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ELRIS(앨리스)_Pow Pow


*제목이랑 내용이랑 관련 1도 없슴다 그냥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려서,,





 질린다, 그만하자. 벌써 이번달만 세번째. 민현은 마른 얼굴을 쓸었다. 민현의 곁에는 여자가 없던적은 없다. 그러나 여자와 한달 이상 사귄 적도 없었다. 여자들도 처음에는 허우대 멀쩡한 정도가 아닌 민현의 기럭지와 우월한 비주얼 그리고 조금이라도 인류애를 펼치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은 곧 죽어도 다정한 성격을 보고는 황제님 충성충성 만만세-!를 외치며 사랑을 외쳤고, 민현은 그놈의 인류애로 오는 여자 안 막는 희대의 카사노바(?)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헤어질 때는, 아니 일방적으로 민현이 차일 때는 언제나 '나한테 관심이 없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 내가 어떻게 더 사귀어, 안좋아하면 받아주질 말던가 이 캐생키야-'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온갖 개새끼 소새끼 여러새끼 나오는걸 듣는 민현은 그 잘생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네가 좋아한다구 해서 나는 그냐앙..'이라며 여자들의 심장의 다른 의미의 불을 질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민현은 흔히 말하는 연애고자였다. 민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귀면 항상 집에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고 통화도 자주 하는데 왜 항상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하는걸까. 물론 민현은 집에 같이 가지만 제 집은 학교 주변 자취방이라 '안녕, 내일 봐-'라며 집으로 쏠랑 들어간다거나, 밥은 무조건 학식이 최고지!라며 멀찍이 떨어져앉은 다른 복학생들의 사이에 낑겨 먹는다던가, 본인의 일이 다 끝난 후 밀린 답장을 하며 쓸데없는 아재드립-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는데 그게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래 by 찰스안-을 보내며 끅끅댄다던가 하는 행동이 분노를 사게 만든다는걸 몰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민현은 연애고자니까. 그냥 고자도 아니고 치료 불가인 고자 말기니까. 이번에 만난 여자는 그래도 꽤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민현은 옆에 있던 애꿎은 쓰레기통을 발로 찼다. 물론 발만 아팠다. 사랑이 대체 뭔데, 연애가 뭔데- 아픈 발가락을 신발 안에서 티 안나게 꼼지락 거리면서 한껏 억울한 얼굴을 했다. 그 얼굴마저 역사에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잘 생겼다고 지나가던 사학과 미순이는 그랬다. 아니 그러니까 사랑이 대체 뭐냐고!



 그러니까, 재환이 길바닥에 엎어져있는 민현을 발견한건 일주일 전이다. 여느 때처럼 카페 알바를 끝내고 셔터를 내리려는데 누군가 재환의 발치에 툭하고 쓰러졌다. 순간 재환은 혹시 이 남자가 죽은게 아닌가 하고 식겁했더랬지. 다행히 남자는 당장이라도 도망갈 준비를 하려는 재환의 상상처럼 죽은게 아니라 잠든거였지만. 정정. 알콜냄새가 나는걸 보니 혼자 술 마시다 뻗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쩐담. 데려가려니 성인 남자라 무겁고 우선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혹시라도 집에 데려갔다가 해코지라도 할까봐 무섭고, 그냥 두고 가려니 새벽에 진짜 송장이 되어 있을 것 같은데. 재환은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러니까 딱 20초, 재환에겐 굉장히 긴 시간,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던 재환은 결국 이 남자가 죽으면 씨씨티비에 찍혔을 제 모습 때문에 이른 아침 경찰들의 하모니로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남자의 몸을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이봐요, 아저씨.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여. 입만 돌아가면 다행이지 진짜로 돌아가셔여.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발롬아! 술에 얼마나 꼴았는지 거칠게 흔들어대는 재환의 손길을 받아내면서도 잘 생긴 얼굴을 흔들거리며 음냐음냐 잘 뿐이었다. 찬 새벽바람 때문에 살짝씩 보이는 이마에 결국 내천자를 그린 재환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일으켰다. 귀엽게 생긴 이 카페 알바생을 평소에 몰래 지켜보던 스물 두살 강모씨는 말했지. 얼굴은 귀엽게 생긴게 오지랖은 또 얼마나 넓은지 누나들의 가슴에 매일 불을 지핀다고. 아마 남자라고 재환의 태평양을 덮을만한 오지랖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 그러므로, 재환은 아직까지도 민현은 잘 생겼으나 가는 길에 차였다고 울고, 연애 다 개나 주라며 소리지르고, 보기 좋게 웃더니 목 뒤가 뜨끈하게 혼자 먹었던 대왕파전을 똑같이 재연해내던, 첫 이미지가 안좋았던, 지금은 짧은 시간동안 꽤 쉽게 친해진 나름 좋은 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민현 또한 마찬가지. 그에게 재환은 소주 반병으로 완전히 취해버린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도망갈까 생각했지만 민현의 잘생긴 얼굴을 보느라 타이밍을 놓친, 생판 남을 챙겨준 웃음소리가 독특한 착한 동생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민현은 자신이 꼬장부렸던 카페에 당당히 들어오고 그걸 보며 재환은 자연스럽게 자몽을 꺼냈다.



