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만 벌써 두 번째네. 레오나르는 생각했다. 정작 이번 주가 시작된 지 하루조차 온전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자니 영 유쾌하지 않았다. 극독을 먹고 죽어버린 자도, 마그마에 시체도 없이 죽어버린 자도 되살릴 수 있는 악마 수도사지만 하루에 두 번이나 다른 사인으로 죽어버린 공주의 무덤을 들고 온 자를 향해 걸어갈 때면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공주를 생각하면 가끔 죽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과 별개로. 아무튼, 공주가 죽을 때 마물들이 피우는 소란은 교회 문을 닫고 있더라도 아주 생생하게 들린다. 공주가 소리소문없이 죽어버려 일주일이 지나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과 그렇게 많은 이가 근처에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지나치게 샘이 났다.

사인을 물어보니 독사라더라. 고블린의 품에 있는 무덤에선 흐릿한 꽃향기와 향긋한 독의 냄새가 났다. 수도사는 세례를 위해 보호자에게서 아이를 넘겨받는 자세로 공주의 무덤을 받쳐 안고 교회의 안쪽으로 향했다. 관까지 닿을 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시간이 그가 여태껏 살아온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긴 시간을 살아온 터라, 흐릿한 기억이 존재하는 만큼 선명한 기억들이 있다. 이런 순간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무게, 이 감촉, 이 감정은. 무덤은 공주가 아니지만 어째선지 공주를 품에 안은 기분이 든다. 그 인간이 이 돌만큼 단단하고 튼튼하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한 가정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레오는 의도적으로 생각을 그쳤다. 행여라도 의식이 그르쳐져 공주를 돌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아마 공주를 돌로 만들어버린다면 골렘이 되는 거겠지. 자연의 품에서 외피에 이끼와 풀과 나무가 자라날 때까지 자보고 싶다는 스야를 막을 일을 생각하니 가정만으로도 지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숨을 쉬곤 열려 있는 관에 공주의 무덤을 찬찬히 내려놓았다. 무덤이 유리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듯.

무덤을 내려놓은 후 레오는 아주 익숙한 동작으로 관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맞쥐고 마력을 운용하고 구결을 속으로 읊고... 그러한 것들은 거의 동시적이고 순서를 명시할 수 없이 속전속결이었다. 바닥에서 빛이 반사되지도 않는 새까만 손들이 올라와 관을 감쌌다. 그의 뼈와 살을 재생하고, 내 마력이 공주의 몸을 이루고. 금방 사라지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따분한 이론도 이런 순간에는 괜시리 추잡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레오는 스야가 관을 열고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꽤나 오래 자기혐오의 시간을 가졌다. 설마 소생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쯤 레오는 거의 절박하게 보일 정도로 관을 열었다. 스야는 꽃 한 송이를 들고 잠들어있었다. 수도사는 멍청하게 꽃과 공주를 번갈아보며 바라봤다. 독이 있는 아름다운 꽃을 든 공주라니, 그의 평소 행실을 고려하자면 몹시 비유적인 광경이 아닌가. 레오는 뾰족한 손톱을 조심하며 공주의 작은 목 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심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운차게 뛰는 기관이 느껴졌고 피부는 따뜻했다. 그는 다시없이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대부분 소생이 끝나고 바로 일어나긴 하지만 공주는 고양이 만큼의 수면시간을 가지는 인간이라선지, 네번의 소생 중 한번은 그대로 잠에 들곤 했다. 이번이 그때였나보다.

레오나르는 손을 떼고 공주가 누워있는 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주를 살리고 치료하는 건 내 일이라는 사실을 숨쉬듯이 기뻐하고, 그가 다치고 죽어서 돌아오면 슬퍼하고, 내 마력으로 공주를 수복하는, 이런 일상이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건 조금 끔찍하게 느껴지지만... 공주를 살리고 치료하는 일이 내 일이 아니게 되고, 공주가 죽고 다쳐도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고, 어떤 수를 써서도 그를 수복할 수 없고, 이런 일상이 중단되는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추잡하게도, 마왕성 바깥에서 죽는다면 소생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영원히 공주가 이곳에 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너무나도 연약하고 잘 깨지는 유리 같은 공주는, 스야는, 도저히 방금 죽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으로, 더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수도사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주의 얇은 목 주위로 손을 올리려다가, 별같이 하이얀 머리카락을 살짝 세어 들어 올렸다. 손으로 훑어진 머리카락은 끝에 도달해서 제자리로 떨어졌다. 악마는 그 머리카락을, 눈썹을, 콧대를, 입술을 목을 순서대로 눈으로 훑었다. 그리고 공주가 깨어날 때까지 조금 오랫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그 심장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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