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든 헌터는 중앙의 무기고에서 자신이 쓰던 낡은 노를 하나 꺼냈다. 그것은 아이든 헌터가 가장 능숙하게 쓰며, 가장 오래 쓰는 무기 중 하나였다. 노를 챙긴 헌터는 세와와 함께 집무실을 나선다. 중앙의 사람들이 둘을 보며 짧게나마 목례를 하고 지나갔다.


띠링- 아이든의 핸드폰에서 메일이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아이든이 확인하려는 찰나 세와가 말했다.


"어제 미리 짜놓은 루트, 내가 메일로 보냈으니까 거기 있는 대로만 가면 돼. 네 부하들에게도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아이든이 빠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릴리로 갈겁니다. 블루피쉬에는 마리안을 리더로 보내겠습니다.


"이미 인원들을 대기시켜 놓았어. 마을에도 몇명이 있을 거고. 라타타와 재스퍼를 붙여주지."

"넷슴다."

"차량은 트럭이면 되나?"

"넷슴다."


아이든이 군기있게 말하며 세와의 뒤를 따랐다. 저 멀리서 미리 대기중이던 중앙의 경비대들이, 세와와 아이든을 향해 경례했다.


"보스를 뵙습니다!"

"다들 준비는 됐으리라 믿는다. 우드로, 라타타. 점호는?"

"완벽합니다."

"그래, 라타타 너는 재스퍼와 함께 아이든의 밑에 붙어라. 릴리로 향해."


하늘색 머리카락의 초능력자 라타타가 고개를 끄덕인다. 은색 머리칼에 진흙색 눈을 가진 재스퍼가 라타타의 뒤에 서서 아이든에게 눈인사를 했다. 그 둘의 옆엔 마리안과 루시안, 프리즈가 있다. 아무래도 미리 와서 대화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옆에서 세와가 말한다.


"아이든, 너는 라타타, 재스퍼 팀과 함께 릴리로, 마리안팀은 우드로의 지휘 아래 블루피쉬로 간다."

"그렇습니까."

"그래, 이게 나을 것 같아서."

"언질 해두고 오겠습니다."


아이든 헌터가 절도 있게 대답하곤 마리안에게 다가간다.


"그런 충성스러운 모습 오랜만이네요, 대장."

"업무 중이다. 가볍게 행동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아이든에게 혼난 마리안이 재빨리 입을 닫았다. 헌터가 마리안, 루시안, 프리즈에게 메일을 하나 보냈다.


"내가 보낸 메일대로 진행할 거니까 미리 읽도록 해. 마리안, 블루피쉬 본거지에 몇번 들린적이 있지."

"넷슴다."

"쿠퍼의 빈센조가 루카스를 배신하고 살해했다. 후에 블루피쉬의 변절자.. 정보상으론 데이브가 그와 협력했어. 네 임무는 데이브와 그 일당을 생포하고 구속하는 것. 그리고 만약 빈센조가 블루피쉬로 도망올 시 그를 잡는것."

"와우.. 빈센조는 쿠퍼의 경비대 총괄 아니었습니까?"

"너희 셋에 우드로까지 붙어있으니 잡을 수 있을거다."

"..뭐, 그러시다면야."


마리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우드로가 다가온다. 녹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을 가진 여자의 등장에 마리안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선배."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뭐, 다들 비슷비슷합니다만.. 일도 늘고 복지도 늘었습니다."


우드로와 마리안은 둘 다 쿠퍼 마을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러던 중 마리안이 부락을 건설할 당시 지원하여 이동한 것이고. 아이든은 둘을 지나쳐 루시안과 프리즈에게로 갔다.


존대를 하는 마리안과는 다르게, 루시안과 프리즈는 편안해 보였다. 그야 루시안은 포레스터의 원년 멤버 중 한명이고, 프리즈 역시 연차가 오래된 귀한 의료인이니까 당연하다.


프리즈가 제 주홍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았다.


"좋아요, 아이든 대장님."


형식적으로 존대를 하며 프리즈가 말했다.


"이번 임무는 다른 팀인가요?"

"그래, 너흰 우드로와 팀업한다."

"흐음."


입을 다물고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프리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안이 아이든에게 다가왔다.


"아이든, 루카스는 정말.."

"죽었대."

"..바타르가 슬퍼하겠네."

"뭐, 아직까지 확신할 순 없어. 정보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아이든은 루시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일 할 생각만 해, 지금은. 저 멀리서 세와가 소리쳤다.


"출발 준비!!"








털털털털-

낡은 엔진이 털털거리며 시끄럽게 돌아갔다. 아이든 헌터는 트럭 지붕에 다리를 굽히고 앉아 릴리 마을을 보고 있었다. 

헌터의 기억에, 릴리의 리더는 발레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운 마을 건설의 중역을 맡아 한껏 부풀었던 그는 현재 블루피쉬 상단의 변절자 중 하나에 의해 감금되어 있을 것이다.