[재환아]
[어, 형 왔네여]
[응. 밖에 너무 덥다. 시원한 자몽ㅇ]
[자몽이 남아남지 않네여, 형 덕분에]



 그게 무슨 소리야, 재환아. 아니 형 온 후 부터 부쩍 자몽에이드 시키는 손님이 많아져서요. 아하하, 다들 자몽에이드의 참맛을 알게 됐나봐. 이유 없이 자랑스러운 듯이 웃는 민현을 환멸스럽게 쳐다보던 재환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이, 거기 아가씨. 저 웃는 얼굴에 넘어가면 안된다니까요. 겉은 멀쩡해도 속은 완전 썩었어,우웩. 영문을 모르는 민현은 재환이 어디 아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손을 재환의 이마로 가져다댔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은 걱정을 해도 잘생겼구나. 진지하게 모자라나 싶으니까 얼굴 그렇게 쓸 거면 그냥 나 주라니까여. 재환아 나 그래도 형인데.



 저 형은 진짜 다 좋은데 약간 모자란 것 같아서 걱정이야. 굳이 민현을 아련하게 한번 쳐다본 재환은 이내 자몽에이드 한잔을 만들기 시작했다. 민현은 그런 재환을 기다리며 아무 음이나 흥얼거렸다. 역시 카페가 시원하고 좋아.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요즘에는 별로 재미있는 일도 없었고, 여친도 없고. 혼자 흥얼거리다 혼자 괜히 기분이 나빠진 민현의 앞에 탁 소리나게 음료잔을 놓은 재환은 혀를 끌끌 차며 그런 민현의 모습을 한껏 비웃었다. 그러는 재환도 여친 따위는 개나 줘버린 몸이지만, 그 날 취한 민현이 힘들어 죽으려고 하는 재환을 붙잡고 본인이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은 탓에 그래도 잘났지만 연애고자인 형보다는 내가 더 낫지 하고 생각해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억울하네. 물론 저 형은 잘 생겼지만 나도 꽤 훈훈하게 생겼다고 자부하는데 왜 여친이 없지. 운동도 잘해, 노래도 잘해, 제 또래 동기들 옆에 있으면 모든 메인을 맡을 본인에게 스무살 때 잠깐 사겼던 옹씨 성을 가졌던-덕분에 잊지도 못한다- 여자에게 너랑 더 사귀었다간 내 고막이 남아남지 않겠다 라는 폭탄발언을 들었던 재환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동기들 중 제일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걸 동기 중 한명인 강다니엘(22)은 안쓰럽다는 듯이 봤었다. 우리 화이 아직 젊은데 벌써 아프면 우야노. 돼써! 인생은 원래 혼자 사는거야. 커플지옥 솔로만세! 그러다보니 심심한 나날을 보내던 재환에게 생긴 것과 달리 순진(?)하신 황민현의 출현은 꽤나 반가운 것이었다. 놀리는 맛이 쏠쏠하달까.



