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보: vierno85




아무한테나 짓이겨지고 싶은 날이다

오른발로 왼발을 밟던 힘조차 이젠

탁하고 차가운 흠집투성이 난간에 걸렸어

한결같이 타들어가는 저녁 하늘로

작은 비눗방울을 잔뜩 띄워도 역시

실구름에도 스치지 못한 채 터져버렸어

날마다 꺼져가는 나도 흩어지기로 했다.

 

헛발질 한번으로 뛰어내릴 수만 있다면

몰려오는 시름의 해일에 파묻혀

눈물바다 밑으로 힘껏 가라앉자

각종 소음이 뒤섞여 소용돌이치는

지상의 비명을 외면하고 끝없이 무거워져서

답 없는 고찰과 깊은 꿈속에 빠져죽고 싶다.

 

누구도 닿지 못하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의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들이쉬고

최후의 인류처럼 영영 잠들어 버리자

고립을 사랑해 머무를 뿐인 잘못도 안녕

고독을 표방해 도망칠 뿐인 내일도 안녕.

 

꿈아

네 달콤함으로 나를 품어

이 눈을 가려주지 않겠니.

-2017.3.23.~2020.10.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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