"마르코.."


아마 그 변절자의 이름일 것이다. 아이든 헌터는 가끔 블루피쉬와 교류를 했던 만큼, 그들에 대해 잘 알았다. 마르코는 상단의 전투직 중 한명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 무력을 이용해 권력을 잡은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릴리의 리더인 발레노는 무력보단 지력에 특화된 일명 지능캐, 같은 녀석이었다. 무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 권력을 지워주기 위해 세와가 힘 좀 썼다고 들었는데, 망했군.


아마 달마시아와 릴리를 제외한 모든 부락과 마을의 리더가 강력한 무력을 가진 자들이다. 아이든 헌터는 혀를 찼다. 아드리안이 신나서 노릴 만 했군. 


저 멀리서 릴리 타운이 보인다. 나무로 담을 쌓은 곳, 아이든 헌터는 그 놀랍도록 발달된 감각으로 흐릿하게 날아오는 악취를 맡았다.

아이든 헌터가 입을 열었다.


"시체 냄새가 나."


그 말에, 트럭의 타고 있던 라타타와 재스퍼, 그리고 그 산하 팀이 입을 다문다. 아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릴리 타운에 들어가는 것은 아이든 헌터의 권력을 이용한다. 포레스터 세력의 산하는 결코 아이든 헌터를 거절할 수 없을지니, 아이든은 자신을 막아서는 변절자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정문을 열었다.


배신자들의 리스트는 이미 손 안에 있다.







"빈센조! 큰일이다, 다 뽀록났어!"

"뭐라고! 제기랄, 당장 트럭 준비해!"


빈센조는 당황했다. 아드리안의 지략 아래 쿠퍼의 들어왔고, 이제서야 그 마을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산하의 릴리와 달마시아도 자신의 지휘 아래 들어왔다. 그 재수없는 루카스도 죽여버렸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내가 말했잖아, 조. 내가 한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그래, 근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되겠어?'

'걱정 마, 난 먹고 살 정도만 있음 충분해. 내가 원하는 건 복수지..'


보스턴에서 만난 아드리안은 좋은 친구였다. 머리가 정말 좋았고 무력도 기본 이상이었다. 그와 함께 삼킨 집촌만 세개였다. 하지만, 현상수배자가 되고 살인청부업자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그 모든 생활이 끝났다. 빈센조는 그 노련한 살인자들에게서 도망칠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뉴저지로 도망갈 계획을 세웠다. 그때 아드리안과 함께였다.


그의 추천으로 쿠퍼에 들어갔다. 무력을 이용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고 나름대로의 지위도 얻었다. 아드리안도 함께였다.



쿠퍼의 리더, 루카스는 아드리안과 친분이 있었다.


'제길, 루카스. 믿어줘. 아이든 헌터는 정신 나간 계집애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권력욕만 가득하다고. 내가 얼마나 억울하게 쫓겨났는지 넌 알거 아니야.'

'오, 걱정하지마 아드리안. 이번 정규회의때 내가 아폴라비에게 건의해볼게. 나도 아이든 헌터는 탐탁치 않아. 그 애는 큰일을 하기엔 너무 어리니까.'


그 둘은 아이든 헌터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드리안의 거주를 묵과하고, 빈센조는 쿠퍼를 위해 일했다. 그렇게 기회를 노리다가, 릴리와 달마시아가 쿠퍼의 지원을 받게 된 날이었다.



'자, 여기.'

'이건..?'

'약이야. 효과가 아주 좋은 녀석이지.. 넌 경비대장이니까 식사도 같이 할것 아니야? 와인에 약 타. 남은 거 있지?'

'그래, 하지만.'

'빈센조. 내 말 들어서 잘못 된 적 있었나?'

'...아니.

'그래, 그럼 말 들어. 친구.'


그리고 빈센조가 그들의 술에 약을 탄 날, 아드리안이 비밀스럽게 만들어둔 세력이 루카스와, 릴리의 리더, 그리고 달마시아의 리더를 전부 잡아들였다.


무력이 위협적인 루카스는 죽인다. 릴리와 달마시아의 리더는 남겨 회유한다. 둘 다 회유하지 못했고, 둘 다 새로운 리더를 뽑아 주었다. 사람들의 신망과 존망은 잃었지만, 새로운 신뢰를 얻었고 존경도 마찬가지. 권력은 많을 수록 좋은 것이기에 빈센조는 아쉽지 않았다. 그랬는데..





"커헉!"

"오랜만이구나, 빈센조 레그본."

"세와, 세와.."

"네 과거를 좀 더 잘 털었어야 하는 건데.. 이래서야 더 이상 떠돌이들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겠어."


아폴라비의 손에 그대로 목이 잡힌채, 빈센조는 켁켁거리며 자신의 모가지를 쥐어잡은 손을 할퀴었다. 하지만 기백의 량부터가 다른 것을 어찌 이길 수 있으리? 그는 곧장 벽에 처박히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편, 릴리.


