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펭/클래스킵리코] 오해

(클래스킵리코 / 비밀스킵리코)


* 리퀘로 드린 글입니다.


클래시파이드는 탁자에 놓인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4시 5분. 약속시간이 5분 지나있었다. 시계에서 시선을 떼고 커피를 들이켰다. 그 맛이 씁쓸하기만 했다. 초조해선지 다리가 살짝 떨렸다. 컵을 내려놓은 클래시파이드는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 스키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다. 하긴, 제멋대로이기 일쑤인 스키퍼가 약속시간, 특히 공적이 아니라 사적인 약속에서, 에 늦는 건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깔끔하게 넘겨 올린 진회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곧 스키퍼가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카페 문을 힐끔 보기도 했다.


 클래시파이드는 턱을 괴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생각을 시작하였다. 스키퍼를 꾸준히 따라다닌 결과, POM 팀의 리더인 그와 연인이라는 칭호를 얻어냈다. 클래시파이드가 먼저 반해 거의 먼저 졸졸 따라다니다시피 하여 끈질기게 사귀자고 한 탓일 것이다.


 처음에는 사이도 그다지 좋지 않고 으르렁대기만 하던 다른 팀의 리더가 왜 저를 귀찮게구나, 생각했던 스키퍼가 어느새 그를 받아들이게 된 건 서로의 대원들에게 적잖은 충격 아닌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재 클래시파이드의 고민은 이것이다. 스키퍼 팀의 대원인 리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덩치 크고 험상궂은 얼굴에다가 어딘가 어리버리해보이기까지 분위기의 첫인상은 그냥 그렇다 쳤다. 입가에 난 흉터에도 불구하고 깊고 푸른 눈빛이 빠릿한게 마냥 어디서 구르다 온 조폭 같은 놈은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리코가 험악해 보이고 불만 많은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커다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신난 듯 스키퍼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본 클래시파이드는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단숨에 스키퍼에게 달려들어 환한 표정으로 “대장!”이라 외치며 부대끼는 리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경계심이 가득한 무표정을 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키퍼 앞에서 확 변하는 그가 언짢게 느껴졌다.


 스키퍼와 사귀게 된 클래시파이드였지만, 조바심이 난 그는 슬쩍 스키퍼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스키퍼, 쟤랑 무슨 사이야?”

“쟤라니? 누구 말하는 겐가?”


 스키퍼는 갸우뚱하며 의아하게 클래시파이드를 쳐다보았고, 그는 손가락으로 리코를 가리켰다.


“너네 팀 대원 말이야.”

“아, 리코? 네가 말했다시피 같은 팀인 사이지.”

“아니, 그래도…”


 클래시파이드는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스키퍼를 본 리코가 또 일전의 그것과도 같은 환한 미소로 스키퍼에게 달려들어 백허그를 했기 때문이다.


“대장-!”

“어이쿠, 리코. 이러면 쓰나.”


 스키퍼는 그저 넉살 좋은 웃음으로 리코를 말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코는 스키퍼의 어깨에 부비적대며 “대장, 좋아!”란 말이나 해댔다. 이를 본 클래시파이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클래시파이드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자 스키퍼가 리코를 돌려보냈지만, 그 이후론 스키퍼에게 리코에 관해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다.



“많이 기다렸나, 클래시파이드?”

인기척에 고개를 든 클래시파이드의 눈앞에 스키퍼가 서있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스키퍼를 기다리며 문을 바라보았는데 상념에 빠져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스키퍼는 맞은편에 앉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스키퍼의 눈이 곡선을 그렸다. 클래시파이드는 막 잠에서 깬 듯 고개를 젓고 대답했다.


“아냐. 그럼 가지.”

 클래시파이드는 테이크아웃 컵을 챙겨들었다.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흔한 데이트 코스인 영화보기를 마친 둘은 거리로 나왔다. 어느새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클래시파이드는 제 옆에 있는 스키퍼를 힐긋 바라보았다. 스키퍼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걷고 있었다. 클래시파이드는 스키퍼와 사귀고 나서 한 번도 손을 잡지 않았다. 애써 잡으려 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스키퍼가 먼저 그렇게 손을 내밀어 줄 서글서글한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클래시파이드는 문득 아쉬워졌다. 아까 하던 생각이 마저 떠오르면서 아쉬움이 솟아났다. 갑자기 그가 걸음을 멈추자 스키퍼도 가던 길을 멈추고 물었다.


“왜 그러나?”

“손.”

“응?”

“손 좀 줘봐.”

“손이라니 무슨?”


 스키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한 쪽 주머니에서 손을 빼 클래시파이드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클래시파이드는 덥석 그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가 걷자 스키퍼도 따라 발걸음을 재개하였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의문이 가시지 않은 채였다. 클래시파이드는 그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까닭 모를 희열을 느꼈다. 그가 손을 빼지 않는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클래시파이드는 스르르 손을 놓았다.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은 후 클래시파이드는 메뉴판을 펼쳤다. 스키퍼 쪽을 보니 스키퍼는 신중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클래시파이드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그와 그저 손을 맞잡았다는 사소한 사실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난 연어 스테이크.”