 민현은 성의 없이 놓인 음료수잔을 슬쩍 보고 웃었다. 우리 재환이, 나 안괴롭히면 죽을 것 처럼 굴어도 형이 자몽에이드 좋아하는거 안잊어버려주고. 얼음이 둥둥 떠있는 차가운 자몽에이드를 벌컥벌컥 마시던 민현은 기특하다는 듯이 재환을 쳐다봤다. 그런 민현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럽게 간지러웠다. 아니 그런 표정은 저 말고 제 뒤에 있는 여자들한테 하라구여. 괜히 부끄러워진 재환이 휙 하고 카운터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민현은 흐뭇해했다. 역시 어린게 좋아. 엉덩이 통통한 것 좀 봐. 민현이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단 것을 꿈에도 모르는 재환은 불쾌감으로 다가오는 여자손님의 대쉬에 억지로 웃어주고 있었다. 생긴건 저기 음흉하게 앉아있는 미녀니형보다 못 생긴게- 라는 눈빛을 쏘며 입꼬리만 간신히 올리느라 정신 없던 재환은 방금 제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점장의 콜에 간신히 빠져나온 재환은 또다른 난관에 인상을 찌푸렸다. 재환아 저 손님 너무 잘 생겼어. 내 취향이다.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소개 좀 시켜주면 안돼? 이제 스물여덟 먹은 점장 선호의 몸이 베베 꼬이는 것을 보고 위험한 수컷의 향을 맡은 재환은 왜요, 하고 심드렁하게 물어봤다. 어쩐지 저 형 일하기 싫다고 카페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민현이형이 카페 올 때마다 멋부리고 오더라. 그런 재환의 등짝을 짝 하고 내리치며 선호가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야 잘생겼으니까. 나는 저렇게 잘생긴 사람 나 말고 너무 오랜만에 봐서 사실 감동이거든. 재환의 축 처진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인 것도 같았다. 이 형도 정상은 아니야. 그럴 시간에 저 좀 도와서 여기 쓰레기봉, 재환이 내일도 일 나오고 싶다고? 아뇨 그럴리가요. 저 쓰레기 좀 버리고 오겠슴다.



한참 자몽에이드를 홀짝이던 민현은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힐끔 봤다가 인상이 구겨졌다. 제가 헤어진건 또 언제 들었는지 미연이며 순자며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소개 좀 받으라고 하는 제 동기들까지. 나 이제 연애 안해. 친절하게 점까지 찍어서 답장을 보내던 민현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재환의 연애 스토리는 못들었다. 물론 만난지 아직 일주일밖에 안됐고, 본인의 찌질했던 과거 연애사도 본인이 취해서 나불댔던거면서 왜 나만 찌질한거냔 말이다 싶은 민현은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해 가버린 사장 덕분에 딩가딩가 놀고 있던 재환을 불렀다. 재환아 여기 좀 앉아봐.



아 이 형이 또 귀찮게 왜 이러냐. 얼굴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던 재환은 앙증맞게 묶었던 라이언이 그려져 있는 앞치마-선호의 취향-의 리본을 풀며 민현의 앞자리에 앉았다. 재환아 형이 궁금한게 있는데,

[재환아 혹시 사귀는 사람있니]

뭘 물어보려고 저렇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나 했더니. 재환은 펴지지 않는 안면근육에 억지로 힘을 줬다. 형 제가 연애를 했으면 형이랑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지 않겠죠? 저 핸드폰도 배터리 없어서 집에 두고왔는데요. 하하, 그렇지. 재환이 너도 솔로지, 아하핳. 아니 그게 아니구 형이 초면에 좀 못난 모습 보여줬잖아. 근데 형은 우리 재환이 찌질한 연애사를 들어본 적이 없잖니? 그래서요. 형 좀 기분 좋게 해줄래? 형이 솔로가 되니까 너무 우울해서 남의 찌질한 과거사를 안들으면 죽을 것 같아. 형 일찍 죽는게 꼭 나쁜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응?



반짝이는 민현의 잘생긴 눈을 보던 얼빠 김재환은 결국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후, 그러니까 제가 1년 전에는 여자친구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 친구 이름은 쪽팔리니까 말은 안할텐데 성은 옹씨였어요. 아씨, 옹씨 얼마 없는데 괜히 말했나. 하여튼 성이 워낙 특이하던 애라서 좋아하기 전에도 괜히 신경쓰이고 그랬는데 걔가 얼굴도 작고 살짝 올라간 눈도 그렇고 인상이 좀 진하긴 한데 이쁘기보다 잘생기고 그랬단 말이에요. 근데 또 난 나랑 완전 반대되구 그러니까 계속 눈길이 갔어요. 생각해보니까 걔가 얼마나 바보처럼 봤을까. 쨌든 그러다가 제가 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걔가 노래를 잘하거든요? 근데 저도 좀 한단 말이에요? 그러다보니까 축제에서 무슨 듀엣을 하게 됐는데, 그 친구가 좀 흥이 많았던 친구라 노래 끝나구 무대 내려가다 말고 갑자기 막 춤을 추는거예요. 진짜 무반주에 갑자기. 근데 웃기지도 않게 팝핀을 끝내주게 추는거 보고 사람들도 완전 신나서 막 노래 틀고 막춤추고 장난 아니었어요. 근데, 제가 걔 춤추는거 보고 한눈에 반한거죠. 난 내 인생에 막춤 그렇게 잘 추는 사람 처음봤어. 그래서 완전 멍 때리고 보는데 걔가 갑자기 나한테 손가락 화살 날리는거 있죠? 알고 보니까 걔도 나 마음에 있던 거였어. 그래서 어쨌냐구요? 그 날 이후로 사귀게 됐죠.



