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데 너 혹시 쓸 수 있어?"

"어, 어?..."

"어라고? 알았어!! 꼭 써!"


  반에서 갑자기 친구가 손에 종이 2장을 들고 달려들자 놀란 세미였다. 얼떨결에 대답을 해버린 걸로 인정 되어버리고 받은 것은 놀이공원 20% 할인쿠폰이였다. 심지어 쿠폰도 같은 날에만 사용이 가능한 것이라 세미가 혼자 두 장을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주말이라 딱 좋았지만 딱히 '얘랑 가야겠다!'라고 생각난 인물도 없던 터라, 고민하며 핸드폰 연락처를 내려보다가 즐겨찾기가 되어 있어 발견한 이름 '시라부 켄지로 (白布 賢二郎)' 귀엽지 않은 후배이지만 현재 교제 중인 사람이였다. 그래도 연락을 해볼까라며 생각했지만 '켄지로 놀이공원 갈래?'라고 한다면 표정을 순식간에 깔고 굳으며 질색하며 '선배 되도 않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랬죠?'라며 말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텐도에게 연락해야하나, 라고 고민한 세미는 텐도에게 메시지를 했다. 


*


텐도, 이번 주에 시간 비어?

왜 세미세미? 안 될것 같은데.


  *

 

  이렇게 세미는 시원하게 까이고선 대체 누구에게 같이 가자해야할지 고민이 됐다. '그냥 배구 연습 끝난 다음에 갈 사람 물어봐야지.' 라며 생각한 세미는 친구에게 받은 티켓을 가방에 집어넣고선 지루한 수업들이 다 가길 바라며 부활동 시간을 기다렸다. 그렇게 수업이 끝난 후, 배구 부활동이 끝난 후.


"나랑 주말에 놀이공원 갈 사람!!"

"저요!!!"


  세미가 물어보자 바로 즉답을 해준 것은 츠토무였다. 현재 귀엽다며 생각하고 있는 후배이다. 곧 에이스가 될거라며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 밝은 성격이라 같이 놀기엔 정말 좋을 거라 생각하고, 둘이 갈 생각이였다. 그 때 의외의 인물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

"아, 시라부도?"


  으음, 2개인데 어떡하지. '분명 켄지로랑 츠토무 둘이서 가라고 하면 켄지로가 죽일 기세로 츠토무를 바라볼텐데'라고 생각하는 세미였다. 지금도 켄지로가 츠토무를 째려보는 게 보이는데. 고시키가 따가운 시라부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고시키가 들었던 손을 느리게 슬쩍 내린다. 그걸 본 세미가 미안하다는 듯 고시키에게 입모양으로 '다음에 같이가자.'라며 말했고, 그걸 놓칠리가 없는 시라부는 아까보다 인상이 더욱 더 어두워졌다. 세미는 시라부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고 살짝 놀랬지만, 그 후로 감독이 집으로 가라고 하며 그 사태는 끝이 났다. 시라부는 세미의 어깨를 살짝 잡으며 같이 가자고 했고, 세미는 항상 그렇다는 듯 시라부의 체육관 청소를 도와주었다. 항상 누군가 한 명이 청소당번에 걸리면 한 명이 꼭 도와주어 남기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약속을 한 것처럼, 그 이유는 누구도 아무 말 할 것 없이, 서로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였기에 였다.


"아까 놀이공원 텐도 선배한테 까이셨다면서요."

"...그거 텐도가 말했냐?"

"고시키가 손 내리니까 저한테 슬쩍 말하시던데요."

"갈 사람이 없던 걸 어떡하냐."

"저한테 말하시면 됬잖아요."


  세미는 눈을 크게 뜨고 시라부를 바라보았다. 아까 텐도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도 시라부에게 말했자 보나마나 거부만 할 것 같아 부활동이 끝난 뒤 말을 한 것이였는데, 의외로 손을 들고 수락을 해주었기에, 방금도 수락의 말투였고. 원래 켄지로가 놀이공원 좋아했던가? 라고 생각한 세미였다.


"그러면 이번주 주말이라 했죠? 10시까지 거기 입구 3번에서 만나요."

"아, 응 알았어.. 고마워."


  정말로 기쁘다는 듯 생긋 웃은 세미가 시라부를 바라본다. 시라부도 그런 세미를 보고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벌써부터 세미는 벌써부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렸다. 가까이 있던 시라부도 세미의 콧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다.



  세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떡하지라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왜냐하면 세미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시라부가 세미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선, 내일 보자는 말을 하고선 사라졌는데, 그 순간은 설렜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텐도에게 사복 센스가 구리다는 말 때문에 '내일 입을 옷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연락을 누구한테 할까 생각하는 세미는 바로 텐도에게 전화를 했다.


"세미세미! 아까 내가 시라부한테 말해서 그래? 미안~"

"그, 그게 아니라... 내일 옷을 뭐 입어야할까...?"


  약 5초동안의 정적이 돌았다. 전화기 넘어서의 숨소리가 살짝 작고 커지고하며 들리는 소리가 마치 웃음소리 같았다.


"너... 웃어?"

"아, 미안 세미세미~ 너무 재밌어서~!"

"아무튼, 진짜 뭐 입어?"

"메시지로 보내줄게! 아까 말해서 도와주는 사과의 선물!"


