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라우마. 강력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 트라우마의 예로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해지는 것 등이 있다. 지수의 경우는 후자이다. 전 애인과의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2.

일 년 전, 지수는 같은 학교의 채영과 만났다. 3학년이 될 때까지 박채영이란 아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우연찮게 지수의 동아리인 밴드부에 채영이 들어왔다. 채영은 처음부터 지수가 마음에 들었다. 부장이었던 지수가 오디션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화내는 모습을 보고 갖고 놀기에 적당한 장난감으로 점했다. 친해지는 데에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친화력 하면 알아주는 지수였고 스킨십까지 하니 둘의 사이는 급격히 친해졌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채영이 지수에 대한 마음이 변한 게. 지수를 가지고 놀려고만 했던 채영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진심으로 지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그거 진짜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해 준 주변 사람들 덕도 있겠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지수와 연락하고 만날 때마다 설레는 제 감정과 지수가 다른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부글부글 속이 끓는 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제서야 인정했다. 자신이 지수를 좋아하는 것을.

지수도 적잖이 당황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레즈인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주변 사람과 연애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자신이 아는 동생을 보고 달려가서 안긴다던가 챙기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채영은 삐져서 혼자 수학 문제를 풀곤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건가 생각지만 곧 접었다. 채영은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질투에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그러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지수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던 채영이 그날 바로 헤어지면서 둘은 썸이라는 것을 타기 시작했다.

어떻게 사귀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니, 썸을 어떻게 탔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 사귀게 된 건 장난 식으로 결혼하자고 이야기하는 채영에 ‘먼저 사귀어야 결혼을 하지. 사귀자.’ 하며 사귀게 됐으니까. 지수의 첫 연애는 아까 말했다시피 순탄하고 달달하지 못했다. 사귄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채영의 연애상담을 들어주던 2년 지기 친구가 고백을 해왔다. 채영을 2년 동안 좋아했다고. 둘은 밤마다 전화했고 붙어 다녔으며, 음성메시지로 잘 자라고 보냈다. 채영도 그 친구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단지 미안해서 어울려준 것이었지. 지수에게는 물론 비밀로 했다. 그렇게 지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채영과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애인. 4명이서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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