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민 x 윤은우

사제물/ 체벌 / 훈육




취향 타는 글, 교권이 높은 시대며 강압적 분위기, 체벌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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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전혀' 다르며, 작가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번외 : 3학년 1반의 나날








" 뭐야, 반장. 어디 아파?"

 

 


아침 일찍 등교한 은우는 갑자기 몰려오는 한기에 환기를 위해 열어 두었던 창문을 모두 닫고, 자리에 엎드렸다. 갑자기 왜 그러지. 분명 도민의 차를 타고 학교에 올 때까지만 해도, 살짝 뜨겁다고는 느꼈어도 한기는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교실에 들어서서 새벽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서 그런 것일까. 이제는 열까지 오르는 것 같았다. 은우가 엎드려서 누워있을 때 반으로 등교한 아이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다 결국 천천히 몸을 일으켜 책을 폈다.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아무래도 점점 더 열이 오르는 것이 감기몸살인가 싶다. 조회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책을 펴고 멍하니 앉아있는 은우에게 다가온 성재는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지 않는 은우의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불덩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 헉. 윤은우 양호실 가봐!"


 

 

은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괜찮다며, 머리가 울리니까 조용히만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창가 근처에 앉아있던 아이가 도민이 오고 있다고 외쳤다. 그 말에 은우는 성재에게 빨리 앉으라고 말했고, 허리를 세워 바른 자세로 앉기 위해 노력했다. 도민이 들어와 교탁 앞에 섰을 때도,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 경례하는 동안에도 은우는 최대한 아픈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다행히 도민은 눈치챈 것 같지 않았는지 별말 없이 고3이니 내일이 수능이라고 생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남기고, 교실을 나섰다. 도민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은우는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짚었다. 뜨겁네. 제 손으로 만져도 열이 난다는 걸 알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 것 같았다. 그래도 수업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수업을 빠지면 채워야 할 공부량은 늘어나는 게 싫었다.

 

 

 

" 반장, 양호실 가봐. 안 되겠는데."

 


 

은우의 짝꿍도 1교시가 끝났을 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은우가 걱정되었는지 양호실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은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2교시, 3교시, 4교시. 오전 수업에는 거의 집중을 하지 못했다. 수업 시간을 겨우 버텼던 은우는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는지 성재에게 이야기하고, 양호실로 향했다.

 

 

 

" 응, 무슨 일이야?"

" 저…. 머리가, 좀. 아파서요."

 

 

 

다행히 아직 점심을 드시러 가지 않았는지 선생님이 계셨고, 은우의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양호 선생님은 급하게 체온계를 가져와 체온을 쟀다.

 

 


" 어머. 열이 38도가 넘네. 조퇴해서 쉬는 게 낫지 않겠어?"

" 아…. 조퇴는... "

" 선생님 생각에는 조퇴해서 병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우선 약 먹고, 좀 쉬고 있어. "

" 네.. 감사합니다."

 

 

 

조퇴를 권유하는 선생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 은우는 양호실 침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해열제를 먹어서 그런지 몸이 나른해지면서 두통이 조금씩 잠잠해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어.. "

 

 


잠이 들었던 은우가 싸한 느낌에 갑자기 눈이 떠졌다. 지금이 몇 시지. 5교시 시작하는 종 못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잠에서 깬 은우는 혼란스러웠다. 양호실에 간다고 담당 선생님께 이야기도 못 드렸는데 도민이 알면 크게 혼날 것 같았다. 고3이 제대로 몸 관리도 못 한다며, 얼마 전에도 한 번 꾸중을 들었었다. 도민과 함께 지낸 지 이제 3년째지만 보호자로서의 도민은 아주 편해졌지만, 아직도 도민이 얼굴만 굳혀도 무서웠다. 특히 3년째 강도민의 반 반장을 맡은 은우는 보호자도 강도민이고, 담임선생님도 강도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도민의 반 반장의 가장 큰 임무는 도민의 기분 파악하기, 아이들 관리 시키기였다.

그렇다고 도민이 아프다고, 조퇴하겠다고 말하면 조퇴하라고 허락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아니고, 제가 사정을 말하면 이해를 해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경고까지 했는데 무시했다고 크게 혼이 날까 봐 말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은우는 이럴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침대 밖으로 나갔다.

 


 

" 어, 깼어? 열 한 번 더 재자. "

" 선생님..지금 시간이.. "

" 어머, 열이 아직 있는데? "

 

 

 

양호 선생님이 은우를 보자마자 열을 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은우는 시간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양호실에 있는 시계는 오전 9시에 멈춰있었고, 은우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5교시 수업이 뭐였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수업이 뭐였더라... 수업이. 아, 하는 소리와 은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5교시는 도민의 수업이었다.

 

 


" 저, 저 선생님."

" 응, 왜? "

" 혹시 5교시 시작했어요…?"

" 응, 했지. 지금 끝나기 20분 전이네. 네가 너무 곤히 자서 내가 깨울 수가 없었어. 이거 확인증 써줄게. 선생님 생각엔 더 쉬어야 할 것 같은데. "

 


 

5교시가 시작했고, 심지어 이미 끝날 시간이 얼마 안 됐다는 말에 은우는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아직 남아있는 열에 취해서 감정이 제어가 안 된 탓일까 두려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은우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양호 선생님이 괜찮냐며 어깨를 두드렸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은우가 확인증을 써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 이름이? "

" 윤은우..입니다. "

" 몇 반이야?"

" 후, 3학년 1반이요."

" 아. 1반이면, 강도민 선생님 반? "

 

 

 

확인증을 써주던 양호 선생님이 은우가 3학년 1반이라는 소리를 듣고, 왜 저렇게 표정이 심각해졌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도민 선생님은 학교에서 꽤 유명했다. 아이들에게 가차 없는 선생님, 냉혈한, 난폭한. 도민을 칭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그가 무서운 선생님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줬다. 양호실에는 꾀병으로 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냥 수업에 지쳐서 그럴 수도 있다는 넓은 아량으로 한 번씩 확인증을 끊어주고는 했는데. 도민이 맡은 반 학생들은 3년 내내 확인증을 받아 간 기록이 없었다. 가끔 절뚝거리며 파스가 있냐고 찾는 학생들은 종종 있긴 했지만. 자신이 확인증을 써준다는 말에도 잔뜩 굳어있는 것이 아마 담임선생님에게 말도 없이 수업을 빼먹어 혼이 날 것 같아 두려운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은우라고 했지. 선생님이 담임선생님께는 잘 말씀드려볼게. 그러니까 조금 더 쉬고 가. "

" 아, 괜찮습니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더 쉬고 가라는 양호 선생님의 말씀을 예의 바르게 거절하고 확인증을 받아 나서는 은우에게 오늘은 조퇴하고, 집에 일찍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은우는 대답도 안 하고 급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생님은 도민에게 꼭 이야기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편, 무거운 몸으로 최대한 빠르게 교실 뒷문에 도착한 은우는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언뜻 본 시간으로는 수업이 끝나려면 10분 정도 남은 것 같았다. 지금 도민은 수업 중이었고, 뒷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선이 모두 저에게 집중될 것이 뻔했다. 그런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은우는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문을 열어도 되는지. 지금이라도 교실에 들어가서 도민에게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지. 고민하던 끝에 결국 문을 열지 못했다. 문을 열기 두려운 마음에 그냥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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