때렸다. 드레이코가 아프다며 훌쩍이는 소리는 냈다.



“속보, 언니에게 맞아 죽은 20대 여성 처참한 등의 모습 발견.”


“즐거워요(3) 놀라워요(10) 안타까워요(0) 관심 없어요(2482)”



가방에서 차키를 꺼낸 프로시온이 드레이코에게 차키를 던졌다. 냉큼 차키를 받아든 드레이코가 동생 부려 먹는 거냐며 투덜대다 프로시온의 째림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일 처리하다 너 때문에 급하게 나온 거거든? 나 말고 네 가족 부르지. 너희 어머니랑 오빠 자주 오잖아.”


“한 번 더 경찰서 가게 하면 집에서 쫓아낸다 했다고….”


“그러실 만도 하지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경찰서에 불려가니까.”


“집 가는 길에 로또 사야 해. 오늘 로또 사는 날이야.”


“어차피 되지도 않을 텐데.”



프로시온의 타박에 타격이란 하나도 받지 않는 드레이코는 신이 나 웃으며 벌써부터 상금 걱정을 했다. 김칫국을 장독대로 처마시고 있네. 프로시온은 드레이코의 저주받은 뽑기 운을 알아서 혀만 찼다.



“헉, 내가 1등 당첨돼서 16억을 타면 어쩌지…? 이런, 너무 부자가 돼버리는걸. 부담스럽지…는 않지. 개꿀이지. 16억이나 되니까 언니한테도 5억 정도는 줄게!”


“거기서 세금 떼이는 것도 생각하렴.”


“어? 어엄… 그럼 언니한텐 2억 정도만… 2억은 좀 많은 것 같은데 1억 어때? 음… 언니 이미 돈 많은데 1억 말고 5천은?”


“점점 액수가 줄어드는데.”


“… 굳이 줘야 할까? 언니 이미 돈 잘 벌잖아? 어차피 가주 자리에 오르면 거기 집안 돈 다 언니꺼 아니야? 그럼 안 줘도 되겠다!”


“허이고.”



필요도 없다며 코웃음 친 프로시온이 차에 올라타고, 드레이코는 그래도 1등 당첨되면 밥은 사겠다며 킥킥 웃었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가지고 싶은 선물 있어?”


“작년처럼 이상한 것만 아니면 돼.”


“라바콘이 뭐 어때서!”


“공사장에서나 쓸 걸 대체 어디에 쓰라고 주는 건대??”


“머리 장식?”


“… 제정신이니?”


“왜, 멋지지 않아? 그걸 쓰고 밖에 나가면 모두가 멋지다고 쳐다볼 거야.”


“미쳤다고 쳐다보겠지.”



드레이코가 낄낄 웃고 프로시온은 저 녀석 제정신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쾅-!


뒤에서 부딪혀온 차에 드레이코와 프로시온이 타고 있던 차가 흔들렸다. 드레이코는 재빠르게 고개를 떨궈 이마로 클락션을 눌렀다.


빠아아아아아아앙-!!


요란한 클락션 소리가 이어지자 접촉 사고를 낸 상대가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상대는 큰일이 난 줄 알고 울어댔고, 프로시온은 드레이코의 행태에 뒷목을 붙잡았다. 교통사고 났다고 누가 죽은 척하냐고, 미친놈아.


드레이코와 프로시온의 눈이 서로 마주치자 드레이코가 찡긋 윙크를 날렸다.



드레이코는 바로 병원에 입원했고, 프로시온까지 억지로 입원시키려 했지만 바쁜 일 처리를 병원에서 처리할 순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드레이코는 가족들의 문병을 한 번씩 받았고, 가족들은 이번엔 또 뭔일로 입원했냐며 잔소리를 몇 번 들었다.



“언니, 나 토끼 사과 깎아줘.”


“지랄마렴.”


“언니 입이 많이 험해졌어. 처음엔 내가 욕 조금만 해도 기겁하더니.”


“누구 때문이라 생각하니?”


“언니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안심이야.”



드레이코가 해맑게 엄지를 치켜세우자 프로시온이 한숨을 푹 쉬었다. 탁자에 과일 바구니를 올려놓은 프로시온이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았다.



“병실에만 있는데 심심하진 않고?”


“응, 나 해리포터 영화 정주행 중.”


“아, 그거.”


“나 처음에 언니가 영화 봐본 적 없다고 해서 기겁했잖아.”


“워낙 일만 하고 살았으니까….”


“역시 거기 집안은 좀 개 같은 것 같아. 어떻게 애한테 일을 시키고 한 번도 쉬게를 안 하지?”


“그나마 넌 소속이 안 돼서 다행이지.”


“사생아란 게 이럴 땐 좋네.”


“그런 말 하진 말고.”