“그럼 난 뉴욕 스테이크.”

“그래.”

“아, 와인도 시킬까?”

“좋지.”


 클래시파이드의 제안에 스키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웨이터를 불러 주문을 했고, 웨이터가 가자 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스키퍼는 창밖으로 어둑해진 저녁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를 쫓던 클래시파이드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빛나는 양초로 향했다. 노란색 양초가 바알간 불을 빛내어 타들어가며 은은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저기 말이야.”


 클래시파이드가 막 말을 시작하여 스키퍼가 그를 보려는 찰나였다. 마침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왔고, 영 좋지 못했던 타이밍에 클래시파이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웨이터가 따라주는 그랑크뤼 와인이 담긴 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즐거운 식사를 하라는 말과 함께 웨이터는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고, 클래시파이드는 와인 잔을 들어올렸다. 챙-하고 유리잔이 가볍게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건배를 마친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드라이하고도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이 뭔가?”

“어, 아무 것도 아니야.”


 클래시파이드는 딱 잘라 말하고 와인 잔을 다시 입에 댔다. 기분 탓인지 와인이 영 쓰게 느껴졌다. 사실 그가 하려던 말은 리코에 관한 것이었다. 클래시파이드는 은연중에 자신이 리코를 질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까는 왜 늦은 거야?”

“아, 리코가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애써 피하려고 했던 이름이 스키퍼 입에서 나오자 포크를 쥔 클래시파이드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기분이 동요되는 걸 꾹 누른 클래시파이드는 스키퍼를 보며 말했다.


“스키퍼, 그 리코라는 녀석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지? 그 녀석은 도대체 뭐길래 널 그렇게 따라다니는 거지?”

“뭐,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도 하고, 그냥 같은 팀원으로서 가족과도 같은 사이지.”

“그래?”


 클래시파이드는 입안에 넣었던 브로콜리를 씹어 삼켰다. 스테이크 조각을 집어 올린다는 게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갔는지 포크 끝에 걸린 건 브로콜리였다. 물은 한 모금 마신 클래시파이드는 잔을 내려놓았다.


“아, 그나저나 이번에 본부에서 기획하고 있던 안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

“상부도 말이야, 참…”


 그새 스키퍼는 다른 주제로 대화를 시작해나갔고, 클래시파이드는 포크를 내려놓고 주먹으로 옆얼굴을 괴었다. 하필 데이트 식사 자리에서 일 얘기를 꺼낼게 뭐람. 리코와 가족 같은 사이라… 말은 그렇지 실은 그 녀석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스키퍼는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가지 묻고 싶었던 것들을 속으로 삼켰다.

 입 안이 썼다.




 식사를 마치고 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팁으로 지폐 몇 장을 와인 잔 옆에 가지런히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클래시파이드는 거리를 나와 쇼윈도나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털어놓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답답했다.


“아까, 거기 맛있었어.”

“그래?”

“그럼 다음번에 또 갈까?”


 스키퍼의 말에 클래시파이드는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음속으로 혼자 하는 고민보다는 현재 스키퍼와 같이 있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내로 데이트 약속을 잡았던 터라 클래시파이드는 가끔은 차를 타는 것보다 스키퍼와 나란히 걷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저를 보며 간간히 눈을 맞추어주는 퍽이나 스키퍼가 좋았다.


 스키퍼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의 집 쪽으로 향하면서 클래시파이드는 다시 고민하였다. 아까처럼 손을 잡을까말까, 고민을 하던 와중, 스키퍼가 먼저 팔짱을 꼈다. 스키퍼는 여전히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길을 걷고 있었지만 클래시파이드는 그와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데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리코에 대한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스키퍼의 집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클래시파이드는 걸음을 멈추었다. 털 있는 모자가 달린 남색의 패딩을 입고서는 손을 주머니에 푹 꽂아 넣은 익숙한 남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가로등 밑에서 땅을 발로 톡톡 치며 뽀얀 입김을 날리던 남자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대장, 왔어?”


 리코가 달려왔고 클래시파이드의 표정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스키퍼는 달려든 리코를 안은 채 저보다 덩치 큰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이만 들어가겠…”

“스키퍼.”


 클래시파이드는 입술을 깨물며 낮게 말했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뭐야? 왜 자꾸 널 쫓아다니는데? 가족? 가족이어도 이렇게 달라붙진 않겠다. 너, 나랑 사귀는 아니냐고, 나랑!”


 결국 클래시파이드는 참아왔던 분을 터뜨리며 리코를 손가락질하다 제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럼에도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클래시파이드…”

“도대체 쟨 뭔데? 나는 이제야 겨우 너랑 손 잡고 팔짱 꼈는데 저 녀석은 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껴안고 그러냐고!”

“…….”


 슬그머니 스키퍼에게서 떨어진 리코는 눈에 띄게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스키퍼가 무어라 말하려 손을 들었고, 클래시파이드는 다짜고짜 리코에게 다가섰다.


“넌 뭐야? 스키퍼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너, 스키퍼 좋아해?”

“대장, 좋아!”