뭐 사귀고 한 몇달은 완전 좋았죠. 이쁜데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걔가 나랑 개그코드가 비슷해서 맨날 웃겨주고 그러느라  하루 다 보내고 그랬는데 어느날 걔가 그러는거예요. 너는 왜 웃음소리가 그따구냐구. 어이가 없었죠. 지도 맨날 웃었으면서. 나는 내 웃음이 뭐 어때서 그랬는데 걔가 갑자기 너랑 사귀면 고막이 남아남지 않겠다구 그러고 헤어지자는거 있죠. 아니 진짜. 웃지 말고. 그래서 나도 자존심 상해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와버렸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한거예요. 아니 잘 사귀다가 왜? 그래서 그 애 친구한테 연락을 했죠. 알고 보니까 얘 전남친이 하도 목소리가 컸는데 너무 안좋게 헤어졌다고 그러는거예요. 아니 근데 그거랑 나랑 뭔상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안나던데요. 그러고 한 3일 뒤였나 얼굴책에 연애중 떠있는거 있죠. 존나 조용히 지내던 복학생 선배랑. 아니 웃음소리 시끄럽다고 헤어질거면 나랑 왜 사귀냐구! 내 웃음이 모! 모 어때서어어어



재..재환아 여기 카페인데 조용히 좀.. 아니 형두 내가 시크러워요?! 어이가 없눼! 그게 아니라... 돼써! 난 내 웃음소리도 사랑해주는 사람이랑 연애할거야! 민현은 진심 당황했다.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했을까. 일단 재환아 진정 좀 해.. 



민현이 먹던 자몽에이드를 원샷하고서야 좀 진정이 됐는지 재환이 조용해졌다. 근데 그 여자애두 이상하다. 너 웃음소리가 어때서? 난 너 웃음소리 못들어봤지만 사람 웃는 소리 가지고 그러는거 이해가 안되네. 그쵸! 형이 뭘 아시네. 호불호가 좀 갈린다구 하지만 그래도 제 웃음소리 그렇게까지 이상한건 아니거든요. 끄덕끄덕 토닥토닥 재환이를 달래던 민현은 이내 시선이 다른데로 갔다.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 재환아 그럼 그 반지는 뭐야? 아 이거요? 음.. 안말해줘. 이거 되게 소중한거라서요. 그러고는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카운터로 휙 하니 가버리는 재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민현은 그 후로도 재환의 오른손 검지를 유심히 쳐다봤다. 형 그만 좀 보면 안돼요? 이거 무슨 반지인지 말해주면. 그럼 더 말 안해야지.



그 반지가 뭐라고 재환이 빼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괜히 오기가 생겨 반지 좀 껴본다고 달라고 하면 정색하면서 안된다고 하는 재환 때문에 이유도 없이 기분이 나빠지는 민현이었다. 뭐야, 그렇게 욕하더니 그 옹 뭐시기랑 사귈 때 꼈던 반지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거 아니야?! 이러나 저러나 민현과는 상관 없을 이야기인데도 민현은 그 반지가 보기 싫었다. 아니 반지가 보기 싫은건 또 뭐야. 재환이 반지인데. 그렇게 현타가 오다가도 재환이 낀 반지가 반짝일때는-물론 민현의 눈에만- 심통이 나버리는 것이었다.



재환은 재환대로 당황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아니 저 형은 내 반지에 뭐 원한이라도 있나 왜 저렇게 못 빼서 안달이야?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민현에게 말해주기는 싫었다. 형 이거 묵주반지야.. 그렇게 말했다가는 저 바보같은 형이 아, 그렇구나 하고 저한테서 신경을 꺼버릴까봐.



물론 민현이 신경을 끄든 말든 상관 없어야 할테지만 요즘 재환은 자꾸 혼란이 왔다. 왜 저 형이 반지 보고 질투하는 것 같지? 근데 나는 또 왜 그걸 보고 기분이 좋고? 뭐야, 나 저 형 좋아해? 나 게이임? 본인이 한 생각에 소름이 돋는 동안 민현은 민현대로 여전히 저 반지가 신경쓰여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저 반지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번 빼지도 않아? 거봐, 남자 다 똑같아. 결국 전애인 못 잊구! 분노와 억울함으로 울상이 된 민현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다 이내 멍해졌다. 아니 내가 왜 화가 나지? 재환이가 전애인을 잊든 안잊든? 어머 설마 나 재환이를 좋아하나?! 