"아이든 헌터다. 문 열어."



이 한마디로 문을 연 아이든 헌터는 트럭 위에 전투직들을 이끌고 곧장 릴리 타운 중심의 건물로 들이 닥쳤다. 이 안에는 감옥과, 집무실이 존재할 것이다.


A조는 감옥에 갇힌 인원 구출, B조, C조는 변절자 처리. 능숙하게 명령을 내린 아이든 헌터는 그대로 달린다. 목표는 빈센조와 그 부하들의 목이다.







루시안, 레몬껍질처럼 선면한 노란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년, 얼굴의 반에 선명한 화상 흉터를 가진 부락의 경비대장, 아이든 헌터의 왼팔.


소년이라기보다 청년에 가까울 나이인 루시안이 멸망 직후부터 애용해왔던 제 야구배트를 휘두른다. 붉은빛, 기백으로 경화된 금속 야구배트는 이리저리 찌그러졌으나 그렇기에 강했다.

콰득-!

단단한 철문에 단숨에 찌그러졌다.


쾅! 쾅!

루시안이 제 배트로 철문을 몇번 더 내리쳐 완전히 뜯어버렸다. 경첩이 튕겨나가고, 루시안의 뒤에 있는 마리안과 우드로가 날아오는 경첩을 피했다.


"으, 냄새.."


마리안이 중얼거렸다. 그 말 그대로, 철문이 열리자마자 어두운 복도 안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루시안은 이 냄새를 알았다. 청년은 얼굴을 구기며 제 배트를 꽉 쥐었다. 마리안 역시 자신의 쇠뇌를 장전했다. 우드로가 제 봉을 고쳐잡았다.


블루피쉬 상단의 지하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다. 그리고 그 창고는 가끔 사람도 보관한다. 루시안은 입을 꾹 다물었다.


릴리로 간 아이든은 무사할까? 쿠퍼로 간 세와는? 세와가 빈센조를 잡는데 성공했나? 아이든은 마르코를 잡을 수 있을까? 그들은 분명 강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리안 팀, 그들의 할 일은 블루피쉬의 변절자 데이브를 생포하고, 릴리, 달마시아, 쿠퍼에서 도망쳐오는 이들을 잡는 것. 데이브를 생포하기 위해 프리즈가 부하들을 이끌고 이미 올라갔다. 아마 라이언이 금방 달려올 것이다.


현재 루시안과 마리안, 우드로의 그 부하들이 해야 할 일은 인질의 확보였다. 탄압받고, 강제로 감금당해 인신매매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 이들을 구하는 것. 루시안은 파도치는 슬픔과 안타까움에 눈을 잠깐 감았다.


"루시안, 뒤로 올래?"

"..아니, 괜찮아요."


루시안이 느리게 심호흡했다. 마리안은 저격수, 이 상황에선 루시안이 선두에 서는게 맞았다. 루시안은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보다못한 우드로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가지."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빨리 극복하도록 해."


우드로가 갈색 눈동자를 냉정하게 굴리며 말했다. 루시안은 주눅이 들어 어깨를 축 내렸다. 그 광경을 씁쓸하게 보던 마리안이었지만 무언가 말을 얹진 안았다.


폐소공포증, 루시안이 가진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다.



타악, 뒤쪽에 있던 인원 몇명이 핸드폰 손전등을 켰다. 어느정도 밝아지는 공간에 루시안의 느릿한 떨림도 멈춘다. 그리고 그들은 복도 바닥에 드문드문 떨어진 핏자국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쓰레기 같은 놈들."


우드로가 차갑게 일갈했다. 마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드로가 기백으로 레이더를 펼쳤다. 기백은 한정적,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우드로가 조용하게 명령을 내렸다.


"키스, 린다, 뤄시, 루시안, 너희들은 이곳에서 인질들을 구출하도록 해. 나와 마리안은 나머지 인원들과 함께 통로를 봉쇄한다."

"통로라면."


중국과 이탈리아 혼혈, 뤄시가 물었다. 우드로가 말했다.


"저 앞에 있어. 블루피쉬의 말단들이 저 앞으로 향하는 군.. 마리안, 그대도 느껴지나?"

"뭐, 그렇군요."


마찬가지로 레이더를 전개하던 마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안이 주저하다 말했다.


"저도, 봉쇄를 도울게요."

"루시안."


우드로가 차갑게 일갈했다.


"명령 불복종이라도 할 셈인가?"

"...아닙니다."


연차는 루시안이 많지만, 현 리더는 마리안과 우드로. 루시안은 고개를 숙였다.


"..."


마리안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달려나가는 우드로를 따라 빠르게 달렸다. 그와 함께 다른 인원들이 빠르게 복도를 빠져나갔다. 뤄시가 루시안에게 말했다.


"루시안, 인질 확보해야지."

"응, 그렇지."


루시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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