  전화가 끊긴 후,  약 3분 쯤 흘렀을까, 세미가 메시지 소리가 들려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보내준 것은 니트와 청바지였다. 전에 텐도가 제 집에서 옷을 싹 가져다버려서 그런지 꽤 정상적인 것들만 남겼다고 하던데 집에 있는 옷으로 코디를 보내줬다. '꽤 꼼꼼하네.'라고 생각한 세미는 바로 옷장에서 텐도가 보내준 옷인 니트와 청바지를 찾았다. 정말 전신거울 앞에 서서 옷을 제 몸에 가져다 보니 괜찮을 것 같기도, 라고 생각한 세미는 옷을 꺼내두고, 샤워를 말끔하게 한 후 머리를 말린 후 알람을 설정해 두고선 잠에 들었다.


  한 편 시라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오고 난 후 긴장했다. 하지만, 옷 센스는 엄청 좋아서 옷 고르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옷장 앞으로 다가간 순간 연락이 왔다. 그 메시지는 텐도였다.


*


내일 세미세미랑 갈 때 뭐 입을거야~?

왜 제가 알려드려야 합니까.

에이, 딱딱 하긴!

니트에다가 청바지요.

선배도 같이 나오기만 해 봐요 진짜;

내가 데이트에 끼어들겠어~?

열심히 잘 하구 오라구! www


*


  내친김에 말한 것이였다만 그냥 이렇게 입어야지, 라고 생각한 후 시라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꺼내두고선 알람을 맞쳐두고선 잠이 들었다.





  9시 40분 3번 게이트 앞.


  시라부는 막상 행복한 자신과 세미를 생각하여 설레었는지 2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숙덕숙덕 거리길래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라며 시선이 가는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세미가 서있었다. 180은 안 되지만, 179.5의 나름 큰 키, 하얀 피부와 잘생긴 외모, 뭐라 지적할 것 없는 몸매, 거기에 니트에 청바지까지. '니트에 청바지?' 제 자신과 입은 옷이 똑같은 세미를 멀리서 보며 제 옷과 세미의 옷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아, 그러면 어제 텐도선배가 물어본 이유가 그거였구나. 라고 생각한 시라부였다. 세미가 시라부를 발견하고선, '커플티...'라며 세미와 시라부가 생각했다. 세미는 살짝 볼을 붉혔고, 시라부는 항상 그렇 듯 내색하지 않았다.


"켄지로! 일찍 왔네?"

"세미 상이야말로, 일찍 오셨네요."

"응, 그게 좀 뭐랄까... 너무 설레서 들떠버렸으니까..."


  세미는 말을 내뱉고선 자신이 한 말이 부끄러웠는지 볼을 살짝 붉히곤 고개를 푹 숙였다. 시라부는 그걸 보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시라부였다. 정말 귀여운 사람이라니까. 라며 주변을 둘러본 시라부는 10시가 된 것을 확인했다. 방금까지 수다 떤 것이 마치 2분 같은데, 20분 같다니라고 생각한 시라부였다.


"선배, 이제 입장하죠."


  시라부가 세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세미는 그런 시라부를 보고 어젯밤처럼 설레며 입장을 했다. 역시 입장을 하니 사람들은 많았고, 솜사탕을 파는 곳,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 풍선을 파는 곳 동물 머리띠를 파는 곳 등. 그런 것들이 시라부와 세미의 시야에 들어왔다. 시라부는 동물머리띠가 파는 곳과 세미의 머리 위를 번갈아 올려보았다. 세미는 ??하며 시라부를 바라 보았고, 시라부의 시선대로 따라가보니 동물 머리띠를 파는 곳이라는 걸 알고 경악하여 도망치려했지만.


"선배, 놀이공원 제가 와 주고 막 그랬는데 놀이공원 필수 아이템은 해야하지 않겠어요?"


  시라부는 세미를 이끌어 강제로 토끼 머리띠를 씌였다. 잘생김과 귀여움이라는 걸 가지고 있는 세미 +이 세상 1등 귀여움이 붙은 것 같았다. 원래 귀엽긴하지만, 라며 시라부는 생각했다. 더 귀여워진 세미를 보고 시라부가 웃었다. 세미는 그에 반응에 웃어?! 내가 그렇게 우수꽝스러워?? 이러며 시라부를 바라봤지만, 그에 대비되는 반응으로 귀엽다는 듯 시라부는 세미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너, 너... 귀엽지 않아 정말!!!"

"선배가 귀여우면 됬잖아요, 이제 놀죠."


  세미가 뒤에 쫄쫄 달라붙어 너 정말! 이러면서 뾰로퉁하게 시라부에게 얘기를 했지만, 시라부는 세미의 귀여운 어리광으로 더욱 행복해질 뿐이였다.





"더럽게 귀여우신 우리 토끼 선배가 삐지셨으니, 풀어드려야겠네요. 우리 귀여운 토끼 선배께서 좋아하는 놀이기구나 타러 가죠."






주제는 [놀이동산, 시라부가 세미에게 의무적으로 꼭 써야하는 거라며 동물머리띠 씌워주세요] 였습니다.

마지막 시라부 멘트는 존잘 해파리님께서 써주셨습니다.

세미른 위주 (p.@oohihi_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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