칼이랑 접시를 가져온 프로시온이 사과를 토끼 모양으로 깎아주고 드레이코가 날름날름 받아먹었다. 역시 언니는 츤데레라니까. 결국에 해줄 거면서 아닌 척하긴.



“언니는 여기서 누가 제일 좋아? 난 드레이코 말포이 귀엽더라. 앙칼진 부잣집 예민 도련님이야.”


“걔가… 그런 이미지였나…? 뭐, 난 딱히.”


“그럼 만약 여기 환생이나 빙의나 하게 된다면?! 누가 돼보고 싶어?”


“돈은 많으면서 정치, 사교계랑은 한 발짝 떨어진 부자 가문의 일원 1 정도.”


“돈은 블랙이랑 말포이가 많은데. 말포이는 정치, 외교에 충실한 가문이라 안 되네… 그럼 블랙? 망하긴 했는데 돈은 많아. 그래서 대부 죽고 주인공한테 다 상속되었을걸?”


“그럼 그거.”



프로시온이 심드렁하게 사과를 깎고 드레이코는 사과를 오물거리며 재잘댔다.


난 스네이프 교수님 좋더라. 성격은 괴팍한데 한 여자를 사랑해서 모든 걸 바쳤다는 서사가 쩔잖아. 그러니. 시리우스 동생인 레귤러스 안 나와서 좀 아쉬워. 원작에도 이미 고인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블랙이니까 분명 잘생겼을 거야. 그래.


프로시온에게 재잘대던 드레이코의 목소리가 점차 느려지며 뚝 멎었다. 목소리가 멎자 프로시온은 사과를 깎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드레이코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프로시온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언니 원래 눈이 은회색이었던가? 나랑 같은 파란색… 으로 기억하는데.”


“너 지금 은회색이거든.”


“머리도 생머리였는데… 왜 곱슬곱슬하지?”


“너 머리 다쳤니?”



운전대에 머리를 박더니 진짜 다친 거냐며 프로시온이 걱정했지만 드레이코에게 그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내 피부가 원래 이렇게 하얬던가? 밖에 나돌아다녀서 좀 탄 걸로 기억하는데.”


“원래 네 피부 하얀데 새삼스럽게.”


“내 탄탄한 복근 다 어디 갔어? 운동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놈이 겨우 만들어놓은 복근이잖아, 이건.”


“네가 운동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렇지. 몸 안 좋아서 몇 달 전부터 겨우 운동 시작해놓고는.”


“어… 아닌데….”



드레이코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기색으로 거울을 꺼냈다. 손으로 쓸어보자 손가락 틈새로 사르륵 떨어지는 고운 백금발과 거울 속 예민한 인상의 미남이 있었다.



“언니, 나 이름이 뭐였지?”


“드레이코 말포이잖아.”


“그거 말고…. 다른 거 있었잖아.”


“다른거? 아, ■■■ 말하는 거야?”


“뭐? 다시 한번 말해줘.”



드레이코가 눈을 끔벅끔벅 뜨며 프로시온을 보자 프로시온은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얼굴이었다.



“■■■. 네 이름 말이야.”


“그거…”



노이즈가 낀 듯 이름을 말하는 부분만 들리지 않았다. 드레이코가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하려 하자 누군가가 그 어깨를 붙잡았다.



“안되지, 그 이름은 우리 쪽에 줬잖아? 이제 네 이름은 드레이코 말포이야. 알았지? 이미 우리에게 넘긴 그 이름을 탐내려 하면 안 돼.”



로브를 쓴 장신의 여자가 낮게 후후 웃었다. 


맞아, 그 이름은 언니가 저쪽에 넘기고 대신 드레이코 말포이란 이름을 내가 가지게 됐지. 내가 왜 잊고 있었지? 


애초에 계약이 그건 걸. 드레이코 말포이로 살아가는 대신 내 이름을 포기하는 거.


맞아, 그랬어. 그래…. 난 전생에 죽었었어. 그래서 언니가 날 살리려고 악마와 계약을 한 거고. 미친 상황에 기겁하다가 말포이로 환생 비슷한 빙의 시켜준다길래 냉큼 수락했었지.



“설마 꿈으로 기억을 떠올릴 줄이야.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뭐, 상관없지. 오늘은 감자모트와 함께 하는 댄스파티로 하려 했는데 아쉬워라….”


“뭣.”


“아니면 프리큐어 록허트가 좋았으려나?”


“지금까지 악몽들이 다 네 짓이었냐?!!!”


“재밌었지? 난 재밌었어.”


“미친놈아!! 너 죽이고 악몽을 끝내고 말겠어!! 키야아악!!”



드레이코가 악을 지르며 덤벼들고 로브여자는 한껏 비웃음을 날리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날 죽이려면 삼천 년도 더 멀었어, 꼬맹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기숙사 천장이었다.



“싯바, 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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