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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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이다. 사과를 먹다 목에 걸려 응급실에 간 건. 숨이 막혀 울고 있는 자신을 맨발로 둘러업고 달린 건 캇쨩이었다. 덕분에 살았지만 캇쨩은 발바닥에 큼지막한 흉터가 생겼다. 아프지 않아? 이딴 게 뭐가 아파. 걱정하면 신경질을 내며 괜히 딱밤만 샀지.


이후, 캇쨩은 사과를 먹지 않았다. 난? 잘 먹었다. 원래 좋아했고. 가끔 너드 새끼가 그거 먹고 죽을 뻔 봤는데 넘어 가냐? 볼멘소릴 했지만 그런 일이 다시 있겠어. 배시시 웃으며 답하면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껍질을 깎아주곤 했다. 집어먹기 힘들만큼 조각난 건 비밀이다.


“자”


근처에 축제가 있었다. 달력을 보니 칠석이다. 기분 좀 낼까 싶어 나섰다가 캇쨩을 만났다. 별 대화 없이 자연스레 섞였다가 인파가 많아 구석에 피해 있으려니 캇쨩이 뭔가 내밀었다. 이런 건 안 살 것 같았는데. 눈썹을 휘어 받자 대번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먹고 뒤질 뻔 했는데 넘어 가냐.”

“그 소리 매일 하네. 사과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껍질을 벗겨 물자 진득하게 단 맛이 났다. 힘을 주자 아삭! 사과의 상큼한 맛이 난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우물우물 먹고 있는데 손목이 잡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그대로 끌고 가, 내가 먹던 자리에 입대는 캇쨩이 있었다. 파드득 놀라 어깨를 움츠리자 잘 익은 사과처럼 번들거린 눈동자가 보였다. 얼굴이 홧홧해졌다.


“그래, 무슨 잘못이 있겠냐. 근데 맛 더럽게 없네.”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훑는데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헛숨을 삼켰다가 미쳐 삼키지 못한 조각들이 기도로 들어갔다. 연신 기침을 하자 등을 팡팡 치는 안색이 파리했다. 이상하게 웃음이 터졌다. 기침을 섞어 웃자, 이게 미쳤나? 하는 표정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귀 끝부터 번져나간 불길이 걷잡을 수 없어서였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이 확 와 닿아 심장이 쿵쾅거렸다. 우물쭈물 못하는 날 보며 고개를 팩 돌린 캇쨩도 귀가 새빨갰다.


폭죽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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