민현은 민현대로 재환은 재환대로 멘붕이 와서 내적 몸부림을 쳤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재환이를 좋아하지? 재환이는 오지랖두 넓고 맨날 나 괴롭히고 근데 좀 귀엽게 생기구 나두 잘 받아주고 엉덩이랑 허벅지두 이쁘고.. 헉, 나 재환이를 좋아하나봐!

왜 저렇게 잘생겼는데 모자란 형을 좋아하지? 맨날 바보같이 웃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이 행동하고 근데 또 잘생겼고 웃을때도 잘생겼고 눈 감고 졸고 있는 모습도.. 으아 나 형을 좋아하나봐!



본인의 마음을 알게 된 민현은 오늘이야말로 저 반지를 빼버리겠다 생각했다. 이미 민현에게 저 반지는 전애인이 남긴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결국 재환이 마감 준비를 끝내고 셔터를 내릴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민현은 어슬렁 걷는 재환의 팔목을 잡았다. 재환아.



재환은 재환대로 당황했다. 민현을 좋아한다는 자각을 하자마자 민현이 잡은 제 손목이 불타는 것만 같은데 민현은 그 잘생긴 얼굴로 가만히 재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형이 날 말려 죽이려고 하나보다. 재환의 뾰족한 귀는 이미 빨개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민현을 쳐다봤다. 왜요.



민현의 입이 바싹 말랐다. 막상 재환이 저를 쳐다보니 머릿속에 있던 말이 안나왔다. 미친 황민현아 왜 말을 못 하니.. 사귀자고, 저 반지 말고 내가 주는 반지 껴주면 안되겠냐고 왜 말을 못해애애... 그 와중에 저를 보는 재환의 귀가 붉어진 것을 보고 귀여워 죽겠다는거다. 으 재환이 귀 깨물어주고 싶어! 결국 재환이 이 정적을 못 참고 먼저 물었다. 형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어? 어.. 그 재환아...네. 그.......



내가 그 여자애보다 훨씬 좋은 반지 줄게 그거 끼고 지금 그 반지는 곱게 접어 하늘 위로!



헙. 내가 뭐래니. 민현은 제 입을 틀어막았다. 꿈뻑꿈뻑 약간 커진 재환의 눈이 천천히 감았다 떠지더니 이내 재환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고는,


으아ㅏ하하ㅏ하ㅏㅏ카ㅏ가하ㅏ하ㅏㅏ하ㅏ하학하ㅏ가학!!!!!!!



뿜었다. 재환의 전여친인 옹씨가 듣기 싫어서 헤어지게 만들었다는 그 웃음소리를. 민현은 멍했다. 아니 망했다.. 나 왜 그래써.. 나 왜 아직 안죽어써... 근데 재환이 웃음소리 귀엽다.. 녹음해서 모닝콜 하고 싶어. 민현의 얼굴에 표정이 오조 오억개로 쉴 새 없이 바뀌는걸 보면서 한참을 웃던 재환은 살짝 고인 눈물을 닦으며 민현에게 제 왼손을 내밀었다.


형 반지 받아줄게요. 대신 그거 주면 나랑 사귀는거다.



*


재환아 그거 묵주반지라고 왜 말 안해줬어.. 형이 그거때문에 얼마나.. 얼마나... 아니 형 그런 얼굴 보는게 너무 재밌는데 그 재밌는걸 왜 말해요. 너무했다. 왜요, 묵주반지 하늘 위로 던져버렸어야했나? ..재환아 형은 너한테 그런 추한 모습도 다 보여줄 정도로 네가 좋아. 이 형이 부끄럽게 왜 이러시나. 나두 형 좋아하는거 알죠? 그러니까 그만 놀리면 안될까. 응 그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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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구요,, 첫 전력이라구요,, 이런거 쓰려고 너무 늦어버렸따구후흐흑,,,,,,,,,,,,,,,

개똥도 너네가 만들면 약이 될거야.. 너넨 똥으로 메주 만들어서 장사도 할 수 이써 년짼이드라...

민현이랑 재환이랑 바보가튼 사랑해죠,,,,,,






그건 아마도 사랑이겠지 @sam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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