 클래시파이드의 입에서 스키퍼란 이름이 나오자 리코는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급기야 클래시파이드는 멱살을 들어올렸다.


“너는 뭔데 왜 나와 스키퍼 사이에 끼어드는데? 나랑 스키퍼가 사귀는 거 몰라?”


 클래시파이드는 역경을 내며 말했고, 멱살이 잡힌 리코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했고, 스키퍼는 클래시파이드를 말렸다.


“진정해!”

“스키퍼, 확실히 해야겠어. 내가 그간 얼마나 참은 지 알아? 너도 애매하게 대답하기만 하고.”

“대장…저…나는…”


 여전히 멱살이 잡힌 리코가 무어라 말을 떼려 하자 클래시파이드는 곧바로 제지해버렸다. 리코는 답지 않게 울상을 지으며 스키퍼를 바라보았다. 리코와 눈이 마주친 스키퍼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오해가 있는 거 같군, 클래시파이드. 일단 그 손은 놓고 대화하지.”

“아니, 대화는 무슨…”

“대장…”

“리코, 조용히 해.”


 낮게 깔린 스키퍼의 명령에 리코는 울먹이는 표정이었다. 그런 리코의 표정을 처음 보는 클래시파이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맥이 탁 풀린 클래시파이드는 쥐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클래시파이드에게서 벗어난 리코는 울상이 된 눈으로 스키퍼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스키퍼에게 다가가려 했고, 스키퍼는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몇 마디 스키퍼와 대화를 나누던 리코는 얌전히 집으로 들어갔고, 클래시파이드는 물끄러미 스키퍼를 보았다. 화는 이미 가라앉은 후였다.


“리코도 돌려보냈으니 얘기 좀 하지.”


 스키퍼는 뒤돌아 다른 길목으로 향했고, 클래시파이드는 그를 따라갔다.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클래시파이드는 불현 듯 착잡해졌다.


 스키퍼가 향한 곳은 강이 보이는 공원이었다. 걸음을 멈춘 스키퍼가 벤치에 앉자 클래시파이드도 따라 앉았다. 스키퍼는 품에서 담뱃갑을 꺼내 연 후 한 가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열린 담뱃갑을 클래시파이드 쪽으로 내밀었다.


“한 대 피울래?”

“아냐. 됐어.”


 클래시파이드가 사양하자 스키퍼는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가늘게 퍼졌다. 가로등 불빛이 비친 강의 야경이 꽤나 멋들어졌다. 스키퍼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클래시파이드 역시 그랬다.


“벌써 햇수를 세기도 가물가물하군.”

“응?”

“내가 리코를 처음 만났을 때가 말이야.”


 스키퍼는 클래시파이드 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클래시파이드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스키퍼는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리코를 봤을 땐 상처투성이의 아이였지. 학대 받고 제대로 못 먹어서 비실댔어. 처음으로 받은 임무를 마치고 뒤처리 때문에 고아원을 갈 일이 있었거든. 그때 리코를 본 거야.”

“아…”

“리코에겐 가족이 없었지. 먼 친척 쯤 되는 사람이 내가 맡았던 첫 임무와 연루되었던… 음, 끝이 좋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고 있네. 아무튼- 리코는 날 처음 보았을 때도 유난히 날 잘 따랐어. 그리고 리코를 보자마자 난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유대감 같은 걸 느꼈고… 뭐, 그때부터 가족처럼 지내게 된 걸세.”


 스키퍼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그리고 다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비벼 꼈다. 스키퍼는 끈 담배꽁초를 버렸다. 클래시파이드는 가만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아마 나에게 더 집착하는 걸지도 몰라. 나이를 먹어서도 어렸을 때의 상처를 완전히 씻긴 힘든 법이니까. 우리가 연인인데 그런 불편을 끼치게 해서 미안하군. 미리 말하지 않았던 것도 말이야. 하지만 클래시파이드,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스키퍼가 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클래시파이드는 그를 안았다. 클래시파이드에게선 상쾌하고도 청량감 있는 기분 좋은 향기가 확 끼쳤다. 스키퍼는 그저 그를 껴안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는 게 좋지 않겠어?”


먼저 입을 연 건 스키퍼였다. 한참을 스키퍼를 껴안고 있던 클래시파이드는 그제야 그에게서 떨어졌다. 클래시파이드는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다가 스키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 이만 가지.”


 강물은 아까보다 어둠으로 더 짙어진 듯했고, 가로등은 까만 밤과 대조되어 더 빛이 나 보였다. 클래시파이드는 오해를 풀어 편해진 마음으로 제 옆에 있는 연인을 내려다보았다. 스키퍼는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클래시파이드는 작게 말했다.


“스키퍼… 오해했던 거, 사과하지.”

“응? 작아서 잘 안 들렸어.”

“아무 것도 아냐.”


 스키퍼는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고, 클래시파이드는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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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 주셨던 내용이 ... 애처가 클래시파이드, 리코가 달라붙는 걸 탐탁지 않게 본다, 라는 내용이었던 거 같습니다. 허허.

2차 창작 위주 글 연성 & 썰 & 감상 등 /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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