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도은의 지시를 듣고 뛰어나갔다. 페인트통, 페인트통, 어딨는 거야. 사무실을 반바퀴 도니 허벅지 정도 높이의 하얀색 페인트통에 각목이 여섯개 꽂혀있었다. 그대로 페인트통을 품에 안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내려 놔."


도은은 각목의 개수를 눈으로 세고 하나를 뽑아 들었다.


"변명 있는 사람 해 봐."


변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둘 다 속으로 '좆됐다'를 외치며 뒤로 맞잡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지금 왜 맞는 건지 모르는 사람은 있어?"



정답은 아까 이미 도은이 말해주었다. 뺑기치다 걸렸기 때문이라고.



"각자 세 개씩 부러질 때까지 때릴 건데, 지금이라도 그만둘 사람 있으면 말해. 맞다가 후회돼서 그때 말하면 괜히 억울하잖아."



도은이 두사람을 번갈아 봤다.



"없어?"

"예, 그렇습니다."

"그럼 권새봄부터 엎드려."




왜 나부터.

권새봄은 도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닥에 엎드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문동하는 왜 쟤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정말 맞을까. 아니면 권새봄 먼저 때리다가 도은선배가 힘 빠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까. 




도은이 새봄의 옆에서 한발 물러나 각목을 허공에 한번 휘둘러 거리를 가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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