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우리가 어릴 적 자주 보던 슈퍼영웅들이 나오는 만화영화에서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주인공이 이 단어를 외치면 전과 달리 더 강해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겉모습이 바뀔뿐더러 성격도 진취적이고 리더십 있게 변한다. 어릴 때 그렇게 한 순간에 사람이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멋있어 보여서 어깨에 망토인 듯 이불을 두르고 변신 장면을 따라 하기도 했었다. 변신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일까?

변신은 욕망의 표현이다. 더 강해지고, 자신감이 커지고 싶은 만화 주인공들이 변신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변신은 사람의 성장과 변화를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한 순간에 사람의 이미지가 변하고, 성숙해지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오묘한 느낌마저 준다. 변신은 내면에 감추었던 욕망이나, 실현하고 싶었던 꿈을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은 어떻게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이 가능하다. 시각적인 성장 과정을 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무의식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모든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변신을 꾀한다. 하지만 영화에는 빌런이 있는 것처럼 그 욕망의 표현이 언제나 좋을 것이라는 정의는 없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도 변신을 시도한다. 보통 현실적이거나 또는 비현실적인, 즉 상상 속의 변신으로 나누어진다. 내가 시도하는 현실적인 변신에는 외모적 변신의 시도가 있다. 외모적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서 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실감한 피해자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 화장품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으로써의 탈피를 위한 운동은 진행 중이다. 매일 한 시간 씩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상쾌해지는 기분은 물론이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여서 자신감과 성취감의 증가에 효과적이다. 주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날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이미지가 끈기 있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가시적인 나의 행동은 나 자신의 변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내면적 꿈을 위한 시도와 상상 속의 변신은 조금 복잡하다. 확실히 내면적 상상에는 그 어떤 제한도 없으니 더 크게 내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나의 장래 희망은 음악을 병행하는 작가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유명작가라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떠올리거나,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창작할 때도 이 노래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아 명예욕을 채운다는 상상을 하면 확실히 창작활동에 더 자신감이 붙는다. 그럼 더 좋은 퀄리티의 예술적 창작물이 탄생한다. 비록 실제의 나는 아마추어일 뿐이지만 상상과 환상을 통해 변신을 하면 아무리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라도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 갈 수가 있다. 꿈을 계속 꾸고 실천을 유지하면 그 환상이 실제로 다가올지 누가 알겠는가. 또 다른 내면적 변화의 시도에는 기분 전환을 위한 것도 있다. 난 공상과 망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한 번 상상을 하면 삼천포로 빠질 순 있어도 얼마든지 상상을 이어갈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춤을 추면서 몸을 풀 때도, 목을 가다듬기 위해 노래 연습을 할 때도, 로맨틱한 환상을 그리거나 판타지적인 모험을 구상할 때에도 난 각기 다른 상상 속 주인공으로 변신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사랑받는다. 상상 속에서는 현실의 벽 앞에 제한된 모든 것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가 있기 때문에 몽환적 상상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욕망을 채워 내면적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빛나는 행동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나에게는 뒤틀린 욕망도 있다. 최근에는 사춘기가 겹쳐 들어오면서 뒤틀린 욕망이 더 자리를 넓혀가는 듯하다. 난 겉으로는 굉장히 잘 웃고, 자신감이 넘치듯 보이는 사람이지만 잘 웃는 만큼 눈물이 많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약한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으며 명예욕과 완벽주의의 성향이 생각보다 강한 편이라 준비했던 계획이 무산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 자신감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만심으로 변할 때도 있고, 내가 나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만큼 날 미워하는 경우도 많다. 그저 그것을 겉으로 보이기 싫어서 티를 안 내는 것 뿐.

나에게는 ‘꿈속의 나’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이라는 인물을 반영한 것이지만 온통 검은색이고, 사람의 형체와 이목구비만을 갖추고 있는 검은 마네킹 인형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가끔 나 자신이 너무나 싫을 때 난 꿈속의 나를 죽이는 살인자로 변한다. 칼을 높이 치켜들고 꿈속의 나에게 달려가 뒤통수에 칼을 꽂아 넣는다. 계속 꿈속의 나를 잔인하게도 강하게 난도질한다. 그러면 눈앞에는 뭉개지는 꿈속의 나 사이로 붉은 색의 선혈 같은 형체와 하얀색의 눈물 같은 형체가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는데, 그런 생각을 한 번씩 자기 전에 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 안의 응어리가 꿈속의 나로 변신하고, 난 그를 죽이는 살인자로써의 변신이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가끔은 그냥 내가 스스로 꿈속의 나로 변신해서 칼로 눈을 찌르거나, 배에 칼을 꽂아 넣거나, 쓸데없는 팔에 상처를 내어 잘라낸다. 그런데도 내가 빙의한 꿈속의 나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무제의 공간 속에서 붉은 선혈들의 형체가 움직이면 나도 그것을 따라 둥둥 떠간다. 그러면 구원받는다는 느낌이 들며 상쾌해진다. 꿈속의 나는 절대로 죽지 않고 내가 힘들 때마다 한 번씩 모습을 나타내는 존재라 난 아마 계속해서 꿈속의 나를 죽이며 현실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덜고 행복해질 것이다. 아, 좀 싸이코같은가. 하지만 상상 속에서의 뒤틀린 감정들은 다른 상상과 같이 절대로 제한되지 않는다. 꿈속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

내가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변신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나의 운명은 나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리라. 미래의 내가 어떤 나로서 변신하든 그 변신이 불명예스럽거나 정의롭지 못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레고르처럼 하찮은 벌레로 변신하든, 마블의 영웅처럼 존경스러운 사람으로 성장하든지 간에 삶에서의 변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계속해서 마음속에 각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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