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첫 실험의 대상은 카나리아. 별 생각 없이 키우고 있던 것이 여기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깃털을 닦아 내면 DNA가 더 잘 채취되지 않을까. 단모종보다 새가 훨씬 수월할지도. 새장 속 카나리아를 투명 관으로 옮겼다. 자주 확인하기 위해 책상으로 투명 관을 옮겼다. 좁은 공간에서 카나리아는 계속 날갯짓을 해대었다. 얼마나 움직인 걸까. 관 바닥에 노란 깃털이 조금씩 쌓여 갔다. 몇 가닥은 갈라지기도 했다. 마지막 만찬으로 죽은 무당벌레를 몇 마리 넣어줬다.

  실험의 시작은 단순한 의문이었다. 사람은 동물에 속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사람 대 동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카나리아의 지능을 발달시켜 사람 말을 할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자극적인 약을 제조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펜 대신으로 쓰던 깃털 끝에 묻힌 잉크가 닳아간다. 더 찍을 잉크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 놓은 게 있었던가.

  4월 23일. 최후의 만찬을 먹은 카나리아는 활기차 보였다. 카나리아의 깃털을 몇 가닥 뽑고 입 안을 작은 솜으로 닦아내었다. 솜이 계속 목구멍으로 넘어가려고 해서 꽤 애를 먹었다. 날개를 오므리고 불안에 떠는지 작은 떨림이 손 안에서 느껴졌다. 걸림 없이 만져지는 깃털의 감촉이 손 안에서 스쳤다. 카나리아의 모습이 꽤 볼만했다. 투명관 안에서 카나리아는 자유롭게 날지 못해 쫑쫑 뛰어다니기만 했다. 날개를 몇 번 휘저을 때 노란색 잔상이 남았다.

  마른 벌레를 조금 갈아 넣고 몇 가지 알약과 물약 몇 방울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담뱃재가 필요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내일 자주 가는 바에 들러 바텐더에게 구해봐야겠다. 담배를 물지 않은 날이 없으니 말이다.

  4월 24일. 밖에서 들리던 마차 소리는 바 안에 들어섰을 때 먹먹하게 들렸다. 바에 갔더니 바텐더가 뱀 같은 미소로 맞아주었다. 나흘 전에 갔는데 오랜만이라며 능글스런 말투로 반겨주었다. 인사를 무시하고 바로 담뱃재를 달라고 했다. 바텐더는 오랜 친구의 부탁인데 그깟 담뱃재를 못 주겠냐며 선뜻 종이에 재를 털어주었다. 그리고 후에 무슨 이유든지 말이야 라는 말을 덧붙였다. 재를 털어주는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 했다. 언젠가 그 쳐진 얼굴에 주먹을 선사하리라.

  4월 27일. 담뱃재를 섞은 약은 실패였다. 혹시 몰라 삼 일 동안 관찰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약을 먹이기도 하고 물에 녹여 몸에 발라주기도 하였건만. 담뱃재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다른 알약? 물약?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5월 3일. 담뱃재 말고 장작을 태우고 남은 재, 성냥을 끄고 떨어지는 재까지. 심지어는 내 머리카락을 태워 넣기도 했다. 하지만 카나리아는 변화가 없었다. 재의 문제가 아닌 걸까. 애초에 재는 필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알약과 물약의 종류를 바꿔보기도 하고 양을 달리 해보기도 했지만 카나리아의 건강 상태만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벌레의 종류를 바꿔볼까. 애초에 약으로 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카나리아의 뇌 자체에 자극을 준다면 어떨까. 그럴만한 도구를 찾는 동안 내가 먼저 늙어 죽을지도.

  5월 9일.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카나리아가 사람 말을 하는 건 지능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다. 내가 지능을 낮추는 게 훨씬 빠르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왜 카나리아를 나에게 맞추려고 했을까. 내가 카나리아에게 맞추면 될 것을 말이다. 잉크를 묻힌 깃털로 생각나는 모든 걸 기록했다. 하얀 새가 눈앞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는 것 같았다. 코가 가려워졌다.

  5월 12일. 처음에 만들었던 약을 어제 먹었다. 몸이 아픈 느낌은 전혀 없었으나 왠지 몸에 털이 급격히 빨리 자라고 길어지는 느낌이 든다. 부작용일까. 부작용이라도 좋으니 실험에 성공했으면.

  5월 13일. 일지를 쓰면 쓸수록 뇌가 하얘지는 기분이 든다. 어떤 단어를 써야하는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글자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시야 자체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후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있었다. 지능을 낮추는 데 성공한 걸까.

  5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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